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길었던 겨울,
지긋지긋하게 끝나지 않는 겨울,
끝인가 하면 다시 찾아오는 북풍 한파에 몸도 맘도 너무나 고단한 올 겨울입니다.
이 추운 겨울에도 유일하게 희망이었던 건, 밤이 깊을수록 너무나 투명하고 맑게 빛나는 겨울 별자리들이었습니다.
휴대폰을 들고 나가 일일이 별자리 지도를 맞춰보면서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을 만큼 유난히 반짝였던 이 겨울의 별들, 그게 가로등 없는 숲속 마을에 살고 있는 저의 커다란 기쁨이고 보람이었습니다.
겨우내 책방은 한가했고, 원래 가장 비수기인 지금 3월은 더욱 한가하고, 이렇다면 다가올 봄도 어쩌면 많이 썰렁할지 모르겠습니다. 책방에 손님은 적어 한갓지나 그렇다고 책방지기까지 한가한 것은 아니어서 지금 책방지기 앞에는 할 일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제주시 한라도서관에서 팝업북 전시를 이어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육지에서 했던 전시를 몽땅 끌고 섬으로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준비가 그리 녹록진 않습니다.
전시대며, 작품이며, 팝업북 책까지 자동차로 한번에 실어갈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을 조절해가면서, 모든 건 낱낱이 분해해서 섬에 가서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 길이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괴산에서 시작한 전시가 증평 청주를 지나 제주까지 이를 수 있음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책방이 가장 한가한 3월에 이 전시를 준비하고 기획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책방지기가 자주 제주로 출장을 다니고 있으나 책방은 도와주는 분들의 수고로 늘 열려 있습니다. 따스한 기운 안고 책방에도 많이 들러주세요.
열다섯 살, 부쩍 노쇠한 할아버지 나비를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짠합니다.
나비도 늙고, 책방지기도 늙고, 책방도 나이 들었습니다.
늙어서 이젠 추위도 힘에 부치는데....
봄은 얼른 오지 않아....
오지 않는 봄을 찾아 남쪽으로 길을 나서기도 하면서.....
그렇게 긴 겨울의 끝을 보내고 있습니다.
곧 봄이 오면,
괴산 골짜기 숲속작은책방에도 큰 웃음과 기쁨의 손님들이 찾아올 거라 생각하며 여전히 봄을 기다리는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