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먼저,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의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정말 마음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장한 아들딸들을 두신 학부모님 여러분, 얼마나 기쁘십니까? 마음으로부터 축하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홍창선 총장님과 교수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에 대통령의 참석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그렇다면 저의 참석이 선례가 돼서 앞으로는 당연히 대통령이 다녀가는 졸업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저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과학기술 혁신’을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후보시절, 바로 이곳 KAIST에 와서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과학기술 입국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은 기술보호라는 이름으로 기술장벽을 높이 쌓고 있고, 중국은 우리를 추월할 기세로 따라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혁신 밖에 없습니다. 과학기술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의 뿌리이고 성장의 동력입니다.
핵심은 ‘인재를 기르는 것’, 여러분 같이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과학두뇌를 키우는 일입니다. 과거 수 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미국이 21세기에도 강대함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과학기술과 우수한 이공계 두뇌가 있었습니다.
이공계가 ‘위기’라고들 말합니다. 취업도 불안하고 대우도 썩 좋지 않은 이공대보다 의대, 법대 가기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제가 알아보니 그것은 양적인 문제라기보다 질적인 문제였습니다. 정말 창의적이고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발길을 돌린다면 그건 진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이공계 시대, 기술로 승부하는 시대로 갑니다. 지금 민·관 합동으로 이공계 엘리트 양성 문제를 포함해서 ‘이공계 활성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이공계 기 살리기 차원이 아니라 21세기 과학기술 시대에 걸 맞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저는 편협한 엘리트주의에는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부득이 용인해야할 엘리트 우대의 영역이 있다면 그 하나는 바로 과학기술계일 것입니다. 뛰어난 과학기술자 한 사람이 인류의 행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고, 천 명 만 명의 국민을 먹여 살릴 수도 있습니다.
KAIST는 지난 70년대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의 요람으로서 우리 모두의 자랑이 되어 왔습니다. 이곳을 졸업하는 여러분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엘리트들입니다.
여러분의 오늘이 있기까지 나라와 국민들은 학비를 비롯한 일체의 경비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은 자부심과 함께 책임과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모두가 ‘이공계 위기’를 말해도 여러분만큼은 불평불만에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진짜 위기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토론하고 앞장서 실천해야 합니다.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여러분들마저 무기력과 회의감, 수동적인 입장에 머문다면 우리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저는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고, 이공계 우대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해 왔습니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결실을 여러분도 단계적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정책뿐 아니라 산업정책과 과학기술 인재양성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전공자의 공직 진출 확대방안도 이미 발표되었습니다. 국가기술혁신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습니다. R&D 예산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이공계 전공자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확대될 것입니다.
기초과학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기초과학이 밑받침 되지 않은 공학의 발전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상 받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수 없겠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와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 세대에서 이루십시오. 핵심인력은 정부가 책임지고 키워나가겠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중요한 시기에 과학기술입국의 주역으로 힘찬 첫 발을 내딛습니다. 앞으로 대학의 연구실에서, 기업에서, 또 어디에서든 세계 최고를 염두에 두고 경쟁하십시오. 성공모델을 많이 만들어내십시오. 여러분의 경쟁력이 곧 우리나라의 경쟁력임을 절대 잊지 마십시오.
과학기술인으로서 높은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변화와 국가 발전을 이끌어주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자랑스런 졸업을 축하하며,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과 성취가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