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사이-
처음에 제목만 읽고 내용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하늘과 땅사이... 하늘과 땅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역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이 소설을 읽어본 친구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어렵고 난해하다고 했다. 무슨 이야길 하려는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어서 나도 읽기 시작할 때에는 부담감이 꽤 컸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주제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생명존중 사상일까? 사람과 사람들의 헛된 만남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작가는 나와 여자와의 만남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이 소설은 '나'라는 사람이 외숙모의 부음을 듣고 문상을 가는 길에 광주 종합 터미널에서 우연히 어깨가 부딪힌 한 여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며칠간의 예기치 않은 여행을 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여행이랄 수도 없지만.
총 9개의 단문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처음엔 '나'라는 사람이 독자에게 자신이 문상을 가지않고 여자를 따라온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고, 그 다음장부터 1번부터의 번호가 매겨진다. 주요 등장인물은 원하지 않던 임신으로 자살을 하려고 했던 한 여자와 그 여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여자가 묶는 여관까지 따라와 한번의 성관계를 맺는 '나', 그리고 소설 곳곳에서 등장해 나의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소리꾼들의이야기를 해주기도 하다가 마지막에는 '나'가 여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게 나에게 조언과 충고조의 말을 해주는 여관 주인남자이다.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봐서 이제는 사람들의 얼굴만 보고도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그 주인장은 여자의 어떤 표정을 보고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나는 어떤 이유로 어깨 한번 부딪치고 말 수 있었던 여자르 ㄹ쫓아 완도까지 가게 됐는지, 여자는 어떻게 '나'가 자신과 아이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지 나느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 정말로 세상에는 인연과 우연이라는 것이 구변되는 것일까...
작품을 읽어보면 주인장이 나에게 대접하는 감성돔 회와, 100일 동안 머물며 동백꽃이 필 때까지 머물겠다는 소리꾼들... 그리고 빨갛게 피어나는 동백꽃이 나오는데 이것들이 이 소설에서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되는건지 생각해 봤다. 감성돔은 회는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나 뜨고 나서 바로 먹는게 좋다고 한다. 그것도 상추, 마늘에 싸서 먹는 것이 아니라 와사비에 무즙만 풀어서 찍어먹어야 제맛이 난다. 또한 소리꾼들은 동백이 피는 것을 보려고 100일 동안 완도에 머무르며 소리를 한다. 그것은 다들 소리를 얻고 돌아갈 작정으로 내려온다느 ㄴ얘기다. 그러나 눈속에 파묻힌 동백꽃 모두가 피는 것이 아니듯, 그들도 소리를 얻고 돌아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따. 여자는 임신한 몸으로 남자에게 버림받아 그 남자와 처음 관계를 했던 곳으로 목숨을 버리러 오지만 자신와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그에게서 또다른 생명을 얻는다. '나'와의 관계로 여자를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전생을 지우기 위해 나와의 관계를 원했고, 그리하여 아이는 살리되 아이의 아비에게서는 놓여날 수 있었다고 중얼거리며 '내' 팔 안에서 깊이 잠이 들었다고 했다.
여자는 완도에 머물면서 소리를 얻지 못하고 바다에 뛰어든 소리꾼 여자와는 달리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다 완도에 머무르면서 새로운 삶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완도는 여자에게 있어서 생명을 준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에 닿아 색연피롤 줄을 그어 놓은 곳이 있다. "사람에겐 흔히 상대적인 진실이란 게 있어서 서로가 터놓고 얘기하지 않으면 끝내 밝혀지지 않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요컨대 이쪽 마음을 숨기고 있는 마당에는 저쪽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더군다나 제 마음의 정체까지 모르고 있다면 정녕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는 구절이다. 이 글에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이 소설의 주제는 잘 모르겠고 다만 한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엔 상대적인 진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