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Aufhebung)
요약
사후심법원(事後審法院)이 상소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 원심판결을 취소하는 일(민사소송법 436조, 형사소송법 364조 4항 ·391조).
구소송법에서는 파훼(破毁)라 하였다. 파기는 판결로써 하며, 파기에 의하여 그 사건은 원심판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파기 후의 처치에 따라 파기환송(破棄還送) ·파기이송(破棄移送) ·파기자판(破棄自判)으로 나뉜다.
1. 파기 환송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다시 심판시키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돌려보내는 것을 파기환송이라 한다.
⑴ 민사소송법상:상고심이 상고를 이유 있다고 인정하여 원판결을 파기할 때, 자판(自判)하는 경우(437조)를 제외하고는 환송하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원심법원과 동등한 다른 법원에 이송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436조 1항).
환송의 판결에 의하여 사건은 다시 원심급에 계속(係屬)되므로, 원심법원은 새로 변론을 열어 재판하게 된다. 이 경우 파기의 이유인 상고심의 사실상 ·법률상의 판단에 기속(羈束)된다(436조 2항).
이 기속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원판결에 관여한 판사는 환송 후의 재판에 관여하지 못한다(436조 3항).
항소심에서도 소가 부적법하다고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한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사건을 제1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다만, 제1심법원에서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된 경우나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항소법원은 본안판결을 할 수 있다(418조).
파기환송(또는 이송)판결의 법적 성질이 중간판결인가 종국판결인가에 대하여 견해의 차이가 있는데, 학자는 후설을 따르나 한국 대법원은 전설(前說)을 따르고 있다.
⑵ 형사소송법상:항소법원은 공소기각(公訴棄却)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366조).
상고법원은 적법한 공소를 기각하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또는 제1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 또는 제1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하며(393조),
또 관할위반의 인정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 또는 제1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 또는 제1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395조).
그 이외에 원심판결을 파기한 때에는 자판하지 않는 한 판결로써 원심법원에 환송하거나 그와 동등한 다른 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397조). 위와 같이 환송을 받은 법원은 당해사건에 관하여 판시(判示)한 법령의 해석에서는 당연히 기속되나, 대법원의 사실에 대한 판단에는 기속되지 않는다(1963.6.20. 대법원 판결).
2. 파기 이송
원심판결을 파기함과 더불어 원심법원 이외의 법원에 사건을 직접 보내는 것을 파기이송이라 한다.
⑴ 민사소송법상:상고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還送)하느니보다 원심법원과 동등한 다른 법원에 심리시키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되면, 사건을 원심법원과 동등한 다른 법원에 이송한다(436조 1항).
그 밖에 제1심의 전속관할위반을 발견하였을 때에, 파기자판의 내용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한 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는 경우가 있다(437·419조). 항소심에서도 관할위반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취소한 때에는 항소법원은 판결로 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419조).
⑵ 형사소송법상:항소법원은 관할인정이 법률(法律)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367조).
상고법원은 관할인정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 또는 제1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관할법원에 이송하여야 한다(394조). 또 원판결을 파기하고 자판하지 않을 때에는 사건을 판결로써 원심법원과 동등한 다른 법원에 이송한다(397조).
⑶ 군사법원법상:형사소송법상의 파기이송과 거의 같으나(434 ·436조), 보통군사법원 또는 고등군사법원 판결을 비약적 상고 이유가 있음을 이유로 대법원이 파기하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재판권이 있는 관할법원에 이송하여야 하는 점이 다르다(449 ·443조).
3. 파기자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스스로 재판하는 것을 파기자판이라 한다. 파기환송 ·파기이송과 대비된다.
⑴ 민사소송법상:다음의 경우에 한한다.
① 확정된 사실에 대한 법령적용의 위배를 이유로 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사건이 그 사실에 의하여 재판하기 충분한 때,
② 사건이 법원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함을 이유로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상고법원이 스스로 종국판결(終局判決)을 하게 된다(437조). 그러나 상고심은 그 기능이 법률심이므로 항소심과는 반대로 파기자판은 오히려 예외적 현상이다.
⑵ 형사소송법상: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직접 판결을 할 수 있다(396조 1항).
항소법원은 항소이유(抗訴理由)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을 하여야 한다(364조 6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