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웰촌포털(http://www.welchon.com)에 실린 11월 칼럼입니다.-
‘스토리텔링 어떻게 접근하지!’
송종대(체험놀이창작연구소)
지금은 그 열기가 가라앉았지만 가수들끼리 순위경쟁을 하는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얼마 전까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가수의 성공에 가장 지대한 공을 세운 가수를 뽑으라면 많은 시청자들은 가수 임재범을 꼽을 것이다. 노래만 잘하는 가수였다면 임재범의 신화는 아마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아내의 암투병 이야기는 임재범의 노래와 하나가 되었고 평가단과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작년 양평 서후리에 주민교육을 가서 강의 전, 마을 안내를 받았다. 마을 꼭대기에 있는 허름한 집을 지나치는데 안내 해주시던 분에게 ‘이 집이 김기덕 영화감독의 작업실이었다.’라는 말을 듣자마자 걸음을 돌리고 사진촬영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사진촬영은 이병헌과 김태희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TV 드라마 ‘아이리스’ 작가의 작업실 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영화감독 김기덕의 작업실] [아이리스 작가 작업실]
‘집 주인이 누구다.’ 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아닌 유명인의 집이었다는 사실이 특별함과 함께 촬영의 동기부여를 해 주었다.
‘이야기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를 앞서 언급 해 보았다.
최근 취업을 위한 이력서에도 ‘스펙(자격,경력)보다는 스토리(이야기)를 써라’라는 방법론과 관련서적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체험마을에서도 ‘스토리텔링(이야기를 들려주는 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너도 나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야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빈말이 아닌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체험마을에서도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교육이 많아지고 배운 내용을 체험에 접목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라 체험객에게 상황몰입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방법론이 부족하다보니 해설 형태가 대부분이고 일부 전통마을에서는 과거 상황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에 이성(理性)과 교육적 요소가 많으면 따분하다 ‘정조대왕 화성행차 재현 행사’예를 들면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 해 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체험마을은 이야기에 이어서 바로 체험이 가능한 물리적 공간을 가지고 있다.
방법적으로는 오전, 오후 보다는 야간에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밤이 되면 사람은 감성과 상상의 세계가 열린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교촌마을에서 일할 때 직접 만든 이야기와 체험을 간단하게 소개 해 볼까 한다.
『지금으로부터 300여 년 전 어느 날, 멸문을 당한 가난한 젊은 부부가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교촌마을에 동냥을 하러 왔다. 마침 향교를 관리할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밥술이라도 마음 놓고 뜨기 위해 부탁을 했다. 향교의 최고 어른은 젊은이의 행색이 초라해도 범상치 않음을 알아보고 허락을 했지만 ‘딸이 태어나면 그만 두어야 한다.’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조건을 내 걸었다. 아내가 임신을 한 상태였지만 지금당장 입에 풀칠이 급하여 딸이 태어나면 나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향교의 관리인으로 일이 시작했다. 향교 어른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아내의 산통이 시작되었다. 누구를 탓하랴 그렇게도 바라던 아들이 아니라 딸이 태어나 약속대로 향교 일을 그만 두어야 했다. 젊은 부부는 메달리며 부탁을 했지만 향교 어른들로 내려오는 법도라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밖으로 내 몰리자 갓난아기가 먼저 죽고, 이어서 젊은이도 굶어 죽게 되었다. 아무리 옛날부터 내려 온 법도지만 갓난아기와 남편을 잃은 아내는 향교어른들을 원망하며 교촌마을 앞에 있는 정자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을 했다. 얼마나 한이 컸는지 목을 맨 나뭇가지가 말라 죽게 되었다. 이것을 본 교촌마을 사람들은 굶어죽은 가족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가족들이 굶어죽은 음력 7월에 정자나무에 옥수수를 걸어두는 풍습이 생기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밤에 정자나무에 옥수수 걸어놓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날 밤, 체험객의 비명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교촌마을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이야기가 없는 옥수수 걸어놓기와 이야기가 있는 옥수수 걸어놓기 체험 프로그램의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비안향교] [나뭇가지가 죽어있는 정자나무]
이처럼 장소가 이야기와 만나고 다시 체험프로그램이 만나면 이야기는 다시 생명력을 얻게 된다.
위인의 전설과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무릎팍에서 전해져 오던 마을의 이야기를 되살려 체험프로그램으로 활용 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