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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이성호의 복수였어."
거의 마지막에 민서영(한혜진)이 내뱉는 대사입니다. 이 뒤로 진짜 생각하지 않았고, 단순히 스릴의 반복으로 보였던 영화가 한순간에 뒤집히게 됩니다.
이야기 줄거리는 쉽게 아실 수 있듯이, 이성호(류승범)가 토막살인 용의자로 체포당합니다. 피해자를 부검한 강민호(설경구)는 미국에 나갔던 딸을 기다리던 중, 딸이 납치당했고 이성호를 풀어주지 않으면 딸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협박을 당합니다. 여기까지가 예고편에서 볼 수 있는 줄거리이고, 스포일링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 뒤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범죄라는 분류에 있기때문이기도 하고, 솔직히 예고편에 나오는 이성호라는 역할에 불만이 있었기때문입니다. 예고편에서 봤을 때는 추격자에 나온 싸이코패스에 철학적 면모를 살짝 더한 캐릭터로 보였기때문입니다. 광고 문구 중 하나였던, '국내 영화 중 부검 장면을 가장 잘 다룬'이라는 수식어는 오히려 저한테 좋게 와닿지 않았지만(비위가 그리 좋지 않았기에) 캐릭터에 대한 염려와 '뭐, 결국 그 이상을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사이코패스와는 이성호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성호라는 캐릭터는 매우 이성적인 캐릭터였고, 단순히 살인을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매력적인(여기서 매력적이라는 말은 이성적 매력이나 호감보다는 관객을 휘어잡는) 캐릭터는 아니라 느꼈습니다. 용서는 없다를 보면서, 주인공 격인 세 캐릭터 다 캐릭터 성으로 뛰어나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습니다. 형사인 민서영의 경우, 이야기를 쫒아가는 역할이라서 캐릭터자체가 부각되는 경우는 없었고, 이전에 '그놈 목소리'에서 이미 부성애를 보여준 적 있는 설경구씨였지만, 이번에는 애정보다는 강민호가 이성호에게 부딪히는 분노가 드러난 느낌이었습니다.(매우 개인적으로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원래 감상이라는 건 개인적이니까요.)
다만, 놀란 건 그렇게 협박을 받아서 행동을 하면서 이야기가 튀어나가는 급박함 후에 가장 최종의 반전이 있었기때문입니다. 보통 어떤 단서가 두번이나 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더 놀랬습니다. 게다가 어찌보면(나중에 생각에 생각을 하다가 혹시 이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될 때) 복선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도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더 전혀 생각지 못 했습니다.
보통 좋은 영화를 보면, 영화보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 영화의 경우, 과연 보길 잘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부검장면 탓도 아니고, 19금이라서 드러난 몸 탓도 아니었지만, 조금 충격을 받았기때문입니다. 보통은 영화보고 좀 피곤해서 사람들이 좀 빠져나가고 나서 나가는데, 이번에는 급하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밝은 곳에 가서 빨리 이야기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