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10월21일 『동아일보 2007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sub-3를 달성했는데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은 그저 담담하다
흔히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는 꿈의 기록이기도 하고, 또 이를 달성하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이런 사람을 명인이라고 한다
사실 이 명인이 되기 위해서 지난 1년6개월의 시간은 고통과 즐거움이 함께한 시간이었다. 2003년 11월 마라톤의 의미도 모른채 10km를 무작정 뛴 이래 5km 2번, 10km 8번, 하프 23번, 풀 13번을 뛰고 14번째 sub-3를 달성했다.
그렇지만 막상 sub-3를 하기로 작정을 하고는 7전 8기를 한 샘이다. 이 sub-3라는 것이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제가 대회 참가수기를 쓰기로 마을 먹은 것은 오늘날의 제가 명인이 될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준분들에게 그 고마움을 전하고 또 sub-3를 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 sub-3를 위한 모임 결성 먼저 sub-3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난 해 259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고자 한다. 259 모임은 조외흠 코치님과 정찬우 명인님을 비롯해 sub-3를 해 보겠다는 김종건님, 배한균님, 유덕계님, 이종창님, 장건기 이상7명으로 구성이 되었다 이중 김종건님과 배한균님은 2007년 3월 18일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서 sub-3를 해서 명인이 되었고, 나와 유덕계님, 이종창님은 sub-3를 하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나는 초반 30km까지는 2시간 6분대로 뛰어 무난하게 sub-3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로 3시간 5분 59초라는 기록에 만족해야 했고 또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 본격적인 훈련 시작 2006년 9월 섬진강마라톤대회에서 조외흠 코치와 함께 5분페이스로 달려 3시간 23분 뛰면서부터 조금만 더 훈련을 하면 sub-3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2006년 춘천마라톤 대회와 2007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대비한 훈련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먼저, 체력훈련(언덕훈련, 언덕차기, 점증주, 경북기계공고 105바퀴 뛰기 등)을 중점적으로 하게 되었다
* 언덕훈련 : 다리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산공원(3.2km정도)을 처음에 하나부터 시작을 해서 9개까지 뛰어 보았다. 처음 하나를 뛸 때는 힘이 들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운동 후유증이 심해 늘 다리에 파스를 달고 다녔다. 그렇지만 기록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운동이다.
* 언덕차기 : 학산공원과 배수지 입구에서 언덕차기 훈련을 주로 했는데 발 뒷굽을 들고 앞 발가락만을 사용을 해서 언덕을 오르는 훈련이라 종아리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 점증주 : 경북기계공고에서 400m 트랙을 수도 없이 달렸다. 처음에는 한 바퀴를 뛰는데 2분도 힘들었지만 차츰 1분 40초 1분 36초까지 당기면 달리고 또 달렸다. 스피드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경북기계공고 105바퀴 장거리 훈련의 일환으로 경북기계공고 105바퀴를 뛰기로 했지만 최고로 많이 뛴 것이 97바퀴를 돌아보았는데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105바퀴를 뛰지 못해서 sub-3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지구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 훈련 자세와 방법 및 환경을 바꾸다 그렇지만 2007.1.28일 고성대회와 3월18일 서울국제마라톤 대회, 4월1일 전주마라톤대회, 4월18대구마라톤대회를 2주 단위로 뛰고 난 이후 난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세를 바꿔야겠고, 훈련방법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서 난 조외흠 코치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로 맘을 굳혔다. (아마 조코치님은 상당히 섭섭한 맘이 들었겠지만 나는 구차한 설명과 변명도 하지 않았는데 이는 결과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목표 설정을 다시 하고 내 몸에 맞는 훈련방법을 찾아 나셨다. 그리고 sub-3가 최종 목표가 아닌 249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훈련을 하는데 욕심을 내거나 서두르지도 않았고 무리한 운동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을 기를 수 있고, 즐겁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특히 마라톤의 훈련방법은 반드시 case-by-cas가 되어야 운동 자체가 힘들지 않고, 즐겁게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훈련 코스를 두류공원으로 정하고 이곳에서 언덕훈련, 내리막 훈련, 스피드 훈련, 점증주 훈련 등 나름대로 두류공원의 코스를 분석하고 구간 구간별로 시간을 정하고 강약 조절을 하면서 여름 내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전에는 다리에 파스가 떨어질 날이 없었는데 무릎도 아프지 않았고, 근육통도 거의 없이 편안하게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면 훈련방법과 영양공급 상태에 따른 어떤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에는 훈련에만 신경을 쓰고 먹는 것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번을 그렇지 않았다.
▶ 두류공원을 벗 삼은 여름나기 지난 7월에서 10월까지 나는 두류공원을 벗 삼아 여름을 보냈다. 하루의 훈련량은 15km에서 20km를 주 3회 이상 뛰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열대야의 찜통더위가 있어도 묵묵히 달리고 또 달렸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옷은 젖고 또 젖어 신발이 다 젖었다. 더불어 땀의 배출만큼이나 몸무게도 줄고 또 줄었다. 사실 마라톤에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부모님이 계신 촌에라도 가게 되면 부모님은 바짝 마른 아들의 얼굴이 안타까웠던지 마라톤 하는 것을 극구 만류를 하셨다. 그러시면서 남들의 자식들은 나이가 들면 살이 쪄서 얼굴이 번들거려 보기가 좋은데 도대체 이 몰골이 뭐냐고.....하하하 그렇지 부모 된 도리로서 당연한 말씀이신지라 그럴 때면 나이가 들수록 조금은 마르는 것이 좋고, 살이 찌면 고혈압, 당뇨, 관절염이 온다고 설명을 해도 부모님은 그래도 좋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난 멈출 수가 없었고, 멈추어서도 안 되는 길이기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이번 훈련의 동반자로는 박영수 친구가 있었다. 예전에는 친구와 보조를 맞춰서 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워낙 기량의 차이가 많이 나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거의 초죽음으로 가는 길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친구의 배려와 도움으로 여름 내내 두류공원을 같이 뛴 결과 나의 기량은 일취월장했고,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기량의 차이는 여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 sub-3를 위한 보양식과 간식 난 지금까지 자신을 위한 보약이나 보양식을 먹어 본 적이 거의 없다. 밥을 잘 먹는 것이 보약이라고 생각했기에 밥은 정시에 정량을 먹고 끼니 거르는 것은 죄악이라 생각했다. 한 끼를 거르면 평생 찾아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혹할 정도의 훈련에는 체력의 한계와 함께 몸보신의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9월 2일 옥천대회를 갔다 와서 장어집에서 소주를 한잔 하는 자리에서 장어로 몸보신을 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음날 난 칠성시장을 곧바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칠성시장에 도착을 하니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상가는 문을 닫았고 한 곳은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기에 그곳으로 들어갔다. 당초에 난 장어나 몇 마리 사기위해 들어갔는데 주인아주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주머니가 뱀장어 액기스를 권하는 것이었다. 여름 한철 우포늪에서 통발로 잡은 뱀장어는 힘이 있고 이승엽 선수도 한번씩 먹고, 여름철 뱀장어만 특별히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씀에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 특히 어항 속에서 힘차게 돌아다니는 뱀장어 놈들의 힘에 매료되어 쉽게 결정을 했다. 어항속의 뱀장어 2관에 남은 놈을 모조리 넣으니 9kg이 되었고, 주인아주머니는 또 자라도 한 마리 넣으면 더 좋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고, 또 보약도 한질 넣으면 좋다기에 또 그렇게 했다. 하하하 정말 엄청난 금액이었지만 난 일을 저질렀다. 오직 sub-3만을 생각하면서...... 액기스 140봉을 하루에 2개씩 먹어 대회전까지 거의 다 먹었는데 결과론적이지만 일단은 성공을 했다. 그리고 매일 오후 4시경에는 박영수 친구와 함께 계란 흰자 2개씩과 선식을 간식으로 먹은 결과 운동하는데 한결 수월했다.
▶ sub-3를 위한 철저한 몸 관리와 기록 분석 매주 1회 정도는 보건소에서 체지방 검사를 하고 신체의 변화를 체크를 하면서 음식조절을 했다. 그간 좋아하던 술은 거의 끊어버리고 가끔씩 막걸리 한두 잔이 전부였다. 그리고 매일 매일 훈련량과 기록을 분석하면서 훈련계획을 세우고 훈련량에 따른 몸 상태도 점검하면서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 9월 2일 옥천대회에 갔다 와서는 장거리를 좀더 해야겠다는 절실함에 수요일 20km 목요일 20km, 목요일 14km 연속해서 뛰고 나니 조금은 무리가 되었지만 지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역시 마라톤은 정직하며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있다는 것을 새삼느꼈다.
▶ sub-3를 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 있어 sub-3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리라 본다 첫째, 몸 상태가 최상이어야 한다 둘째, 날씨가 적정해야 한다 셋째, 코스가 좋아야 한다
▶ sub-3를 하기 위해서는 30km부터 시작이다 라는 맘을 가져야 한다. sub-3에 수차례 도전을 하면서 느낀 것은 웬만큼 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30km까지는 큰 무리없이 가지만 정작 이때부터 시작인 것 같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지점이므로 조금의 방심도, 여유도 허락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되도록이면 힘을 비축을 했다가 이때부터 힘을 발휘해야 40km까지 무난히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마지막 2.195km를 어떻게 잘 버티느냐가 승부의 관건인 것 같다.
▶ sub-3를 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그간 각종 대회에 참가를 하면서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쓰고, 머리띠를 했었다. 그런데 지난 9월 30일 섬진강 대회에서 선글라스가 흘러내려 손이 자꾸만 안경테로 가서 뛰는데 지장이 많았다. 그래서 하프 지점을 통과하면서부터는 허리춤에 차고 땅만 보고 뛰었는데 의외로 집중이 잘 되었고 자세를 잡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경주동아 때에는 아예 처음부터 안경을 쓰지 않았는데 눈에 뵈는 것이 없어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모두가 이런 경우는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번 경주동아에서는 마지막 2km를 남겨 놓고 10분이상의 여유가 있어서 크게 힘들이지 않았고 무리하지도 않았는데 집중력만큼은 끝까지 잃지 않았다.
▶ 사랑하는 가족에게 나는 sub-3를 하였지만 역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이다 평일 일찍 들어가지도, 또 휴일은 함께하지도 못하고 늘 제각각 이었기에 늘 미안한 맘이 앞섰다. 그렇지만 하나의 뜻을 두고 미쳐 날뛰는 남편과 아버지.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닌 3년이란 긴 세월동안 묵묵히 참아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나의 이 모든 영광을 가족에게 돌리고 싶다.
▶ 대구마라톤클럽 두류지부 가족여러분에게 올해 4월 대구마라톤클럽 두류지부에 발을 들여 놓았다. 평소 두류지부에는 다소 지인이 있었기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고, 또 훈련을 하는데 두류공원이라는 최상의 훈련지가 있었기에 함께 훈련을 하고자 했다. 그간 힘들고 어려울 때 많은 격려와 용기를 준 두류지부 가족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끝으로 앞에서 언급한 259모임의 조외흠 코치와 정찬우 명인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 또 한때 동고동락을 했던 김종건 명인님, 배한균 명인님, 유덕계 명인님, 이종창 명인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특히 조외흠 코치님은 오늘날의 장건기가 sub-3를 할 수 있도록 기본체력을 다져 주시고 또 많은 지도와 도움을 주신분이다. 평소 조코치님의 특징은 운동을 할 때 말로서 하지 않고 항상 앞장서서 뛰어주고, 자상하게 몸 상태도 점검해 주는 등 정말로 열정적으로 지도를 해 주셨기에 존경스럽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독립선언을 한 것에 대해서 널리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리고 지난 4개월동안 훈련 동반자였던 박영수 친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친구야! 고맙다
끝으로 두서없는 글이지만 그간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고통과 환히, 좌절과 제기, 슬픔과 기쁨, 질투와 용서 등 오만가지 생각으로 얼룩졌지만 이는 sub-3를 하고자 하는 하나의 과정이었고 결과적으로 그 결실을 맺음에 있어 하나의 기쁜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앞으로는 보다 성숙된 자세로 진정한 마라톤 매니아가 되고 평생 즐런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