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바다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생명의 깊이를 탐구하고, 생명의 넓이를 확장하는 공동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신앙생활을 하는가?
나는 오랫동안 신앙생활이란 성경을 더 많이 배우고, 신학과 교리를 더 깊이 이해하며,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잘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물론 배우고 익히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신앙생활의 본질은 훨씬 단순하고 근본적인 질문으로 모아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앙생활이란 결국 하나님 앞에서 참되고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이며,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남을 대접하라고 말씀하셨다. 미가 선지자는 정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행하라고 했다. 이처럼 진리의 핵심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무엇이 선하고 옳은지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편견과 아집과 무지 때문에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가 배우고 수련하는 이유는 부족한 지식을 계속 채워 넣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진리를 가로막는 것들을 내려놓고,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서다.
1. 우리가 끝까지 붙들어야 할 가치, 생명
생명의바다교회가 소중히 여기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는 생명이다.
나는 죄란 생명을 해하는 것이고, 선이란 생명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명을 해하고 이롭게 한다는 말은 다양한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생명은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와 존엄을 지키는 것이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돌보는 것, 나아가 지구의 생태환경과 모든 생명체를 함께 생각하는 것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다.
이렇게 보면 생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넓은 가치를 지닌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모두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하면서도 무엇이 생명을 지키는 길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르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생명을 지키려는 우리의 노력이 오히려 생명을 해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내가 옳다고 믿는 생각과 행동이 실제로 생명을 살리고 있는가? 나의 신념과 판단이 누군가의 자유와 존엄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지키려는 가치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이런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2. 구도의 길, 생명의 깊이를 탐구하고 넓이를 확장하는 과정
우리는 생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생명을 함께 누리고 돌보아야 할 범위를 넓혀 가고자 한다.
생명의 깊이를 탐구한다는 것은 생존을 넘어 자유와 존엄,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생명의 넓이를 확장한다는 것은 나 자신과 가족을 넘어 이웃과 공동체, 사회와 인류, 그리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우리의 관심과 책임 안에 품어 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구도의 길이다.
구도란 단순히 종교적 지식을 쌓거나 정해진 교리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생각과 신념을 돌아보고, 그 안에 자리 잡은 편견과 아집을 발견하며, 더 깊고 넓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때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발견할 수도 있고, 오랫동안 확신했던 것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삶에서 만나는 갈등과 좌절을 통해 자신이 미처 보지 못했던 한계를 깨닫기도 한다.
그러므로 구도의 길은 완성된 사람이 걷는 길이 아니다. 배우고 질문하며 변화하려는 사람들이 함께 걷는 길이다.
3.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진리를 찾아가는 공동체
생명의바다교회는 진리를 독점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함께 진리를 탐구하는 공동체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이 고유하고 독특한 길이라는 사실을 소중히 여긴다. 예수님께 신실할수록 그분의 가르침과 삶이 우리 가운데 더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세상에서 참되고 따뜻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이 기독교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교와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도 진실과 사랑,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종교가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종교와 사상에는 고유한 역사와 가르침, 차이와 긴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배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라고 요구하기보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선함을 함께 발견하고 축하하며 격려하고 싶다.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동의할 것은 동의하고, 다른 부분은 자유롭게 질문하고 반론하면서 함께 배워 가고 싶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쉽게 바꾸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마저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우리의 대화는 누군가를 논쟁에서 이기거나 설득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며,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자리다.
나 역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만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질문하는 사람으로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4.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의 생명에서 시작하고 완성하는 길
우리는 생명을 이야기할 때 인류와 사회, 세계와 지구 생태계처럼 거대한 주제를 생각한다. 물론 그런 문제들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자신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굶주린 사람, 목마른 사람, 나그네,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 갇힌 사람을 돌아보는 일이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신앙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세상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더라도, 내 곁에 있는 한 사람의 생명을 외면한다면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온전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구도의 길, 생명의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자 마지막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의 가치는 추상적인 구호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에서 드러난다.
우리가 추구하는 생명은 바로 그런 구체적인 삶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5. 온 세상은 지성소요, 만민은 그 제사장이다
생명의바다교회가 꿈꾸는 세상은 하나님의 생명이 온 세상에 충만해지는 세상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만 거룩함이 있고, 교회 밖에는 진리와 선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생명은 우리가 만든 경계 안에 갇혀 있지 않다. 온 세상에 하나님의 생명이 흐르고 있으며, 우리는 그 생명의 흐름을 발견하고 참여하도록 부름받았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의 선함을 독점하는 곳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생명과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함께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서로를 돌보고,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이루며,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해하는 하나님 나라의 삶이다.
온 세상은 지성소요, 만민은 그 제사장이다.
이것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며, 생명의바다교회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이다.
우리는 아직 완성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편견과 아집과 무지가 있고, 서로의 생각이 달라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 속에서도 생명을 향한 우리의 목적만은 굳게 붙들고 싶다.
함께 배우고, 함께 질문하고, 함께 성찰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
생명의 깊이를 탐구하고 그 넓이를 확장하며,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
이것이 생명의바다교회가 추구하는 가치이며, 우리가 함께 걸어가고 싶은 구도의 길이다.
2026년 11월 2일
조해강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