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자행한 핵 오염수 해양투기 실태
이헌석 탈핵신문 편집위원
2024년 11월(127호)
전문: https://www.nonukes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1017
2020년 일본 정부가 처음 후쿠시마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출’을 결정했을 때, 일본 정부 설명자료에는 <전 세계 핵시설의 삼중수소 배출량> 자료가 실려있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중국, 한국 등 세계 각국의 핵발전소와 핵 재처리 시설에서 액체·기체 상태의 삼중수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에 대한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당시 후쿠시마 핵발전소 저장 탱크에 보관된 삼중수소의 양(약 850조 베크렐)은 전 세계 핵시설 배출량(약 1.3경 베크렐)에 비해 극히 작은 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쟁점이 되면서 다양한 방사성 물질 중에서 삼중수소가 문제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정작 이 자료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은 “일본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가볍게 넘어갔다. 조금 더 진지한 이들은 핵사고로 인한 오염수는 삼중수소 이외에도 다양한 핵종이 포함되어 있어 정상적인 핵시설 운영 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핵분열 시 발생하는 핵종의 숫자는 1천 종이 넘는다. 다양한 핵종마다 인체 영향과 반감기가 달라서 이를 삼중수소 1종으로만 국한 지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핵시설에서 삼중수소를 비롯해 다양한 핵폐기물을 액체·기체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핵시설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라면, 누구나 바다나 대기 중으로 액체·기체 핵폐기물을 버리고 있고, 그 양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해양 방출’ 방식을 선택했다. 국제사회에서 회의가 있을 때마다 ‘너희도 버리면서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반론을 펼쳤다. 2020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