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 이 시는 종래에 흔히 만나던 '신춘문예'특유의 타성이 느껴지지 않아서 신선하다. 매우 절제되고 정확한 묘사, 태를 부리지 않는 시선, 그리고 대담한 전환 모두가 유망한 자질을 보여준다. 이 시에는 극적 감각이 있다. 이 시인은 장식 없는 산문적 언어의 어디쯤에 전기스위치를 넣으면 돌연 언어공간 전체에 폭풍이 일어나는지를 감지할 줄 안다. 그냥 말뿐이 아니다. 평범한 현상, 사실, 풍경의 어디쯤에 매듭이나 배꼽이 있는지를 가늠한다. 그 중심으로 모이는 순간의 격정이나 고통을 생략법 속에 담아 질서를 부여하는 역량, 그래서 이런 시의 여백은 삶의 깊이만큼 적막하다. 그의 또 다른 작품 '구름의 뿌리'도 수작이다. 부디 안이함에 정신을 맡기지 말고 정진하여 놀라운 시인이 되기 바란다. - 심사위원/ 황동규, 김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