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시집을 분양해간 사람에 대해서는 사실 그 사실을 숲님께 알릴지 비밀로 부칠지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우선 그가 평소 각별하게 챙겨드렸던 한 노인에 대한
이야기부터 소개해 드리고자합니다.
한 노인이 있었답니다.
나이는 80대로 그 나이대의 여느 할아버지들과 달리 훤칠한 신장에, 호감형 얼굴과 인상을
지닌 분이었는데, 역시 또한 그 나이대의 여느 어르신들과 달리 고압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성품을 지닌 분이셨답니다.
할아버지의 생활패턴은 칸트처럼까지는 아니었지만 거의 늘상 산책을 다니셨다고해요.
또 산책을 다니실때는 언제나 강아지를 손주처럼 아끼며 데리고 다니셨는데, 어느때에는 강아지가
마치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대요.
할아버지가 주로 가시는 곳은 보라매공원이었고 오랜 시간을 머무르다 오셨답니다.
할아버지는 아들 내외랑 살았는데, 그가 보기에 할아버지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그렇게
밖으로 돌다 들어오시는게 아무리 보아도 부대끼며 지내야 하는 며느리에게 신경쓰이지
않게 하려는 배려차원의 행동이 아닐까 생각되었답니다.
한편으로는 인생의 회한이 서린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인생을 달관한것 같기도 하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차분해보여서 한없이 무심해보이기조차 한 그런 여러 감정이 복잡미묘하게 섥혀있는 표정으로
호리우치 다카오의 뮤비에 나오는 그 노인들처럼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할아버지가 강아지와 함께 귀가할때면
당신의 뒤에 드리워져 따라가는 긴 그림자가 그렇게 외롭고 처량해보일수가 없었대요.
이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려준 이는 2016년 멘부커상과 올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작가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인 한승원작가, 송기숙작가, 이청준작가등과 동향인 전남 장흥사람이에요.
장흥이란 고장의 두드러진 특색이 작가가 엄청 많이 배출되었다는 것이에요.
인구는 4만명정도밖에 안 되는데 앞에 거론된 작가 말고도 수 많은 작가가 배출되었는데 등단한 시인만 100명 이상이라고해요.
하여간에 그 고장에 그런 글쓰기의 풍토가 짙다보니 할아버지의 얘길 들려준 그도 자연스레
어렷을때부터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키웠다고 해요.
그랬던 그가 어쩌다가 각박한 현실의 자력를 못 이겨 자본주의의 최 일선에 있다 할 금융업종에
몸을 담그게 되었는데 벌써 30년이 되어간답니다.
미용실 옆에 있는 신협에 전무로 재직하고 있는 분인데, 세번째 시집이 그에게 분양된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그 신협의 고객이셨구요.
할아버지는 정말 인자하고 가슴따뜻한 분이셨대요 그래서 그가 더 각별하게 챙겨드리고 싶으신 분이셨다 하구요.
그렇게 훤칠한 키에 다정다감하셨던 분이셔서 정말 오랫동안
다른 어르신들보다 기억에 많이 남는 분이고 그런 멋진 외모와 부드러운 매너때문에 왕년에
여자꾀나 후리고 다녔을게 분명해보였다고 해요.
그리고 한문도 많이 아시는 분이셨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그 멋진 할아버지가 작년인가 언제인가 근년에 돌아가셨다고 해요.
그 할아버지 늘 자기딸 자랑을 많이 했다고 해요.
공부도 잘하고 성공한 딸이라고.
멀리 칠레에서 통역과 번역도 하고 시도 쓰는 유명한 딸이라며 딸 자랑을 그렇게 ...
이 글을 읽고 심장박동에 큰 변화가 생겼다면 그녀는 분명 그 할아버지의 따님일터.
눈물까지 흘린다면 100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