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농다리’ 주변을 걷다
1. 돌을 찾는 여정
- 충북 진천의 ‘농다리’는 전국에 있는 오래된 다리 중에서도 가장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돌다리일 것이다. ‘농다리’는 마을 갯가를 건너기 위해 만들어진 ‘징검다리’의 일종으로 옛 사람들의 일상과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문화적 유산이다. 농다리의 특색은 돌의 기단 위에 상판을 놓아 돌들을 연결시키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형태는 다리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사람들의 이용을 편리하게 만든다. 과거의 삶의 형식이 급속도로 사라진 지금, 당시의 돌다리를 원형 그대로의 형태로 현재의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귀한 경험이다. ‘농다리’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연결된 문화적 공통점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 ‘농다리’의 명성은 미호천에 새로운 친구를 갖게 했다. 농다리에서 조금 위쪽에 다른 징검다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농다리와는 다르게 어느 마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소박한 형태의 돌다리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속, 소녀와 소년이 만났던 ‘징검다리’를 떠올리게 한다. 농다리와 짝을 짓고 있는 돌다리는 원형과 유사품의 이미지보다는 원형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아름다움의 확산이라는 느낌에 더 걸맞는 듯했다. 진정한 미는 결국 수많은 아류를 갖게되며 그것은 결코 단순한 복제가 아닌 ‘시뮬르라크’적인 독립된 아름다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원형과는 유사한, 그러면서도 독자적이고 조화를 이루는 존재의 형태이다.
-농다리에서 초평호 쪽으로 걷다 보이는 ‘성황당’은 또 다른 오래된 우리의 모습이다. 대개 마을 고개에 세워진 ‘성황당(서낭당)’은 삶의 불확실성과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사람들이 간절히 희망했던 안정과 행복에 대한 염원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면서 정성이 커지면 기원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박한 의지가 성황당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방색 천이 나무 주변에 걸려있고 돌들이 쌓여있는 성황당의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괴이하고 두려움을 주는 모습이겠지만 이러한 인상은 무지 또는 편견 때문이다. 일상적이고 평범했던 과거의 문화가 현대적 생활 속에서 배척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속과 관련된 풍속은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미신’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믿음의 깊이와 열망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히려 무속에서 기도의 대상은 대부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안녕과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이었다. 기독교의 기도 또한 이러한 사람들을 향하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영생에 대한 욕망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무속이 더욱 타자적이며 이타적 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농다리’ 주변을 걷다
-과거 농다리를 방문했을 때와 다르게 이곳은 엄청나게 변화했다. 특히 미호천 저수지를 중심으로 ‘둘레길’이 아름답게 조성된 것이다. 농다리에서 초평호 ‘구름다리’까지 산 쪽 임도를 이동하는 코스와 ‘나무 테크’로 만들어진 길을 이용하는 두 개의 코스가 있으며 두 개의 코스를 연결된 길이 있어 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좀 더 오래 또는 좀 더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미호천을 따라 걷는 길은 물과 낭만적인 나무들의 호위를 만날 수 있으며 산 중간에 만들어진 둘레길은 나름의 정취를 주는 코스이다. 이곳의 백미는 푸른 물과 하얀 색의 다리(하늘다리)와의 만남이다. 태풍 급의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의 방문은 정녕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의 한 장면이었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파란 물 거기에 강하지만 상쾌한 바람의 조합은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여행의 한 순간이었다. 특히 ‘하늘다리’를 건널 때 갑자기 들이닥친 바람의 세기는 줄을 잡지 않으면 몸이 날아갈 정도로 일시적으로 강하였다. 아침을 황토색 어둠으로 휩쓴 미세먼지를 날려 보낸 차가운 바람의 힘은 정체된 것의 위험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무엇이든 끊임없이 흘러야 오염되지 않고 정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짙은 미세먼지의 아침과 대비된 오후의 푸른 하늘이 증명하고 있었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이었다.
- 이 코스는 진천에 있는 한반도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까지 연결되어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와 태풍 예고 때문에 길이 막혀있지만 청소년 수련관을 통한 ‘초롱길’이 만들어져 있다. 안내판의 편도시간은 약 3시간 30분이다. 왕복해야 하니 약 7시간이 소요되는 코스인 것이다. 이 번 ‘농다리’ 방문은 농다리 주변을 관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다음 방문에는 전체 코스를 완주해야 겠다. 7시간 정도 걸린다하니 오전에 와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전국 곳곳에서 장소적 명물로 선전되고 있는 ‘한반도 지형’, 진천의 한반도를 만날 시간을 가져야겠다.
첫댓글 걷고 싶은 진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