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정보 [주말산행코스] 호서의 산 구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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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산행코스] 호서의 산 구왕봉

구왕봉은 괴산과 문경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에 자리 잡고 있다. 바위가 많고 숲이 좋으며 조망이 좋아 매우 아름다운 산인데도 가까이에 있는 좋은 산들의 그늘에 가려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지름티재를 사이에 두고 있는 희양산, 골짜기 건너의 마분봉, 은티재를 사이에 두고 같은 줄기에 있는 악희봉 등 좋은 산들의 그림자가 구왕봉의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산들이 사시사철 사람들로 붐비고 있지만, 구왕봉은 아름다움을 감추고 그저 앉아만 있었다.

구왕봉은 백두대간의 절경 가운데 하나인 희양산과 가까운 관계에 있다. 지름티재를 사이에 두고 같은 줄기에 나란히 있을 뿐만 아니라 희양산과 그 자락에 있는 옛절 봉암사와도 관계가 깊다.

구왕봉은 희양산과의 사이에 있는 지름티재에서 고스락까지 절벽을 이루는 부분과 고스락 일대, 그리고 고스락에서 마당바위까지의 경관이 좋다. 곳곳에 엄청난 벼랑을 이루고 있고, 거기에 노송이 많으며, 반반한 너럭바위도 많아 조망하기에 아주 좋다. 특히 거대한 바위 한 덩이로 되어 있는 바로 건너의 희양산을 벼랑 위에서 바라보는 멋이 좋다.

▲ 구왕봉 줄기에서 보이는 건너의 대암벽.

지름티재에서 고스락까지는 거의 벼랑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오르기가 힘들고 어렵기도 하다. 여기에는 곧추선 바위벽이 많고 높기도 해서 밧줄이 매여져 있기는 하나 조심해야 한다. 어려운 바위벼랑을 오르다 벼랑 위에서 숨을 고르며 희양산을 건너다보면 절로 감탄이 터진다.

봉암사는 신라 말 고려 초의 구산선문의 하나인 희양산파의 종찰로 유명하다. 이 사찰은 1982년부터 조계종의 특별수도원이 되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지증대사가 심충이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 자리를 잡아 창건했다. 절을 지으려할 때 그 자리에 못이 있었고, 거기에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다. 지증대사는 신통력으로 그 용들을 구왕봉쪽으로 쫓아내고 절을 지었다.

그래서 구왕봉은 원래 구룡봉이라 불렀고, 절에서는 희양산의 날개 같다 해서 날개봉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아홉 마리 용이 숨어든 구왕봉의 기를 누르고자 매년 구왕봉 고스락에 소금 단지를 묻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은티마을에서 시작하고 끝낸 산행

봉암사쪽에서 구왕봉 출입이 안 되기 때문에 은티 마을은 저절로 마분봉 희양산 구왕봉 악희봉 시루봉 등 주변 명산들의 산행거점이 되어 있다. 50명에 가까운 대전 오르뫼산악회(회장 전남철) 회원들이 여름에 접어드는 6월의 어느 날 구왕봉 산행에 나섰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나 비는 오지는 않았고 오히려 산행에 좋은 날씨였다.

1  대암벽 위 저 너머로 신선봉들의 조망.
2  주차장에서 안내판을 살피고 있는 회원들.
3  은티재를 지나고 있는 숲속의 회원들.

우리는 은티 마을을 나서서 지름티재로 나아가다 잘 지은 펜션을 왼편에 보며 오른편으로 갈라지는 임도에 들어섰다. 이 임도는 사과밭 아래를 지나 산자락을 돌아가다 왼편 숲속 산길로 들어간다. 골짜기를 따라 오르는 이 길은 은티재(오봉정재)로 이어진다.

이 산길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오른편 위로 멋있는 바위봉우리들이 올려다보인다. 그러나 나아갈수록 숲은 짙어지고 마을에 물을 대는 수도관도 보이지 않게 되면서 마치 원시림 속에 들어선 것처럼 햇빛도 보이지 않고 어두컴컴하다. 나무와 다래 넝쿨 등이 얽혀 있고, 가끔 옛날 숯을 구운 숯가마터가 보인다. 길은 좋았다.

울창한 낙엽송숲을 보면서 우리는 은티재에 올라섰다. 주차장을 출발해서 50분만이었다. 여기서 봉암사로 내려가는 골짜기가 좋다. 그러나 나무로 울타리를 얽어놓고 스님 두 분이 봉암사쪽 통행을 막고 있었다.

1  구왕봉 줄기에서의 조망. 신선봉 조령산 신선암봉 주흘산, 그리고 저 너머에 월악산의 머리가 보인다.

은티재에서 주치봉까지는 가파른 숲속 길로 별다른 것이 없다. 주치봉은 파묘자리가 있고 널찍하다. 주치봉에서 가파르게 내려서면 흐리골재다. 봉암사나 은티로 내려갈 수 있는 네거리다. 망두석도 있는 묘가 있고, 옛 산판길 흔적이 보였다. 안내판에 ‘악희봉 100분, 구왕봉 50분, 은티 20분’이 표시되어 있다.

흐릿골재부터 이따금 등성이에 바위가 보인다. 이 가운데 집채만한 바위가 갈라져 홈통을 이루고 있고 길은 홈통 바닥을 지나게 되어 있다. 이 바위턱은 조망도 좋다. 대야산은 물론 신선봉 조령산도 조망되고, 바로 왼편(동북쪽)으로 보이는 대암벽은 장관이다. 이 대암벽은 구왕봉에서 은티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있다.

2  희양산을 배경으로 조망대의 회원들. 
3  지릅티재의 봉암사쪽 목책.

홈통바위뿐만 아니라 마당바위도 좋았다. 양편이 벼랑인 위가 꽤 널찍한 너럭바위로 되어 있어 쉬기에도 좋고, 월악산 조령산 신선봉 등의 조망도 좋았다. 마침 우리는 여기서 제천의 유명한 두발산악회 회원들과 만났다. 너럭바위에서 구왕봉 고스락까지는 벼랑으로 된 숲속 바윗길이 많고 가파르다.
은티 주차장에서 거의 3시간이 걸려 구왕봉 고스락에 섰다. 고스락에선 바로 건너에 있는 희양산 모습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짙었다. 고스락에는 먼저 올라온 회원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처음 계획은 발 빠른 회원들이 지름티재를 넘어 희양산까지 다녀오기로 했으나 백두대간 종주꾼들로부터 지름티재는 물론 희양산 고스락으로 오르는 길도 스님들이 막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희양산 산행을 포기하고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구왕산의 멋은 구왕산에서 지름티재까지의 벼랑과 기암괴봉 지대가 가장 좋다. 벼랑 위에 너럭바위들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펼치고 있는 곳이 여러 군데다. 그 위에 서면 건너에 온통 한 덩이 바위로 된 하얀 희양산의 우람한 모습이 한눈에 보여 감탄이 절로 난다. 깊은 바위벼랑을 한 가닥 밧줄을 붙들고 내려가는 곳도 있고, 큰 바위 사이를 구렁이 몸통처럼 뻗어내린 소나무 뿌리를 붙잡고 오르내리는 곳도 있어 신기하고 재미있다.

4  남쪽으로 대야산과 조항산이 보인다.

고스락에서 40분을 들여 내려선 지름티재에도 나무울타리를 치고 스님 두 분이 지키고 있었다. 희양산으로 오르지 못하는 산꾼이 스님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지름티재에서 은티 마을쪽은 숲속이지만 넓은 골짜기다. 성터를 거쳐 희양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에 정자가 있고 안내판도 있다. 여기서부터는 차도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다. 지름티재에서 은티 주차장까지 거의 1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총 산행시간은 4시간쯤 된다.

산행길잡이(마패봉 포함)
봉암사쪽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산길은 은티재길과 지릅티재길 두 갈래다. 중간에 흐리골길이 있지만 잘 이용하지 않고 길도 희미하다. 두 길을 늘여 희양산으로 돌 수도 있고, 악희봉과 마분봉으로도 돌 수 있다.

○은티재길 은티 주차장~(지릅티재길)~사과밭~(임도)~은티재골~은티재~주치봉~흐리골재 묘~홈통바위~마당바위~구왕봉 <약 2시간30분 소요>
○지릅티재길 은티 주차장~정자(희양산 성터 갈림길)~지릅티재~전망대~구왕봉 <약 1시간30분 소요>

교통
괴산, 충주, 문경 어디를 거치든 연풍(괴산군)으로 가서 은티(주진리)로 들어가야 한다. 연풍은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가 지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연풍에서 은티로 들어가는 버스가 하루 3회(08:05,12:45,17:55)밖에 없다.이 버스는 은티에서 바로 되돌아나온다.


/ 글·사진 김홍주 소산산행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