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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원전 중대사고는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인가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1절. 낮은 사고확률은 정말 안전을 의미하는가
1. 현장의 원전 안전관리 실태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흔히 두꺼운 격납건물이나 비상디젤발전기,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떠올린다. 원전사업자는 '다중방벽'과 '심층방어'를 설명한다. 하나의 장치가 고장 나더라도 다른 장치가 작동하고, 그것마저 고장 나면 다시 다음 장치가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틀린 설명은 아니다.
그러나 약 40년 동안 원전의 설계·검사·정비 현장을 경험하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조금 다르다. 원전 안전은 설계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안전은 결국 현장에서 완성된다.
밸브 하나가 제대로 닫혀 있는지, 배관에 작은 균열은 없는지, 작업자는 절차서를 지키고 있는지, 시험이 끝난 기기가 원래 상태로 정확하게 복구되었는지, 이상 신호가 나타났을 때 운전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실제 안전을 결정한다.
원전 사고는 거대한 기계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면서 시작되는 경우보다, 작은 이상과 판단 착오와 관리 실패가 여러 단계에서 겹치면서 확대되는 경우가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원전 안전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사건을 사소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최근 한국의 원전에서도 이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2025년 3월 12일 신한울 2호기가 정상 운전 중 정지했다. 원자로냉각재펌프(RCP)의 밀봉수 주입배관에 결함이 생겨 원자로냉각재가 누설됐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고온의 비상밀봉수 밸브가 비정상적으로 일부 열린 상태가 되면서 저온의 정상밀봉수와 계속 섞였고, 그 온도차 때문에 배관에 고주기 열피로가 발생하여 결국 관통균열로 발전했다. 더구나 다른 원자로냉각재펌프의 동일 부위에서도 내부 결함이 추가로 발견됐다.1
사고 조사 후에는 밸브가 부분적으로 열리지 않도록 설계를 변경하고 경보를 신설했으며 운전절차도 개선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설계할 때 예상했던 안전과 실제 원전을 운전하면서 확인되는 안전은 같지 않다.
그런데 2025년 신한울 2호기 정기검사에서는 이보다 더 생각해 볼 만한 사실들이 발견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218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기검사 과정에서 7건의 지적사항과 3건의 권고사항이 확인됐다. 그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었다.2
• 손상핵연료 수리 작업 절차서 미준수
• 제어봉 조립 시 간섭 방지 절차 미흡 및 절차서 미준수
• 후쿠시마 후속조치인 이동형 배수펌프의 지정 보관장소 미보관
• 원자로건물 청결도 검사·기록 관리 미흡
• 이동형설비 외부주입 점검절차 미흡
• 격납건물 국부누설률 시험 후 밸브를 복귀하지 않았음에도 기록지에는 복귀한 것으로 기록
• 원자로건물 관통계측배관 배수·배기밸브 닫힘 상태 점검 미수행
여기서 언급된 원자로건물의 '청결도' 문제는 단순한 환경미화 문제가 아니다. 대형 냉각재상실사고가 발생하면 방출된 냉각수는 격납건물 바닥의 재순환집수조로 모이고 다시 원자로 냉각에 사용된다. 이때 보온재 조각이나 작업 잔재물 같은 이물질이 집수조 여과망을 막으면 장기적인 냉각수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신한울 2호기에서 원자로건물 내 이물질 발생 가능 작업 이후 실시해야 할 청결도 검사가 23회 수행되지 않았고 기록도 누락된 사실을 확인해 지적사항을 발행했다. KINS는 원안위 회의에서 이러한 청결도 관리가 사고 시 재순환 유량 확보와 관련된 안전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는 시민단체의 주장이나 언론 보도가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공식 회의에서 규제기관의 기술지원조직이 보고한 내용이다. 더욱이 같은 검사에서 원자로 내부의 연료봉 1개 손상과 제어봉 변형도 확인됐다.
물론 이런 지적사항이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원전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규제검사를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원전 안전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원전 안전은 '안전장치가 몇 개 있는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전장치가 사고가 난 바로 그 순간 정말 작동할 수 있는 상태로 관리되고 있느냐의 문제다.
2019년 한빛 1호기 사건도 같은 교훈을 남겼다. 당시 제어봉 시험 과정에서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어 약 18%까지 상승하는 일이 발생했다. 원안위는 이후 특별조사와 함께 제어봉 운전, 운영기술지침서 준수, 안전문화 등의 문제를 점검하고 국내 원전 전반으로 후속조치를 확대했다.3 이 사건이 국내 원전의 출력 제어방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이 책 4장에서 다룬다.
결국 첨단 원자로라 해도 마지막 안전장벽에는 사람이 있다. 설계자가 있고 검사자가 있으며 운전원과 정비원이 있다. 그들을 관리하는 조직이 있고 그 조직을 감독하는 규제기관이 있다.
필자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비리 사건이 잇따르던 2013년부터 2년간, 한빛원전안전성검증단의 전문가로서 주민들과 함께 한빛 1호기부터 6호기까지 현장을 점검한 일이 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였음에도 700건이 넘는 현장 조치사항을 제시했고 한수원은 이를 수용했다. 세계를 뒤흔든 사고를 겪고도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따라서 원전 안전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원자로의 설계만 봐서는 안 된다. 설비의 안전성과 사람의 신뢰성, 조직의 안전문화와 규제의 독립성,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2. 원전의 안전성과 중대사고
그렇다면 '중대사고'란 무엇인가. 보통 원자로의 핵연료가 심각하게 손상되거나 녹기 시작하고, 정상적인 안전계통만으로는 사고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진행된 사고를 말한다.
원자로가 정지했다고 곧 중대사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원전에는 여러 단계의 방어체계가 있다. 이상이 발생하면 먼저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냉각기능을 확보하며, 방사성물질을 원자로용기와 격납건물 안에 가두도록 설계한다. 하나가 실패하더라도 다음 단계가 막도록 하는 것이 이른바 '심층방어(defence in depth)'다.
문제는 서로 독립돼 있다고 생각했던 방어벽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동시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바로 그 일이 벌어졌다.
대지진 발생 직후 운전 중이던 원자로들은 자동정지했다. 여기까지는 설계대로였다. 그러나 이어진 거대한 쓰나미가 발전소를 덮치면서 전원과 여러 안전설비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IAEA의 사고 분석에 따르면 지진과 쓰나미의 복합 영향으로 1·2·4호기는 교류와 직류 전원을 모두 상실했고, 3호기에는 제한적인 직류 전원만 일시적으로 남았다. 결국 1·2·3호기에서 냉각기능이 상실되면서 노심용융이 발생했다. 특히 1·3·4호기 원자로건물에서는 수소폭발까지 일어났다.4
여기서 매우 중요한 교훈 하나가 나온다. 안전설비가 여러 개 있다는 것과 독립적인 안전수단이 여러 개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전원을 공유하고, 냉각원을 공유하고, 같은 침수지역에 설치되어 있으며, 동일한 지진이나 화재·침수의 영향을 받는다면, 각각의 기기는 여러 개여도 하나의 공통원인(common cause)에 의해 동시에 무력화될 수 있다. IAEA 역시 후쿠시마 사고에서 쓰나미가 여러 방어단계를 무력화하면서 1~3호기의 노심용융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후쿠시마 사고 전에도 일본의 원전에는 수많은 안전설비와 사고절차가 있었다. 그럼에도 중대사고는 발생했다. 왜 그랬을까. 안전설비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설계자가 상정했던 세계보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 더 복잡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원자력 안전에서 '설계기준을 넘어서는 사고'를 계속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며, 공통원인에 의한 다중 복합사고가 중대사고로 이어지는 경로다.
3. 낮은 사고확률은 안전을 의미하는가
이제 원전 안전 논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에 도달한다. 그런 중대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가?
원자력 분야에서는 이를 평가하기 위해 확률론적안전성평가, 즉 PSA(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지표가 노심손상빈도(CDF, Core Damage Frequency)다. 예를 들어 신한울 2호기 운영허가 심의에서 원안위는 정량적 성능목표로 노심손상빈도 10⁻⁵/년 미만, 대량조기방출빈도(LERF) 10⁻⁶/년 미만을 제시했다.
10⁻⁵는 숫자로 쓰면 0.00001이다. 이를 흔히 '10만 년에 한 번'이라고 쉽게 설명한다. 그러나 이 표현에는 상당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노심손상빈도 10⁻⁵/년은 이 원전에서 앞으로 10만 년 동안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수많은 기기 고장률, 운전원 오류 가능성, 사고 진행경로 등을 조합한 확률모형에서 계산된 '원자로·년(reactor-year)당 기대빈도'다.
자동차에 비유해 보자. 어떤 사고 확률이 10만 회 운행당 1회라고 해서, 자동차 한 대가 9만 9,999번 운행할 때까지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첫 운행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끝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핵연료가 녹는 사고의 빈도인 노심손상빈도도 마찬가지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PSA의 숫자는 자연에서 직접 측정한 사고확률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모델의 계산 결과라는 사실이다.
계산하려면 어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 펌프의 고장률, 밸브의 실패확률, 운전원의 오류 가능성, 화재, 침수, 지진 등을 가정하고 사고 진행경로를 구성한다. 따라서 생각하지 못한 사고는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잘못 평가한 외부재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여러 설비가 동시에 실패하는 상관관계를 과소평가하면 계산값도 작아진다. 사람과 조직의 행동을 숫자로 표현하는 데에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미국 NRC의 대표적인 중대사고 위험평가인 NUREG-1150도 이 문제를 명확하게 지적했다. 인간요인과 외부사건 등을 얼마나 완전하게 다루었는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10⁻⁵/reactor-year보다 훨씬 낮게 계산된 노심손상빈도는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5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원자력계 스스로도 PSA가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는 계산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보여준 것도 같은 문제다. 발전소에는 비상발전기도 있었고 배터리도 있었으며 여러 냉각계통도 있었다. 개별 장비의 신뢰도만 보면 상당히 높은 안전성을 가진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쓰나미라는 하나의 외부사건이 전원·냉각·계측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잃게 만들었다.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서로 독립적이라고 생각했던 방어벽이 실제로는 하나의 사건에 의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면, 위험은 전혀 다르게 보아야 한다.
따라서 PSA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PSA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어느 기기가 위험에 크게 기여하는지, 어떤 사고경로가 취약한지 찾아내고 안전설비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PSA의 역할을 넘어서는 해석이다. 계산된 사고빈도가 낮다는 사실만으로 원전이 안전하다고, 나아가 국가가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기서 원자력 안전 논쟁의 질문을 한 단계 바꿀 필요가 있다. '사고확률이 얼마나 낮은가'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확률을 P,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를 C라고 하면, 위험은 가장 단순하게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위험(R) ≈ 확률(P) × 결과(C)
원전은 바로 여기서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진다. 사고확률 P는 매우 낮게 관리하려 하지만, 중대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결과 C는 매우 클 수 있다. 더구나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며 한 부지에 여러 원전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사고 결과의 크기가 단순히 발전소 한 기의 경제적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사고가 얼마나 드문가'가 아니라 '그 드문 사고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 우리는 감당할 수 있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계산된 사고확률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중대사고관리계획서는 실제 최악의 상황을 어디까지 상정하고 있는가. 한 부지의 여러 원전이 동시에 위험에 빠지는 상황은 충분히 검토했는가. 지진과 침수, 폭염과 해수온도 상승 같은 외부위험은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에는 더욱 현실적인 질문이 남는다. 만약 모든 방어가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누가 책임지고, 누가 보상하며, 국가와 국민은 그 비용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가.
2절. 사고관리계획은 최악의 사고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1. 중대사고를 관리한다면서, 중대사고는 일어나면 안 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원자력계에 던져진 가장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었다. 설계가 실패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원전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안전설비를 설치하더라도 설계자가 예상한 범위를 넘어서는 사고 가능성까지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이것을 현실로 보여주었다. 지진이 발생하자 원자로는 정상적으로 정지했다. 하지만 뒤이어 쓰나미가 닥치면서 외부전원과 비상전원이 잇따라 상실되었고 냉각기능도 무너졌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안전의 첫 번째 단계라면, 예방에 실패한 다음 사고가 어디까지 확대되는지를 막는 것 역시 안전이다. 우리나라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 중대사고를 포함한 사고관리계획을 법제화했다.
그런데 사고관리계획의 평가기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규정이 나타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 「사고관리 범위 및 사고관리능력 평가의 세부기준에 관한 규정」 제6조는 중대사고 예방능력을 평가하면서, 다중고장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자로 또는 사용후핵연료저장시설의 핵연료에 '현저한 손상이 발생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묘한 역설이 생긴다. 중대사고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중대사고 예방능력의 합격기준이 사실상 중대사고의 출발점인 현저한 핵연료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이런 구조다. '중대사고에 대비하라. 그런데 중대사고 예방대책을 평가할 때에는 현저한 핵연료 손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물론 이를 두고 문자 그대로 '법으로 중대사고를 금지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바로 다음 제7조는 '노심의 현저한 손상 이후'를 명시적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방사성물질의 대량방출을 막기 위해 원자로격납건물의 방호벽 기능이 상실되지 않도록 요구한다. 즉 규제구조는 두 단계로 되어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노심이 크게 손상되고, 격납건물의 방호기능마저 실패하여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환경에 방출되는 최악의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바로 이것이 국가의 위험을 따지는 입장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사고다.
안전기준은 당연히 '노심이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격납건물이 기능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안전목표와 위험평가는 다르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안전목표이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증명이 아니다.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규정이 허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 사고는 법률의 허락을 받고 찾아오지 않는다.
2. 사고관리계획서가 있다고 안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관리계획은 단순한 비상연락망이 아니다. 전원을 모두 잃으면 어떻게 전기를 공급할 것인지, 냉각수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노심손상이 시작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동형 발전차와 펌프는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지, 누가 지휘하고 어떤 인력이 투입될 것인지 등을 정한다. 이는 분명 후쿠시마 사고 이전보다 진전된 안전체계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사고관리계획서의 승인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증명서가 아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 놓은 계획에 대한 승인일 뿐이다. 더구나 가동 원전의 경우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된 이후에도 필요한 설비의 설계변경과 설치가 뒤따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것은 계획서에 어떤 문장이 적혀 있느냐가 아니다.
• 이동형 발전기가 실제 필요한 장소까지 갈 수 있는가.
• 대규모 지진으로 도로가 파손되어도 사용할 수 있는가.
• 전원이 끊기고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도 지휘체계가 유지되는가.
• 고온·고방사선 환경에서도 장비가 살아남는가.
• 운전원은 실제로 그 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가.
종이 위의 사고관리와 사고현장의 사고관리는 다르다.
3. 한 부지의 여러 원전이 동시에 사고가 난다면
한국 원전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후쿠시마 사고가 보여준 다수호기 사고다. 다수호기 사고는 그동안 원자력계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던 사고 유형이다.
고리·월성·한울·한빛에는 여러 원자로가 한 부지에 집중되어 있다. 평상시에는 각각의 원자로가 독립된 원전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진·해일·대규모 침수 같은 외부사건은 원자로를 한 기씩 골라서 공격하지 않는다. 후쿠시마가 그 사실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의 사고관리계획도 다수호기 사고를 고려하고 있다. 이동형설비와 대응인력 등도 여러 호기의 동시사고를 고려해 준비한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발전기와 펌프의 숫자를 원자로 수만큼 늘리는 것으로 끝나는가 하는 것이다.
6기의 원전이 있는 부지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했다고 생각해 보자. 전원과 냉각수가 동시에 필요하다. 이동형 발전차와 펌프도 필요하고 이를 운전할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도로가 끊기고 통신시설이 파괴될 수도 있다. 한 원전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되면 옆 원전으로 접근하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동일한 지진이 여러 설비의 공통된 취약점을 동시에 공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생긴다. 여섯 개의 단일호기 사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과 하나의 '6개 호기 동시사고'는 같은 사고가 아니다.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각각의 원자로에서 계산한 위험을 단순히 더한 숫자가 아니라, 한 지역의 원전군 전체가 동시에 위기에 빠졌을 때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험이다.
4. 지진과 기후는 우리의 설계조건을 읽지 않는다
원전의 지진 안전성을 설명할 때 흔히 지반가속도(g)를 인용하여 '몇 g까지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이 정한 설계기준에 맞추어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 지진자료와 단층을 조사하고 설계지진을 결정하지만, 지진의 크기와 발생빈도 자체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특히 지진은 펌프 하나나 밸브 하나만 공격하는 고장이 아니다. 전원, 구조물, 배관, 냉각설비, 도로와 통신, 그리고 여러 원자로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공통원인사건이다.
기후변화도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폭염, 해수온 상승, 집중호우, 홍수, 태풍과 해수면 변화는 원전 밖의 환경문제가 아니다. 원전은 정지한 이후에도 핵연료의 붕괴열을 계속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전원과 함께 최종열제거원이 중요하다.
따라서 40년, 60년, 나아가 80년을 사용하는 시설이라면 건설 당시 정했던 환경조건이 미래에도 그대로 유효한지 계속 물어야 한다. 설계기준을 만족했다는 사실과 미래의 자연현상이 그 기준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실제로 해수온이 오르자 설비를 개선하는 대신 설계해수온도 기준을 올려온 경위에 관하여는 이 책 10장에서 다룬다.
5. 그렇다면 최악의 사고는 누가 계산하는가
사고관리계획을 살펴보다 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노심손상을 막는 데 실패하고, 격납건물의 방호기능까지 실패하고,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환경으로 방출되면 어떻게 되는가?
• 얼마나 많은 방사성물질이 방출되는가.
• 어느 지역까지 오염되는가.
• 얼마나 많은 주민이 대피해야 하는가.
• 토지와 산업시설을 장기간 사용하지 못한다면 손실은 얼마인가.
• 그리고 그 피해를 대한민국이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노심손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규제기준만으로는 부족하다. 노심손상이 일어났다고 가정해야 한다. 격납건물까지 실패했다고 가정해야 한다. 그리고 최악의 결과를 끝까지 계산해봐야 한다.
안전규제의 목적이 사고를 막는 것이라면, 국가정책의 목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고예방에 실패했을 때 국가가 감당해야 할 결과까지 판단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사고관리 규정을 볼 때마다 이 역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규정으로 중대사고를 없앨 수는 없다.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안전목표와 '그래도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위험평가는 다르다. 진짜 안전은 두 번째 질문까지 해야 완성된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다음 절의 질문이 시작된다. 그 최악의 사고가 정말 발생한다면 피해는 얼마나 되고, 그 돈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3절. 원전사고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는가
― 수백조 원의 사고와 5천억 원의 안전망
앞 절에서는 사고관리계획의 한계를 살펴보았다. 이제 더 현실적인 질문을 해보자. 원전에서 정말 중대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가 그 피해를 책임지는가?
원전 사고의 특징은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데 있지 않다. 발생확률은 낮지만 한 번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환경에 방출되면 피해의 범위가 발전소 울타리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민이 대피해야 한다. 농경지와 바다가 오염될 수 있다.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고, 주택과 토지의 가치가 떨어진다. 오염지역을 제염해야 하고 수십 년에 걸쳐 사고 원전을 해체해야 한다.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고, 국가는 장기간 복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낮은가가 아니라, 정말 사고가 났을 때 누가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
1. 후쿠시마가 보여준 사고비용의 크기
우리는 이미 실제 사례를 하나 가지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은 2024년 발전비용 검증 과정에서 후쿠시마 사고 대응비용을 약 26.2조 엔으로 추산했다.6
표 2 후쿠시마 원전 사고대응비용 추정치 (출처: 일본 자원에너지청 발전비용 검증자료, 2024)
더구나 이것은 사고의 모든 사회·경제적 손실을 완벽하게 계산한 숫자도 아니고, 최종 확정비용도 아니다. 폐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로부터 15년이 지난 뒤에도 그 비용이 끝나지 않고 계속 새로 생겨나는 구조에 관하여는 이 책 7장(김해창)에서 다룬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몇 조 엔이냐가 아니다. 대형 원전사고의 경제적 결과는 수백억 원이나 수조 원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조 엔, 즉 수백조 원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보다 국토가 좁고 인구와 산업시설의 밀도가 높다. 고리원전 주변에는 부산·울산이라는 거대한 산업·생활권이 있다. 월성 주변에는 경주와 산업도시 포항·울산이 있고, 한빛과 한울 역시 사고의 영향이 발전소 경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따라서 후쿠시마와 똑같은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날 경우 피해액이 얼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상조건, 방출량, 대피범위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몇천억 원의 손해배상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2. 한국의 배상책임한도는 2021년 세 배로 올랐다
우리나라도 원전사고에 대비한 특별한 법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 손해배상법」이다. 일반적인 사고와 달리 원자력사고에서는 피해자가 사업자의 과실을 일일이 증명하도록 하지 않는다. 원자력사업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우고, 책임을 원자력사업자에게 집중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한도가 있다. 한국은 원래 원자력사업자의 배상책임한도를 사고 한 건당 3억 SDR로 정하고 있었다. SDR(Special Drawing Rights)은 IMF의 특별인출권을 기준으로 하는 국제적 계산단위로, 원화 환산액은 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2014년 정부는 3억 SDR을 약 5,000억 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를 경험한 이후 이 정도로 충분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결국 2021년 「원자력 손해배상법」이 개정됐다. 법 제3조의2의 사업자 배상책임한도를 3억 SDR에서 9억 SDR로 세 배 올린 것이다. 법률만 보면 상당히 강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3. 법은 9억 SDR인데 시행령은 여전히 3억 SDR
'배상책임한도'와 '배상조치액'이라는 두 용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배상책임한도는 사고가 났을 때 사업자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최대한도다. 반면 배상조치액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제 배상이 가능하도록 사업자가 미리 보험계약·정부와의 보상계약·공탁 등의 방법으로 확보해 놓아야 하는 재정적 담보다.
그런데 2021년 법률은 배상책임한도를 9억 SDR로 올렸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행령의 배상조치액은 따라 올라가지 않았다. 2026년 현재 「원자력 손해배상법 시행령」 별표 1의 발전용 원자로 배상조치액은 여전히 3억 SDR이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시행령이 배상조치액을 정할 때의 원칙 자체가 '배상책임한도액과 동일한 수준의 재정적 담보를 확보하도록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원칙대로라면 2021년 책임한도를 9억 SDR로 올렸을 때 배상조치액 역시 이에 맞춰 검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법 개정 후 5년이 지난 2026년에도 시행령은 3억 SDR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학술지에 발표된 국내 원자력손해배상제도 연구 역시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한다. 법률상 책임한도는 9억 SDR로 증가했지만 사업자의 실질적 부담인 배상조치액은 3억 SDR로 유지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7
법적으로는 사업자의 책임한도를 세 배 높였다. 그러나 실제로 미리 확보하도록 한 배상재원은 여전히 3억 SDR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법의 숫자는 세 배가 되었는데, 사고가 난 직후 피해자를 위해 준비해 놓은 안전망은 그대로인 셈이다.
4. 더 놀라운 것은 '원자로 한 기당' 3억 SDR도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앞 절의 다수호기 사고와 직접 연결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시행령 별표 1은 손해배상조치를 원칙적으로 동일한 사업소를 기준으로 하도록 규정한다. 발전용 원자로가 여러 기 있는 경우에도 최대 6기까지 하나의 손해배상조치 단위가 될 수 있다. 6기를 초과해야 초과 원자로에 대해 별도의 손해배상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앞 절에서는 대규모 지진이나 해일이 발생하면 여러 원자로가 동시에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살펴보았다. 그런데 손해배상제도에서는 최대 6기의 발전용 원자로가 하나의 배상조치 단위로 묶일 수 있다.
다수호기 사고의 위험은 여러 기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배상조치는 원자로 한 기마다 별도로 쌓아두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바로 다수호기 사고였다. 안전에서는 다수호기 사고를 걱정하면서 손해배상에서는 사업소 단위의 제한된 재정적 담보를 유지한다면, 국가적 위험의 관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5. 3억 SDR을 넘으면 결국 누가 책임지는가
그렇다면 사고피해가 배상조치액을 넘어가면 어떻게 될까. 우리 법은 이런 경우까지 이미 예상하고 있다. 「원자력 손해배상법」 제14조는 원자력사업자가 배상해야 할 손해액이 배상조치액을 초과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정부가 원자력사업자에게 필요한 원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때 정부의 원조는 국회의 의결로 허용된 범위에서 이뤄진다.8
바로 여기에 원전사고의 경제학적 본질이 숨어 있다. 평상시에는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제활동이다. 그러나 사고규모가 사업자가 사전에 확보한 배상능력을 넘어서는 순간, 문제는 국가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후쿠시마가 그것을 현실에서 보여주었다. 일본에서도 도쿄전력의 책임은 무한책임이었지만 사고피해가 워낙 커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 지원체계를 구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수적인 일본 정부 자료에서조차 사고 복구비용을 26.2조 엔 규모로 예상하고 있으며, 민간 평가액은 600조~800조 원까지 올라간다.9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떨까. 사업자가 준비해야 하는 돈은 3억 SDR인데, 최악의 사고비용은 수십조·수백조 원의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 사이의 거대한 간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보험회사도 아니고 발전회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국가와 국민이 서게 된다.
6. 누가 원자력의 위험을 소유하는가
여기에서 원전사고 위험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자동차 운전자가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위험이 보험료라는 가격으로 운전자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의 규모가 너무 커 민간보험시장이 전부 인수할 수 없고,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가 최후의 위험 인수자가 되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고위험의 상당 부분이 전기요금이나 발전원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사회 전체로 이전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서 원전의 손해배상제도는 단순한 보험제도가 아니다. 누가 원자력의 위험을 소유하는가를 보여주는 제도다. 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때의 편익은 전력회사와 산업, 소비자가 누린다. 그러나 최악의 사고가 났을 때 수백조 원의 피해를 국가와 미래세대까지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기업 하나의 경영위험이라고 할 수 없다. 바로 국가적 위험이다.10
원전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사고확률이 낮다는 데 있지 않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과 국가가 실제로 감당해야 할 피해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2021년 우리는 법률의 숫자를 3억 SDR에서 9억 SDR로 올렸다. 그러나 실제 배상조치액은 아직 3억 SDR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가 보여준 사고비용의 세계는 이미 그보다 몇십 배, 몇백 배, 아니 1천 배까지 클 수 있다.
그렇다면 서장에서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업자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을 국가와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산업에, 우리는 과연 국가의 미래를 걸어도 되는가?
주
1. 원자력안전위원회 제218회 회의록.
2. 원자력안전위원회 제218회 회의록, 2025년 8월.
3. 원자력안전위원회, 2019년 주요업무보고.
4. IAEA, The Fukushima Daiichi Accident, 2015.
5. U.S. NRC, NUREG-1150, Severe Accident Risks: An Assessment for Five U.S. Nuclear Power Plants, 1990.
6. 経済産業省 発電コスト検証ワーキンググループ, 「発電コスト検証に関するとりまとめ(案)」, 令和6年 12月 16日.
7. 강형구·전상경, 「해외사례 비교를 통한 국내 원자력손해배상제도 개선방안」, Korean Energy Economic Review, 2022.3.31., 23-56쪽.
8. 「원자력 손해배상법」 제14조.
9. 한국일보, 「'싼 에너지'의 대가? 후쿠시마 제1원전의 막대한 보상·폐로 비용」, 2021.3.7.
10. 원전의 비용구조와 투자위험을 자본의 관점에서 다룬 논의는 이 책 3장(김대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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