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법승의 눈물
타클라마칸의 모래 바람이 파묻지 못하고
파미르의 눈바람이 꺽지 못한 무쇠 몸이
업풍보다 뜨거운 인도의 열풍을 이기지 못하고
불치목(佛齒木) 아래서 꽃잎처럼 흩어졌네.
혼령은 낭랑한 범음(梵音)을 타고 법계로 돌아가도
정겨운 계림의 말소리를 듣지 못한 골분(骨粉)은
천축의 들판에 뿌려져도 서린 한 풀지 못해
해마다 망향초(望鄕草)가 되어 자라나누나.
하늘의 흰 구름도 내 가슴의 슬픔을 아는지
하얀 치맛자락 먹물에 적셔 저녁하늘을 덮고,
달님도 슬퍼 검은 너울로 얼굴을 가린 채
만월의 빛살로 어둠을 쫓는 큰일도 잊으셨다.
쓰와얌부 수정탑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황금빛 조명 속에 천 갈래로 부서지고,
추모제에 모인 해동의 구법사문의 후예들은
임들의 옛 자취를 더듬으며 빗속에 뒤척인다.
혜륜과 혜업, 아리야발마와 백제의 겸익
꽃다운 서른에 보리수가 꺾어진 현락스님,
신라의 현태와 현유, 이름 없는 구법승들과
“왕오천축국전”의 자랑스러운 혜초스님,
정법을 찾아 중원을 박차고 설산을 넘으신
열일곱 분의 위대한 임들께 헌다하옵니다.
조주의 차 한 잔에 천년의 묵은 한을 씻고
진속도 끊어진 무위의 평원을 호탕이 걸으소서.
이천구년 시월 이일 추석전날 밤,
언 1400년 전 천축으로 구법의 길을 떠난 해동의 위대한 사문들의 발자취를 회고하며
짱 보살님 저택에서 중암이 쓴다.
중암스님은 네팔에서 수행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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