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동안의 대촌천 수생태및 식생조사
오뉴월 뙤약볕 아래 선 우리(조사원들)는 장마철 무섭게 불어난 강물을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투망에 걸려 올라온 황금빛 잉어와 파득거리며 은빛비늘을 반짝이는 피라미들로 인해 환호성도 지르고,
강모래바닥을 기어다니던 우렁이, 왼도리물달팽이, 재첩등을 발견했을 때의 신비감과 기쁨들...
아직은 수중저부의 모래뻘에 숨어 있지만 곧 성충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닐 잠자리유충과 하루살이유충,
어린시절 이후로 20여년 만에 보게된 거머리들을 들여다 보며,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을 서로 눈빛과 미소와 웃음으로 나누며 함께 조사에 임했다.
조사원중 한분은 방형구조사 중, 땅벌의 집단공격을 받아 벌침에 쏘이기도 하였고
벌에 쏘여 아린상처는 조사지에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는 왕꼬들빼기 즙을 상처에 발라 효과를 보기도 했다.
조사원들 모두 생명들을 만나는 기쁨에 웃고, 그 생명들을 삶터를 빼앗는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에 안타까워 하였다.
조사를 마치고, 우리는 잠시 대촌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민물조개인 재첩과 말조개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청량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대촌천에서 조개를 잡고 천렵을 즐기며 물놀이를 하였을 과거의 모습과
부영양화로 인한 하천의 녹조와 너무도 낮은 생물종다양성을 보이는 현재의 모습, 악취 나는 하천저부와 버려진 양심이 된 쓰레기들,
추진중인 대단위 아파트단지 조성공사 등으로 미루어 우리는 대촌천의 미래도 쉽게 짐작이 가능했다.
자연은 인간의 지나친 간섭만 없다면 자신들이 살아갈 최적의 균형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
자연의 힘을 믿고 시간을 주기만 하면 막대한 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한 일을
욕심많은 인간은 조바심으로 인해 기다려주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안타까움이다.
아직 너무 늦은 것은 아닐것이다.
살아서 숨쉬며 헤엄치는 생명들을 어느날 갑자기 한순간에 없애 버리지 않는 한,
대촌천의 미래를 과거화 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이고 욕심없이, 그리고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노력만으로도 가능하리라.
내가 아닌 또 다른 생명은 곧 나의 생명과 동격(同格)이다.
너무 욕심부리지 않는 인간,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인간으로 살다가 자연의 일부로 되돌아간다면
충분히 인류와 후세를 사랑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건강한 생명들이 인류와 함께 공존하는 미래의 대촌천을 기대한다.
- 자연생태복원기사 조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