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흥진방파제 서해대교를 건너는 버스에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태안까지는 2시간이 채 안걸려서 도착한다. 시내버스를 타고가다 정죽3리에서 내려야 하는것을 횟집들이 있는 정죽5리 종점까지 가는통에 한동안 도로를 걸어서 되돌아 간다. 양식장이 있는 비포장로로 들어가서 폐가들을 지나 안흥진방파제에 서면 신진도를 잇는 다리 밑으로 마을들과 횟집촌이 평화스럽고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막혔던 가슴이 뚫린다. 20여년전 군생활때 배를 타고 신진도를 건너간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바람부는 해변에 널려져 있던 어망들과 황량한 잡초들만이 기억난다. 김포의 바닷가에서 한남정맥을 시작한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금북정맥을 시작하려 다시 바다를 찾으니 감회가 새삼스러워진다. 소라껍질이 뒹구는 바닷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금북정맥의 첫 발자국을 내 딛는다.(09:45)
- 갈음리고개 굵은 밧줄을 잡고 폐초소을 지나서 잔소나무와 잡목들이 우거진 산길을 오르면 파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갯내음이 뮬씬 나는듯 하다. 120봉에 오르면 안흥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신진도와 바다에 떠있는 수많은 섬들은 한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09:55) 폐막사를 지나고 갈음리해수욕장으로 내려가면 노송사이로 방갈로들이 서있고 모래사장은 너무나 깨끗해서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한번 쳐다본다.(10:08) 길이 희미한 능선으로 올라 잡목숲을 헤치고 너덜지대를 지나면 통신시설이 있는 140봉인데 해수욕장과 어우러진 바닷가의 풍광이 너무나 좋아 감탄사가 나온다.(10:24) 봉우리를 내려가다 지령산을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꺽어져서 잡목들과 쓰러진 나무들을 통과하고 시멘트도로인 갈음리고개로 내려선다.(10:38)
- 지령산철조망 고개를 넘어 소나무길로 들어가면 십자로안부를 지나면서 잡목숲이 심해진다. 쓰러진 철조망을 지나면 길도 희미하고 무조건 능선만 고수하며 정상으로 향하면 지뢰경고판은 보지도 못한다. 넝쿨과 잡목사이로 족적을 찾아가며 가파른 숲길을 오르고 너덜지대를 지나면 바위지대가 올려다 보이며 시설물의 철조망이 나온다.(11:02) 바다를 바라보며 땀을 식히고 철조망을 잡고 시설물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길도 없고 잡목과 넝쿨들이 성가시다. 철조망이 무너진곳은 밑으로 내려섰다가 올라가며 힘겹게 정문옆으로 나오니 개짖는 소리에 경찰이 나오며 지뢰가 있는데 왜 그리 다니냐고 크게 나무란다.
- 죽림고개 아스팔트도로를 내려가다 경고판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산길로 올라가면 잡목과 까시나무들이 심하다. 삼각점있는 봉우리를 넘으면 수직절개지가 나오는데 어린 소나무를 잡아가며 조심해서 도로로 내려간다.(11:36) 도로를 건너 능선으로 붙어서 길도 없는 잡목숲을 헤치고 나아가면 깃대가 세워져있는 삼각점을 지나고 바로 도로로 내려선다.(11:47) 도로따라 내려가다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무덤들을 지나고 절개지를 내려가면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죽림고개이다.(11:56) 시설물 도로를 따라 내려가도 죽림고개와 만나지만 우정 길도 없는 정맥을 밟으려니 시간도 더 걸리고 힘이 든다.
- 도황삼거리 고개를 넘으면 잡목들과 꺽어진 나뭇가지들로 길은 지저분하지만 곧 빽빽한 장송군락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어 보기도 좋고 시원하다. 묘 5기가 있는 능선을 지나고 십자로안부를 넘으면 시멘트길이 이어지고 국립공원표시석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의 산길로 올라간다. 봉우리를 가파르게 오르다가 정맥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며 마른 덤불들이 무성한 묘지들을 지나 다시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정맥은 오른쪽에 있는 낮은 야산으로 이어지지만 민가들이 있고 개사육장이 있어 포기한다. 나란히 지나가는 시멘트길 따라 계속 걸어가면 익살스런 표정으로 장승들이 서있는 도황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은 연포가는 길이다.(12:48)
- 신대삼거리 고개를 건너 민가를 지나서 산으로 올라가면 국립공원표시석과 산책로안내판이 보이고 장송숲이 울창하다. 묘 두기를 지나서 밧줄을 잡고 가파른 봉우리를 오르면 잠시후 오른쪽으로 연포해수욕장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인다.(13:05)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고 앉아있으면 30여년전에 한번 와봤던 연포해수욕장은 형형색색의 방갈로들을 뒤로하고 반짝거리는 금빛 모래사장을 품은채 조용히 누워있다. 잡목들을 헤치고 나무들이 쓰러져있는 흰색 바위지대를 통과하면 정맥은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국립공원표시석이 있는 110봉을 지나고 안부에서 가파르게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100봉인데 소나무들만 울창하다.(13:30) 봉우리에서 내려가다 갑자기 길이 없어지는데 북쪽으로 잡목을 헤치고 내려가면 가족묘가 나오고 곧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13:42) 타조농장을 지나고 연포에서 이어지는 620번 지방도로따라 걸어가면 용신2리마을회관을 지나서 603번 지방도로상의 신대삼거리에 도착한다.(14:06) 슈퍼에서 환타한병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고르니 주인이 여기에서도 등산을 하냐고 관심을 보인다.
- 윗밤고개 근흥중학교 왼쪽으로 태흥맨숀을 끼고 산길로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며 올라가면 삼각점이 있는 73.2봉인데 따뜻한 봄날씨에 땀이 흐른다.(14:18) 완만한 솔밭을 따라서 시멘트도로인 후동고개를 넘으면 웬일인지 부서진 차량잔해가 숲속에 널려 있다.(14:30) 능선을 오르면서 언뜻 흰색 암봉으로 이루어진 백화산이 보이는듯 하고 오른쪽으로는 내내 따라오던 바다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묘지들이 많이 있는 봉우리 쯤에서 잡목숲이 심해지고 등로가 갑자기 사라지는데 여기에서 왔다갔다 길 찾느라 20여분을 헤멘다. 무덤가에서 지형을 살피다 붉은색 지붕과 대나무숲을 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무덤들을 지나서 농로가 나오는데 여기가 윗밤고개이다.(15:17)
- 101.4봉 고개를 넘고 정면의 밭을 지나서 왼쪽으로 보이는 산을 올라가면 무덤들이 많고 비닐하우스 철제잔해가 통째로 버려져 있다. 잡목숲을 헤치고 시멘트길을 넘으면 가전제품등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어 쓰레기사이로 정맥을 올라간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인삼밭을 지나서 왼쪽으로 밭을 타고 내려가면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밤고개이고 밭너머로 마루금은 이어진다.(17:29) 이구간은 도로와 밭과 무덤들로 마루금의 원형이 사라졌고 또 표지기도 별로 없어 길 찾기가 참으로 힘들다. 무덤들을 지나고 키낮은 소나무사이를 올라가면 삼각점과 깃발이 있는 101.4봉인데 여기에서 바라보니 윗밤고개와 밤고개 근처의 까다로운 지형이 비로서 이해된다.(15:40) 잠시후 능선갈림길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꺽어지고 오른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길은 전막산가는 길이다. 잡목을 헤치고 올라가 돌로 쌓은 웅덩이를 지나면 전막산인데 나무가 많아 조망은 별로지만 푸른 수룡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15:40) 갈림길로 돌아가 가파른 잡목숲을 내려가면 시멘트도로가 나오고 목장철선을 따라 소분뇨가 널려있는 숲을 지나면 목장이 있는 2차선포장도로가 나온다.(16:01)
- 장재 수룡저수지를 보면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걷다가 마금1리복지회관을 지나고 민가사이로 들어가 왼쪽으로 보이는 산으로 올라간다. 희미한 잡목길을 올라가면 능선에서 왼쪽으로 잠시가다 바로 오른쪽으로 꺽어져 내려가고 비포장길을 건너 임도로 이어진다. 아주머니가 장작불을 지피는 전원주택을 지나고 임도사거리를 넘으면 다음 임도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졌다가 다시 왼쪽의 숲길로 올라간다. 얼마후 임도를 다시 만나고 넓은 임도따라 정맥은 한동안 이어지다가 오른쪽으로 꺽어져서 통신기지국과 통신탑을 지나면 32번 국도가 지나가는 장재이다.(16:37) 도로에는 만수가든식당이 있고 전군수와 면장들의 공덕비가 3개나 세워져있으며 고갯마루를 건너 정맥을 이어간다.
- 시목버스정류장 고개에서 오른쪽으로 200여미터 올라가면 쉰고개이고 왼쪽으로 넓은 비포장도로가 연결된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도로따라 걷다보니 정맥은 왼쪽의 낮은 야산으로 연결되는데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어차피 길따라 정맥이 연결되니 그냥 가기로 하는데 묘목밭들을 지나고 넓은 인삼밭을 지나면 농가들이 간간이 보인다. 한동안 도로따라 가면 장대1리(삼곳말)버스정류장이 있는 도로개사거리가 나오고 대나무숲에 효행비가 서있고 큰사당이 있다.(17:06) 시멘트도로를 한동안 따라가다 장대1리(장살이)버스정류장 있는곳에서 왼쪽의 산길로 올라가지만 곧 도로로 떨어지는데 서해철망이 있는 돌고개이다.(17:16) 소원농협창고를 지나고 복지회관앞의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삶은 계란에 소주 한잔을 마시다가 그래도 유득재까지는 가야겠기에 서둘러 일어난다. 노송들이 쭉쭉 뻗은 도로를 따라 태창공업사와 등나무슈퍼가 있고 시목버스정류장이 있는 32번 국도로 내려선다.(17:30)
- 유득재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를 건너 주유소 뒤로 숲길로 들어간다. 잡목들이 빽빽한 숲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소주를 한잔 마셔서인지 숨도 차고 땀도 흐른다.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져서 한차례 다시 오르면 돌무더기들이 모여있는 140봉인데 적막한 숲속에는 서서히 어둠이 깃드는듯 하다.(17:53)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정맥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지고 소나무와 잡목들이 성가신 길을 내려가면 차소리가 크게 들린다. 임도를 보며 절개지를 내려가면 레미콘 공장인 서해산업안내판과 임도표시석이 서있는 32번국도상의 유득재이다.(18:07) 태안택시를 부르고 옷매무새를 바로 잡으며 다음구간 진입로를 바라본다. 마을과 도로와 전답들로 많이 망가진 금북정맥을 확인하였지만 그래도 한남정맥만큼은 덜한것 같아 한가닥 위안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