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6일 인도양에서 일어난 수마트라-안다만 지진은 지진해일을 일으켜 28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지진으로 해저 지층이 1200km에 걸쳐 미끄러졌는데, 그 거리는 왕산단층보다 작은 최고 20m였다.
그러나 경주에서 수마트라보다 큰 지진이 일어난 증거는 없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 1만 년 동안 여러 차례 일어난 지진의 결과가 누적돼 28m의 변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며 "2005년 부산까지 흔들린 규모 6.6인 규슈 지진의 최고 변위가 3.2m이므로, 그런 지진이 8번 일어났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왕산단층이 대규모 지진의 흔적이라는 데는 다른 견해도 있다. 최성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왕산단층은 좁은 범위에서 큰 규모로 움직인 단층의 하나"라며 "구조적인 이유로 생긴 대규모 지진인지는 더 자세한 연구를 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청하면 유계리에 위치한 유계단층은 한반도에서 가장 최근에 움직였던 활성단층이다. 양산단층대의 북쪽에 자리 잡은 이 단층은 지층이 4.2m를 미끄러졌다. 이 단층을 연구한 김영석 부경대 교수는 "약 2000년 전 규모 7.0~7.3의 지진이 일으킨 흔적이며, 지진으로 생긴 파열대의 길이는 130~280km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진의 90%는 한 번 일어난 곳에서 다시 발생한다. 지진은 땅속에 축적된 에너지가 지각의 약한 부분을 통해 갑작스럽게 방출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