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사다난했던 2007년이 지나고 희망의 새해,2008년을 맞이하였다. 작년 1월 1일에 새해를 맞이하는 소회를 적었는데 지나놓고 보니 어느 해보다 충실한 한 해가 된 것을 크게 기뻐하였다.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의 많은 이들이 다 기쁘고 보람된 일이 더 많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쪼록 금년 한해,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새해 첫날의 행적과 소회를 적는다.
사흘 전(2007년 12월 29일) 어머니를 모시고 고창 큰 형님 댁에 다녀왔다. 형님이 병원에 입원 중이실 때 크게 안타까워 한 사연이 있던 터라 퇴원하신 후 찾아 보리라던 약속을 미처 지키지 못하고 해를 넘길 듯 싶어서 작년 마지막토요일을 그 날로 잡은 것이다.
장성- 고창 간 고속도로가 새로 뚫려서 광주 진월동의 아파트에서 고창 형님 댁까지는 50분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미수(88세)의 어머니와 82세의 큰 형님은 서로 반가이 인사를 나누며 뜻 깊은 상면을 하였다. 그렇게 안타깝게 여기던 큰 아들을 만났으니 하루 밤 주무시고 가시라고 권하니 강선옥 어머니는 피식 웃으시며 ‘봤으니 가야제’하고 날 어둡기 전에 광주로 가자고 재촉하신다.
고창 다녀 온 그 날밤부터 큰 눈이 시작되더니 새해 첫날까지 사흘째 30cm가 넘는 대설이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읽는 승리하는 크리스천을 위한 오늘의 묵상 ‘믿음에서 믿음으로’(사랑의 메시지 출판사)에서 ‘기쁜 새해’의 메시지를 살폈다.
‘오늘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새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올해가 과연 당신에게는 어떠한 해가 될 것인가? 당신은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해 보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고통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순간에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오늘 삶을 새로 시작하여 이 새해의 첫날을 생애 가장 기쁜 날로 만들 수 있다. 당신은 얼마나 여러 번 이런 생각을 했었는가?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그러면 정말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새 인생을 시작하는데 새해 첫날보다 더 좋은 날이 어디에 있겠는가?’(인용한 성경은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믿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로마서 10장 13절)
차를 몰고 나갈 수가 없어서 양로원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버스라도 타려고 나섰더니 마침 택시가 지나간다. 아내와 함께 차에 오르며 택시기사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크게 인사를 하니 스스로도 즐거운 기분이 든다.
아침 7시에 천혜경로원 식당에서 양로원 식구들, 목사님 내외와 함께 새해 첫날을 감사하며 찬송과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목사님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 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는 말씀으로 우리 모두 새해를 새 마음으로 맞이하자고 강조하였다.
3층에 기거하는 노약자들은 따로 식사하므로 3층에 올라가 기도를 드린 후 직원 두 명이 일일이 배식하는 것을 옆에서 거들며 나이 들어 몸이 맘대로 따라주지 않아 먹는 것 마저 힘겨워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았다.
아침 식사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다가 집 근처의 효천역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순천이나 목포방향으로 가는 기차가 있으면 천지가 하얗게 뒤덮인 설경을 감상하는 것도 새해 첫날 운치 있는 나들이라 여겨서,,,
효천역에 당도하니 목포행은 세 시간 후에 있고 20분 뒤에 용산으로 가는 순천 발 무궁화 열차가 있어서 정읍까지 가는 차표를 끊었다. 기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하얗게 펼쳐진 설경을 보고 있노라니 근심과 걱정은 간데 없고 어린이마냥 흥겨운 기분이어서 용감하게 눈보라 속으로 달려오기를 잘하였다며 기뻐하였다.
장성, 백양사역 등을 지나치며 산야에 뒤덮인 설경을 몇 컷 사진에 담는 사이에 어느덧 정읍역에 도착하였다. 내장사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노라니 옆에 낯 익은 얼굴이 눈에 띤다. 천혜경로원 옆에서 소아과를 개업하고 있는 문원장이 친구와 함께 내장사를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전국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렸다는 정읍의 다른 시내버스는 손님이 별로 없는데 내장사행 버스는 만원이다. 설경을 즐기러 가는 가족, 친지들의 무리가 꽤 많은 듯,,, 내장사 버스 정류소에서 내려 푹푹 빠지는 눈길을 밟으며 내장사입구로 들어가니 새해 첫날이라고 2천원 하는 입장료도 받지 않고 무료 개방하는 사찰 측의 배려가 고맙게 여겨진다.
50cm가 넘게 내린 눈으로 뒤덮인 산과 나무들이 온통 새하얀 눈밭을 이루고 고목나무에 매달린 눈꽃과 사찰 처마에 길게 달린 고드름, 가족들과 함께 온 어린이들이 썰매를 타는 모습을 보며 어릴 적 고산 뒷등에서 맨몸으로 썰매를 타던 기억이 떠오른다.
2년 전에 큰 눈이 내려 많은 농가와 서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던 일이 있어서 느긋하게 설경을 즐기는 것이 행여 설해(雪害)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누가 될까 염려되기도 하지만 즐거움은 그 나름대로 누려야 하리라.
두 시간여 눈 속을 산책하고 내장사 입구에 늘어선 음식점에 들어가 8천 원이나 하는 돌솥 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을 들었다. 식당의 기본 메뉴가 7천 원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 서민들이 부담 없이 들기에는 비싼 음식 값이 마음에 걸린다.
나들이 중에 수시로 새해 축하메시지가 들어오고 아들과 며느리, 친지와 제자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설경을 감상하는 새해맞이가 여러 곳에 알려진 셈이다. 그 때마다 미처 눈꽃축제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의 대리체험나들이 임을 강조하였거니와 새해에는 눈보다 새하얀 깨끗함과 청순함으로 출발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밝고 맑아지지 않을는지,,,
교수들이 지난 해를 상징하는 4자성어(四字成語)로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 자신을 속이고 다른 이들을 속이는 것)을 뽑았는데 지난 해 유난히 거짓과 가짜가 사회를 어지럽힌 현상을 떠올렸기 때문이리라. 우리 모두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정직하면 좀 더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가훈처럼 애송하는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일삼으며 그 마음에 진실을 말하는’(시편 15편 2절) 삶이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중앙일보 시론 ‘후회는 항상 뒤늦게 온다’(2007년 12월 29일자)에서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후회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며 주자 10회(朱子 十悔, 朱子는 송 나라 때의 성리학자)를 소개하였다.
첫째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로 불효하면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 후회한다.
둘째 불친가족 소후회(不親家族 疏後悔)로 가족끼리 친하지 않으면 멀어진 후에 후회한다.
셋째 소불근학 노후회(少不勤學 老後悔)로 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아니하면 늙어서 후회한다.
넷째 안불사난 패후회(安不事難 敗後悔)로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후회한다.
다섯째 부불검용 빈후회(富不儉用 貧後悔)로 풍족할 때 검약하지 않으면 가난해 진 뒤 후회한다.
여섯째 춘불경종 추후회(春不耕種 秋後悔)로 봄에 밭을 갈아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
일곱째 불치원장 도우회(不治垣墻 盜後悔)로 담장을 제 때 손 보지 않으면 도둑 든 뒤에 후회한다.
여덟째 색불근신 병후회(色不勤愼 病後悔)로 여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든 뒤에 후회한다.
아홉째 취중망언 성후회(醉中妄言 醒後悔)로 술에 취해 함부로 말하면 술 깬 뒤에 후회한다.
열 번째 부접빈객 거후회(不接賓客 去後悔)로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후회한다.
‘동숙의 노래’던가, ‘뉘우치면서 울어도 때는 늦으리’라는 가사가 있거니와 뒤에 후회하지 말고 국궁진력(鞠躬盡力,몸과 마음을 다하여 힘씀)하면 좋으리라.
2008년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해이기도 하다. 5년 전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며 큰아들과 찬반논쟁을 벌였는데 그가 취임 후 두 해가 지나기 전에 크게 실망하여 아들에게 노무현 지지를 설득했던 일을 사과한 적이 있다. 제발 이명박 당선자가 또다시 그를 지지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새 정부의 성공적 출발을 기원한다.
이에 걸맞게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제 자리를 찾아 맡은 바 사명과 직분에 충실하여야 하리라.
하나님이여,
이 세상에서 전쟁과 재난과 질병을 물리치소서.
이 나라와 겨레에게 평화와 번영을 허락하소서.
이웃과 주변에 사랑과 행복의 큰 물결이 넘치게 하소서.
가르치는 학생, 섬기고 봉사하는 교회와 경로원에 은총을 베푸소서.
가족과 집안에 화목과 우애가 가득하게 하소서.
첫댓글 술에 취해 함부로 말하면 술 깬 뒤에 후회한다. 100%로 공감하신 분들 댓글 다시오!! (윤모씨, 강모씨, 유모씨, 김모씨 등등)
일곱번째 불치원장 도우회 는 우리경로원에 작년일이 생각나는데 든든한 담장과 창문이 있음에도 그 놈(?)들이 애이~ 그냥 !
아! 정원에 정체모를 아디다스 운동화 자국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