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2005/10/2-11/22)간의 낙동강 도보여행 기록입니다.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만난 사람의 마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것은 충격에 가까운 기쁨이었다.
걸어서 산을 넘고, 나룻배로 강을 건너다니 던 시절,
그곳은 온갖 사람 북적이는 나룻터였다.
자동차란 괴물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수백 수천 세월 살아 온 끈질긴 생명력은
차라리 지독한 투쟁이 아니었을까.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아 온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강변 절벽에 달라 붙은, 앞으로는 강이 가로 막힌 사람의 마을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이로웠다.
기쁨 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의 마을과의 만남은
5시간 이상 인적없는 산길, 강길을 걸었기에 그렇다.
어둠이 오기 전 만나야 할 사람의 흔적을 만났기에 더욱 그렇다.
흐르는 물 따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강이 막아 선 척박하기 그지 없는 땅,
그러나 풍성한 수확의 계절은 모든 것을 넉넉하게 만든다.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했을 나룻터 시절을 상상해 본다.
아궁이의 불씨는 꺼져 있지만 사람의 체취때문인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따스함이 느껴진다.
가을이 흘린 허망한 바람을 녹여 줄 만큼....
강은 더 이상의 접근을 막는다.
길은 산으로 흐르고,
굽은 허리 세워주는 고갯길을 오르다 만난 귀한 손님,
물매화가 반갑구나.....
황새 마을, 사람들은 <황새마>라 부른다.
250년 된 마을의 보호수인 느티나무가 마을을 꽉 채운다.
81세의 노인이 콩 털이를 하고 있다.
대부분 7-80대라 60대는 젊은 청년 소리 듣는단다.
43년 전 강 건너 재산에서 시집 온 노인은
재산댁이란 호칭이 이름이 되버렸다.
합강 나루에서 배를 타고 30리 길
재산 장을 보고 살아 온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은
차라리 고문에 가까운 고통일 것이다.
강 길, 산 길 걸어 찾아 온 낯선 청년에게
그리움의 세월을 얘기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가슴 뜨거워지는 지난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답니다.
건강하십시오....
이웃한 삼동 마을에서 만난 돌장승입니다.
지나가는 노인에게 여쭤봤더니
"우리 동네 어른이라요...." 하십니다.
매년 정월 보름 전날 저녁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린다고 합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돌이 동네 어른이랍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가요?
말 한마디에도 예를 표하는 그 말씀도 그렇고,
한낯 돌에 지나지 않지만 곱게 정성들여 모시는 그 마음은
우리 조상들의 삶 자체가 아닌가 합니다.
풍산 류씨 재사,
서애 유성룡의 장손인 원지의 묘 아래 있는 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