세상의 카페가 그렇듯이 내가 운영하는 공방에도 음악이 있다. 음량이 꽤 크다. 대화를 편하게 해주는 화이트 노이즈라기보다는 대화를 멈추고 음악에 빠져들 수 있는 수준이다. 클라식, 세미클라식,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등 지난 10여년간 내 취향에 맞춰 하나씩 골라넣은 곡 들이어서 하루종일 들어도, 거듭 들어도 난 지겹지 않다.
그 안에 커피 노래가 둘 들어있다. 밥 딜런의 '커피 한잔 더(one more cup of coffee)', 그리고 조수미가 부르는 바흐의 '커피 칸타타'다.
오늘 조수미의 음성이 공방에 울려 퍼진다. 커피 칸타타의 앞 부분에 나오는 아리아다. 난 사실 바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매우 종교적이고 그가 주로 쓴 오르간 악기는 듣기에 불편하다. 그런데 그의 커피 칸타타는 완전히 다르다. 전혀 바흐답지 않다. 하나의 촌극을 보는 것처럼 주제와 구성이 세속적이고 코믹하다.
커피 칸타타는 공연시간이 약 25분에 불과한 작은 오페라다. 무대에 출연하는 사람은 베이스, 테너, 소프라노 각 한명씩 단 세명이다. 떠들썩한 카페에 한 남자가 일어나 '조용하세요. 대화를 멈추세요(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라고 노래하며 공연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데 이 대사가 이 칸타타의 정식 제목이다. 이어 아버지 역할을 하는 테너가 나와 '딸이 커피를 너무 좋아한다고, 커피를 끊으라고 수없이 잔소리를 해왔지만 전혀 듣지 않는다'며 고민을 노래한다. 이어 소프라노 딸이 '커피는 얼마나 달콤한가? 천번의 키스보다도 커피가 더 좋아(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ße, Lieblicher als tausend Küsse)'하며 커피 중독임을 노래하는데 바로 이 부분을 조수미가 노래하고 있다. 딸의 커피 찬가에 이어 아버지가 협박을 한다. '커피를 끊지않으면 이제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주지 않겠다.' 딸은 아버지에게 대꾸한다. '시끄러워요. 조용히 하세요!' 아버지는 협박의 강도를 높인다. '커피를 끊지 않으면 결혼도 시키지 않겠다.' 그 말에 딸의 태도가 180도 바뀐다. '남편을 구해준다면 커피를 끊을께요.' 아버지가 남편감을 구하러 간 사이에 딸은 아리아를 부른다. '"내가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커피를 마시게 하겠다"는 내용이 결혼서약서에 없으면 내 신랑이 될 수 없어요.' 얼마나 재미있는 극인가?
이 작은 오페라는 실은 카페에서 공연되었다. 이 음악은 1734년 경에 만들어졌는데 당시 바흐는 라이프치히에서 대학생들로 구성된 '콜레기움 무지쿰'이라는 악단을 이끌었고 이 악단은 '짐머만 커피하우스'라는 카페에서 주기적으로 공연을 했다. 바흐는 이 공연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든 것이다.
유럽대륙에 카페가 들어선 것은 17세기의 중 후반의 일이다. 17세기초에 가톨릭과 개혁 신교간의 전쟁이 일어났고 이 전쟁은 30년이나 지속되며 유럽을 황페화시켰다. 전쟁이 마무리된 후 사회가 안정을 되찾으며 중동 지역의 카페가 영국과 유럽 대륙에 소개되었다. 1640년 경에 베네치아에 만들어진 것을 필두로, 1652년에는 런던에, 1683년에 비엔나에, 1686년에는 파리에 들어섰다. 함부르크에는 1687년, 라이프치히에는 1694년이었다. 라이프치히에 카페에 들어서고 시민들이 커피를 즐기기 시작한 지 불과 40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이런 음악이 만들어질만큼 커피가 유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방의 레퍼토리에는 없지만 나는 맨 뒷 장면, 세명의 성악가가 감미로운 프루트소리와 어우려져 함께 부르는 부분을 제일 좋아한다.
'고양이가 쥐를 떠나지 않듯이 젊은 여인들은 커피를 좋아한다네(Die Katze lässt das Mausen nicht,Die Jungfern bleiben Coffeeschwe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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