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홋.. 즐거운 점심시간..
모두 맛있게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
나 혼자 사무실에 앉아
'마이 퍼니 발렌타인'을 듣네요..오.
쳇의 음성을 들으면 정말 화가 날 것 같아
마일즈의 절제력있는 트럼펫으로 듣네요..오.
아이.. 배고파..
서랍 뒤져서 초코릿이나 훔쳐 먹어야지..^^;;
*
예고했던대로 얼마전에 미끌님..지금의 미상님이
서울에 올라 오셨습니다.
미끌님만 올라오시는지 알았는데..
얼터에고님도 올라 오셨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하루가 될 뻔 했습니다만..
내가 누굽니까?
분위기 조지는데 또 일가견이 있는 달곰인 것이지요.
기회가 닿지 않아 참석 못하신 여러
삐딱님들 서운하지 말라고 적당히 기회를 노려
분위기 망가트렸지요..헤헤.. 나 이뻐?
*
지금 부터는 말 짧게.. 속도감있게..
우리는 오후 5시에 종로 2가 맥도날드에서 만났다.
먼저 미끌 첫인상..
그은 남색 트레이닝 잠바를 입었다.
마르고 키가 크다.. 한 백팔십?
이렇게 말하니까 멋있는 사람 같지? 맞다..- -;
영화배우처럼 생겨서 멋있다.
영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에서 최진실 보드가드로 나왔던,
냉중에 '런 어웨이'에서 터미네이터처럼
이병헌을 쫓던 그 사람을 쏙 빼닮았다.
그는 쌍가풀 없는 매력적이고 특징있는 작은 눈의 소유자인 것이다.
사내다운 묵뚝뚝함,
변성기를 막 지난 것 같은 소년같은
적당히 굵은 목소리,
약간의 경상도 억양이 베인 말투..
내가 여자 였으면 뻑 갔겠다.
이후에 계속 설명이 될 테지만 성격도 만만치 않게 죽인다..
좋은 의미에서의 죽임이다.
얼터에고님은 미끌님의 추측대로
예쁜 소녀였다. 이렇게 말하니까 거짓말 같겠지만..
진짜다. 얼굴에는 젖살이 아직 빠지지 않았고
찬 바람에 얼굴이 발그레 해지는 소녀다.
게다가 해맑은 미소를 날릴줄 아는 아해다.
그럼에도.. 소녀는 아니니 쓰러지는 남정네들 많았겠다.
첨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두 주먹 불끈 쥐고
'십년만 젊었어도'를 외쳐야 했던 것.
연한 갈색의 긴 생머리에.. (우후.. 생머리래..)
여자로서는 적당히 큰 백육십삼? (아우.. 백육십삼이래..)
아이처럼 수줍은 목소리에.. (히히히.. 수줍대..)
귀여운 옷차림.. (귀여운 옷차림 귀여운 옷차림..)
*
광고:
인간들.. 다 쓰지도 않았는데 리플을 달면 우야노..
확 지워 버릴까 보다.
미상님의 리플을 읽으며
입발림으로 가득한 나의 허위,
나의 솔직하지 못함을 반성했습니다.
사실 미끌님은 범죄형이고 - -
얼터님은 그냥 약간 귀여운 정도? ^^:: 입니다.
삐딱에서 만큼은 언제나 솔직한 달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우리들은 만나서 간단히 인사만 하고
마치 불륜의 연인들이 서둘러 여관을 향하듯
술집을 향했다.
마침 가까운 곳에서 류인의 전시회가 있어
들르자고 했으나 아무런 반향도 얻지 못했고
오히려 가파님으로부터 재미없다는 찐빠를 먹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인사동 뒷골목 '아빠 어렸을 적에'
참.. 같이한 허뭄님(마담)과 가파님의 소개를 잊었다.
허뭄님은 모두 아시는 바대로 여자이고(이 놀라움)
박식하며 나만큼이나 말이 많은 당당한 스타일의 여자다.
이 날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멋스러운 색깔안경을 끼고 나왔는데
꽤나 근사했다..
가파님은 내가 무척 맘에 들어하는 삐딱님인데..
뭐? 예쁘냐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나는 예쁜 스타일은 딱 질색!
단지 나와는 닮은데가 하나도 없어서다.
지금은 탈퇴한 취한배님은 그녀에대한 첫인상을
'골든벨'이라고 했는데, 그날은 꽤나 어른스러워 보였다.
뭔가 말못할 심한 고통이 있었던 모양.
술집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시킨 후,
누가 독서토론 동아리 아니랄까봐 '이탈로 카비노'의 얘기를 했다.
전혀 의외로 미끌님이 카비노의 단편집을 읽었다고 했고
가파님은 '구름위의 남작'인지 뭔지 하는 소설을 읽는 중이고
느낌이 좋다고 했다.
얼터에고는 서점에 가서 사려고 했는데 팔지 않더라고 했고
그의 이름조차 까리한 나는 마담에게 혼났다.
*
원래 술자리에서는 많이 웃고 많이 인상을 쓰며
뭔가 많은 얘기를 나눈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후에는 인상과 단편만이 떠 오를 뿐이다.
그것 조차 참석한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기억한다.
그래서 술자리 얘기는 시덥지 않은 '내 기억'의 연속이다.
정말 그렇지?
*
허뭄님은 재담꾼이다. 그녀는 언제나 처럼 분위기를 주도 했고
또한 재치있는 언어 유희로 우리를 즐겁게 했다.
예를들어 누군가 '미쳐'라고 말하면 '도도치고 라도치지'라고 답한다.
마치 예전에 장진이 '순풍'에 출연하여 벌였던 썰렁한 말잔치와 유사하다..
장진이는 뭐라 그랬더라? 용녀가 독에 금이 갔다고 그러니까
'독수리 오형제'를 부르라고 했던가..
한가지 차이라면 그녀는 장진처럼 썰렁하지 않다는 것.
중간 중간 나는 미끌님에게 추파를 던졌고..
얼터님은 자신의 카키색 코트를 뽐냈으며
(예쁘고 얼터님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코트)
허뭄님은 남자 친구로부터 빅토리아 녹스의 아미 나이프를
선물 받았노라고 자랑했다.
미끌님은 나의 유혹에 2주간 여자친구로부터
연락이 없노라고 화답을 했으며
나는 거의 쓰러졌다.
그 와중에도 가파님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언제나 처럼 차분했다.
물론 경미한 사건도 있었다.
외모에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미끌님은
술자리에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그는 언제나 맥주를 넘치게 따라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는 손을 타고 흐르는 맥주 거품을 보며 '과연 미끌이구나' 했다.
그러나 서울에는 허뭄님이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서울은 술값이 비싸다'고 면박을 줬으며
그에 굴하지 않던 미끌님이 또 넘치게 따르자
급기야는 그의 바지에 흐르는 맥주를.. -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맥주가 옷에 묻으면
몹시 찌릉내가 난다..
또한 가벼운 논쟁도 있었다.
얼터님이 미끌님이 추천한 괴물을 보고 재미없다고 하자
카펜터는 호러계의 마틴 스콜세지라 믿는 달곰은
'그의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그의 영화적 문법을 봐야 한다'고 한마디 했고
그에 허뭄님은 '행복하게 텍스트를 접하는 문제'에 대해
설명하며 내 의견에 반박했다.
이 논쟁은 그 자리에서 유야무야 마무리 되었지만
2차 장소인 락커스에서는 꽤나 격렬하게 진행되어
만남이 이상하게 마무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
'아빠네'서 나온 후 부터는 기억이 약간 흐릿하다.
앞에서 밝힌대로 2차는 락커스에 갔다.
락커스는 시네코아 옆 건물 1층에 자리한 맥주집인데..
몇번 안가봤음에도 무척이나 친근하다.
60,70년대 락을 주로 들려주며
맥주도 꽤나 맛있다.
주인은 30대 초중반의 마른 아저씨로 몹시
착해 보이는 인상..
음악 신청은 받지만 선곡에 씨비를 걸면
무척 싫어하신다.
그러니까 락커스에서는 음악 맘에 안든다고 투정 부리지 말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음악 듣다가 꺼지는게 좋겠다.
일행은 도착하자 마자 음악 신청하느라고 신이났다.
얼터님과 가파님은 음악 취향이 비슷하여 짝짝꿍이 잘 맞았으며..
얼터: 비틀즈,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가파: 비틀즈, 제니스 조플린, 그 밖에 70년대 락과 라디오 헤드
마끌님은 궁시렁 궁시렁..
부활없다고 궁시렁..
그래도 아다지오는 틀어주었다.
2차가 중반에 접어 들 무렵.. 포란해님 불루선님이 왕림하시었다.
도착하자 그녀는 손수만든 하얗고 노란,
안에는 땅콩과 아몬드까지 들어있는
발렌타인 초컬릿을 내놓았고
우리는 좋아라하면서 먹었다.
넘 넘 넘 맛있었다..
실패작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성이 가득한 초컬릿이다..
포란해님은 삐딱선 만능 엔터테이너이다.
나는 콘테이너. 미끌님은 포크레이너..삽질 비슷한거..
그녀는 음악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고
영화와 문학에도 능통하다.
게시판과 영평란에 실린 그녀의 화려한 글빨을 보라..
손수 만든 초컬릿을 통해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그녀는 손재주도 출중하다.
수예는 기본이고 목도리는 손수 짜입는다.
한가지 흠이라면.. 이미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
어허.. 이론.. 이론..
생각해보니 락커스를 처음 소개한 이도 포란해님이다.
정말 그 후로는 기억이 가물 가물..
나름대로 또렷한 것은
미끌님이 '비틀즈는 별로다'고 한 발언에서 촉발된
허뭄님과의 논쟁인데..
(미끌님이 게시판에 컴투게더를 올린데에는 이런 사연이 있던 것이다)
나름대로 즐거운 주제였으나 다른 님들이 소외되었고
나는 너무 흥분했던 감이 있다.
대충 논쟁의 내용을 소개하면
달곰 : (흥분한 어조로)
현대 대중음악은 비틀즈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해 할 수 없다.
때문에 음악을 좋아한다면 비틀즈는 좋아한다 싫어한다의
문제를 넘어서서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허뭄 : 공부하냐.. 그저 기쁘게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
달곰 : (계속 흥분한 어조로)
중2 이후로 나는 번번히 '파우스트'읽기에 실패했지만
나와는 무관하게, 파우스트의 어려움과 지루함과는 무관하게
그의 작품은 위대한 것일 것이다.
문학 독자에게 있어 위대한 고전들을
죽은 역사의 산물로 남기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꺼다.
비틀즈에 대한 이해도 마찮가지 맥락이다.
허뭄 : 그 다음 부터는 내 생각에 빠져
허뭄님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음.. - -;;
>> 내 생각에 허뭄님의 입장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시를 공부할때 우리는 시를 즐기지 않고
토막내어 분석하고 외웠다.
그러한 기억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시는 그저 말들을 꼬아 놓은 것 이상이 아니게 하고
문학은 무척이나 재미없는 것이게 한다..
대충 이런 내용 아니었을까?..
>> 간단한 내 생각..
즐기기위해서는 즐김의 방식을 알아야 하고
유사 즐김, 추수주의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
추수적 책읽기는 시간 낭비에 다름 아닐 수도 있으니까..
>> 허뭄님과 나는 논쟁점을 적절히 설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만 한 것일지도..
특히 나.. 그것도 흥분해서..
여하튼 그날의 썰렁했던 사태에 대해..
멀리서 올라온 미끌님 얼터님 미안..
허뭄님 미안..
가파님 미안.. 포란해님도 그냥 미안..
"미안 미안해.. 미안 미안해..
너희(운율상 반말 이해 바람) 두고 나만 흥분해서 미안해.."
*
이야기는 여기 까지다..
미끌님과 낙지볶음집으로 3차를 가기는 했는데..
그 때부터는 점핑 컷이다.
다만 낙지 볶음이 무척 맵다는 것,
술에 꼴은 나는 미끌님을 몹시 괴롭혔다는 것만
듬성듬성 기억난다.
우리가 과연 뽀뽀를 했을까?
모르는 일이다.
*
요즘 '니체'를 읽는다.
그를 읽으면서 나는 점점 건방져지고
안하무인이 된다.
그래서.. 히히.. 즐겁다..
양날의 칼?
비누님.. 과연 니체는 위험한 물건 이더군요..
그리고 17,18,19일 휴가다.
17일은 좋아하는 사람을 못살게할 생각이고
18일은 사촌 결혼 보러 전주에 내려 간다..
대망의 19일은 대구나 부산에 놀러 가볼 생각.
미끌님이나 쿤데라님 보러?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