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필름이 끊겼다는 말로 표현하는 이러한 현상은 영어로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지나친 과음을 했을 경우 알코올에 의해 중추신경이 마비되고, 순전히 자율신경계의 통제 아래 몸을 내맡기기 때문에 두뇌의 기억활동이 일시적으로 정지하게 된다. 블랙아웃 현상은 알코올이 뇌에 새로운 사실을 기억시키는 특정한 신경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뇌의 공백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도대체 ‘필름’은 왜 끊기고 주사(酒邪)는 왜 생길까?
뇌는 부위마다 독특한 기능이 있고 서로 연관작용을 하는데 알코올은 신경억제제로 작용해서 뇌의 기능을 억제한다. 주로 영향받는 부위에 따라 ‘필름’이 끊기기도, 공격적이 되기도, 말이 많아지기도 하는 것. 사람마다 뇌의 취약한 곳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주사도 다르다.
‘필름 절단 사고’는 대뇌 옆부분 관자엽(측두엽)의 해마에서 기억을 입력 저장 출력하는 과정 가운데 입력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알코올의 독소가 직접 뇌세포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고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필름이 끊길 때 뇌의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다면 다른 사람은 ‘사고’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이때엔 뇌가 저장된 정보를 꺼내고 사용하는 데엔 이상이 없기 때문에 집에도 무사히 갈 수 있다. 또 뇌에 기억이 아예 입력되지 않았으므로 아무리 신통한 최면요법사가 최면을 걸어도 ‘그때’를 기억할 수 없다.
필름이 계속 끊기면 비타민B의 일종인 시아민이 부족해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베르니케-코르사코프 뇌증’에 걸릴 수도 있다. 필름이 끊긴다고 곧 알코올 중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술을 마실 때마다 끊기고 이 때문에 늘 문제가 따라다니는데도 술을 계속 마시면 중독,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