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쯤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일요일 이었고, 지금의 남편인 애인과 데이트를 하고서 저녁 9시쯤 귀가하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버스에서 내려 주택가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집에 도착을 하는데, 주택가를 지날 무렵 어디서 갑자기 남자가 나타나서
전봇대로 나를 밀어부치면서 내 옆구리에 칼을 들이밀었다. 그 칼은 예전 시골에서 쓰던 무딘 쇠로된 식칼이었다.
너무나 급작스럽게 당한 나는 어쩔줄을 몰랐지만,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찰라
남자는 내게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나는 강도를 만난 것이다.
난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다. 그래서 돈이 없다고 그에게 말을 했다.
그 남자는 순식간에 내 빽의 줄을 칼로 끊고 빽을 가지고 달아났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멍하니 서있었다.
그런데 바로 앞에 방범초소가 있는데, 초소안에는 비어있었다.
나는 갈등했다. 오던 길을 다시 내려가면 파출소가 있는데 가서 신고를 할까 아니면 어차피 돈도 없으니
가방안에 잃어버려도 아쉬울 것도 없고 하니 그냥 집으로 갈까 그러는 순간 길 아래쪽에서 경찰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경찰은 어디로 갔느냐고 물어서 그 남자가 사라진 골목을 가르켜주었다.
경찰 두어명이 남자가 사라진 골목으로 가고 한명은 내게 괜찮으냐고 물었다.
나는 경찰에게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물으니 경찰은 옆에 서있는 꼬마를 가르키면서 이 아이가 신고했다고 했다.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정도로 보였다.
아이에게 어떻게 신고했느냐고 물었다.
아이의 대답이 처음에는 연인사이인줄 알고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웬지 느낌이 이상해서 파출소에 내려가서 신고했다고 했다.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을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무심코 아이를 본 것도 같긴 한데 아마도 기대도 못
했었는가보다. 어쨋든 이 아이가 정말 고마웠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여기고 신고 해 주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례라도 좀 할껄 너무나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지나쳐버렸다.
잠시후에 남자가 경찰들에게 잡혀 왔다.
남자가 도망친 곳은 막다른 골목이어서 남자는 차 밑에 숨어있었다고 했다.
남자와 나는 같이 동네 파출소로 갔다. 경찰들이 남자의 몸을 수색하니 유리를 자르는 칼이 주머니에서 나왔다.
경찰은 이렇게 흉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특수강도가 되며 감옥살이를 8년은 해야 한다고 했다.
남자와 나는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옮겨갔다.
남자는 바로 수감되고 나는 새벽 2시까지 조서를 꾸미고, 경찰차로 집에 데려다 주었다.
집에 돌아오니 내가 그렇게 험한 일을 껶었는데도 아무도 모르고 모두들 잠을 자느냐고 집안이 고요했다.
그 이후로 강도의 집에서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집안에 우환이 있어서 그날도 어머니의 산소에 갔다 와서 가족이 말다툼이 있었고, 그 후로 나가서 술을 먹고
술김에 그런일을 저지른 거 같다고 사과를 했다.
그 남자는 직장에서도 성실한 사람이라고 주머니에서 유리칼이 나온 것은 하는일이 연관이 있어서 그렇다고 직장의 동료들
서명을 받을 것을 보여 주기도 했다.
나더러 그 사람의 탄원서를 적어달라고 몇일이고 따라 다녔다.
엄마가 그럼 합의금으로 10만원을 요구하라고 하셔서 그들이 흔쾌히 10만원을 건네 주었다.
나는 그 남자를 위해 탄원서를 A4용지 두장정도 빽빽하게 적어주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직 젊은 사람이 술김에 인생을 망치게 할 수없었고, 내게 강도짓을 하는 순간에도 나는 그 남자가
순진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었다. 그는 덜덜 떨면서 내게 다가와서 서투른 몸짓으로 돈을 요구했으며,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칼은 무디디 무딘 쇠로된 식칼이었던 걸로 그가 진정한 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터였다.
그러한 내용을 탄원서에 적으면서 진심으로 그가 선처받기를 원한다고 적어주었다.
탄원서를 받아쥔 가족들은 흡족해 하였다. 문장까지 너무나 좋다고 칭찬까지 하면서 탄원서가 감동적이라고 까지 했다.
드디어 재판날이 다가오고 나는 피해자로 증인석에 서게 되었다.
탄원서를 내가 쓴 것이 맞느냐고 질문하였고, 왜 이렇게 까지 호의적으로 적어주었느냐고 하였으며, 마지막에는 혹시 친척은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재판이라는 것을 처음 겪는 일이고 나름 긴장이 되었는지 엄청난 두통이 나를 덥쳐서 너무나 힘이들었다.
그리고 내려오는데 그 남자쪽 한사람이 내게 다가오더니 그렇게 밖에 못 써주느냐고 나에게 생떼를 썼다.
아니 가족도 만족했고 판사도 친적이냐고 까지 물을 정도로 성의껏 써줬는데 뭐가 문제라고 나에게 시비인지 짜증이 몰려오면서
두통이 더욱 나를 괴롭게 해서 도망치듯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나는 그사람이 그 강도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무례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상했다.
후에 그 강도의 가족이 전화를 해 왔다.
8년의 징역을 살아야 하는데 덕분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나는 그 무례한 사람이 누군지 묻고 싶었지만,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 거릴 것 같아서 알았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 사건은 20대의 나에겐 큰 사건이고
교훈이 두가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신고해준 초등학생의 따뜻한 마음과 베려이고
선의를 베풀었음에도 고마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못해줬다고 심통을 부리는 무례함에서 만족할 줄 모르는 이기심을 보게된것이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나를 지키고 보호해 주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겪은 소중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