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2부 시작하겠습니다.
기적은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년)"
‘아무도 모른다’와 다른 아이들 영화를 찍어 보고 싶었다는 감독의 생각에 제작된 영화로 처음에는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이야기 였는데 초등학생 개그 콤비 ‘마에다 도키’, ‘마에다 오시로’ 형제를 만나면서 형제의 이야기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후 다른 아이들을 모두 캐스팅 마쳤지만 아이들에게 각본을 건네지 않은 채 당일에 찍을 장면을 설명하고 대사를 말로 전하는 방법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동생의 친구 중 일본에서 천년돌로 유명한 하시모토 칸나가 단역으로 출연함)
고레에다 감독이 주로 아이역들과의 촬영에서 사용하는 방법인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연기 이상의 자연스러움이 묻어 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 역시 연기 경험이 없는 아역배우들과의 촬영에서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덕분에 연화속 아이들의 모습이 자유롭고 싱그럽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코이치와 류노스케 형제와 그들의 친구들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우여곡절 끝에 소원을 빌기 위한 장소에 도착 하는데 이후 실제로 아이들이 목청껏 외친 소원은 원래 생각했던 소원이 아니였고 형인 코이치는 소원을 빌지도 않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장면입니다.
어쩌면 이미 아이들은 자신들의 소원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소원을 빌기 위해 가는 과정은 아이들에겐 성장의 과정이였고 이를 통해 한 뼘 성장을 하게 된것입니다.
자서전을 통해 고레에다 감독은 죽은 강아지가 살아나지 않는 것을 이해한 아이가 스스로 배낭 지퍼를 닫고 내려오는 장면을 통해 미묘 한 의식 변화를 그렸다고 하니 감독의 마음이 고스란히 잘 전달된 명 장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오고 소중함은 사소한 일상 속에 존재 한다는 고레에다 영화의 공통된 메시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였고 영화는 끝났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룰 작은 기적들을 응원하는 마음 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점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영화 였습니다.
* 수상정보 :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각본상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줄거리 및 결말 바로가기]
부모라면 꼭 봐야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년)"
이 영화는 주연을 맡은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감독에게 직접 연락을 했던 인연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즉, 고레에다 감독은 후큐야마에게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측면을 영화적으로 끌어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뒤바뀐다는 모티프는 감독 본인이 5년 동안 딸을 성장을 지켜 보며 아이와 이어 주는 것이 피(혈연) 인지 시간인지 자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1965년 무렵 일본 전역에서 아이가 바뀌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였는데 대부분 피를 선택해서 아이를 교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키나와의 어떤 가족은 서로의 아이를 바꾸지 않았고 이를 영화에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기존 다큐멘터리 작법을 최대한 억제하고 장르적인 전통극의 방법을 도입하였으며 각 캐릭터에 영화의 주제인 파와 시간에 대한 결정적인 대사들이 등장합니다. 이 외에도 배우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대본에 반영하고 배우들의 의견대로 살려 낸 장면들도 상당수 있을 정도로 감독과 배우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영화 입니다.
영화에 대해 좀더 말하자면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다면 시간 혹은 추억이 피보다 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부분의 아이와 다른 길을 걷던 료타가 아이를 받아주는 장면외에도 냉철한 비지니스맨인 그가 기르던 아이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장면인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수 있는 장면으로 인상깊게 본 부분입니다.
이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는 사실 고레에다 감독이 이런식의 신파를 선호하지 않지만 출연했던 배우들이 영화에 넣자고 해서 살려낸 장면이라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 수상정보 : 칸 영화제 심사 위원상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줄거리 및 결말 바로가기]
소품같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5년)"
이 영화는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감독이 연속극으로 찍고 싶었으나 판권 문제로 보류되었다 판권을 다시 사들이며 영화화 되었습니다.
영화는 네 자매 중 배다른 동생인 스즈가 자매들에게 마음을 서서히 열어 가는 과정을 통해 따스한 자매애를 보여 주는데 감독은 영화를 만들며 두 ‘작은 아씨들’ 과 오즈 야스지로의 ‘초여름’ 두편을 참고 했다고 합니다.
‘작은 아씨들’ 에서는 네 자매에 대한 구도를 가족 이야기 이지만 마을 이야기로 시야가 넓혀지는 점은 오즈 야스지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 이라고 밝혔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자서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할머니의 7주기를 마치고 네 자매와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인데, 이 장면을 통해 네 자매와 엄마의 불안전한 관계를 미묘한 동선의 차이로 표현했다고 했는데 이 후 이 장면을 몇 번 되풀이해서 보면 정말 기가 막힌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스즈가 친구의 자전거를 타고 벗꽃길을 달리는 장면과 네 자매가 옹기종기 모여 창문 넘어 매실나무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아름다움과 더불어 영화의 주제를 명확히 보여 주는 장면이였습니다.
* 수상정보 : 일본 아카데미 우수작품상
* [바닷마을 다이어리 줄거리 및 결말 바로가기]
따스함이 느껴지는 "태풍이 지나가고 (2016년)"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하에서 키키 키린을 제대로 찍어 보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이 아파트 단지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를 배경으로 한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에피소드의 세세한 부분에서 실제 체험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는 영화로 감독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마음 놓고 쓴 영화 입니다.
홈드라마에 대한 열정으로 홈드라마적 요소들을 모두 쏟아 부었고 감독 스스로 작가로 돌아온 홈드라마에 대한 DNA가 가장 짙게 배어 있는 영화라고 말하였습니다.
자서전을 통해 아파트 단지에 대한, 단지에서 살다 혼자 죽은 어머니에 대해, 더 나아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재를 사는 주인공의 후회나 단념까지 포함한 사랑을 그런 감정을 가득 담은 시선을 견지한 영화임을 밝혔는데 이는 주인공 료타에게 벌이지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통해 잘 드려납니다.
특히 료타가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아들 싱고를 데리고 빗속을 뚫고 놀이터 구조물 안에 들어가 추억을 만드는데 이후 이혼한 아내 쿄코가 등장하여 그와 단둘이 있을 때 나누는 대화를 잘 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따스한 햇볕이 들듯 료타와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속 따스한 온기가 전달되길 희망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 [태풍이 지나가고 줄거리 및 결말 바로가기]
감독의 첫 범죄 극 "세번째 살인 (2017년)"
태풍이 지나가고 이후 홈드라마를 당분간 만들지 않겠다는 고레에다 감독의 선택은 놀랍게도 법정극 이였습니다.
법정 극의 특성상 장르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 외에도 홈드라마와의 온도 차로 어떤 영화가 나올지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 빛과 그늘이라는 감독의 일관된 주제 의식을 생각해 보면 가장 적합한 영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사람이 사람을 재판할 수 있는가?” 라는 감독의 물음에 과연 고레에다스러운 영화로 이전의 영화들과 결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 제작 단계에서 재판 방청과 1년 이상의 변호사 취재, 모의 재판 과정을 각본에 충실히 담았고 공판 전 정리 수속을 하는 일본의 재판 관행이 매우 불완전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즉, 변호사에게 법정은 이해를 조정하는 장소이지 진실을 규명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의미였다는 것입니다.
고레에다는 역설적으로 가해자인 미스미가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변호사인 시게모리가 진술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불완전성에 대한 감독의 시선을 담아 냈습니다.
영화 마지막 미스미가 사형 선고를 받고 시게모리와 접견 실에서 대화하는 장면 에서 두고 두 배우의 얼굴을 겹쳐 보이며 연출을 했는데 이는 그 동안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의도적인 연출 장면으로 결국 믿는 것이 진실이 된다는 의도를 드러낸 가장 인상적인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 수상정보 : 일본 아카데미 우수작품상
* [세번재 살인 줄거리 및 결말 바로가기]
"에필로그"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 대한 글을 적으며 그의 영화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 있어서 이 또한 영화 보는것 만큼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아쉽게도 옴진리교 사건을 모티프로 가해자 측 유족의 심정을 그린 ‘디스턴스’ 는 국내 미개봉으로 감상을 못하였고 감독의 영화 이력 중 유일한 시대극인 2006년 작품 ‘하나’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을 아직 감상 못하여 이번 글에는 언급을 못하였습니다. 이 영화들도 감상을 하는대로 내용을 추가 할 예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