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는 그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남한 땅의 5대 명찰(名刹)을 언급하여 서산 개심사, 강진 무위사, 부안 내소사, 청도 운문사, 영풍 부석사를 읊었는데
그중에서도 부석사를 손꼽으면서 영풍 부석사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집이라고 하였다.
영주 부석사라 하지 않고 왜 영풍 부석사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석사의 주소를 보면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148번지이다.
그리고 현지 주민들 모두 영주 부석사라고 하지 영풍 부석사라고는 부르지 않고 있었는데
아마도 영주와 풍기를 묶어서 그렇게 부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부석사는 가을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무렵에 찾아가야 제 격이라는데
초여름인 지난 달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부석사 주차장은 널찍하고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으며 입구에서 주차비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각종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커다란 인공호수에 폭포와 분수대가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 음식점들은 가격대비 양과 질에서 두번 다시 먹기가 싫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
<주차장의 조경이 제법 아름답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는 잠시...
매표소를 지나면 완만한 오르막 경사로를 따라 거의 일직선으로 일주문, 천왕문을 지나 종무소 앞마당에 3층 석탑
한쌍이 있고 그 위로 범종각과 안양루를 지나면 마침내 무량수전에 이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좌, 우측은 사과밭이라서 봄이면 사과꽃이 하얗게 피어 방문객을 반겨주고, 가을이면 빼곡하게 들어선 은행나무
이파리가 노랗게 물들어 손을 흔들거나 마침내 흩어져 떨어진 은행잎들은 노란 카펫을 깔아 놓은듯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을날 부석사를 칭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길바닥은 가장 자연친화적이라는 흙바닥이니 발바닥이 먼저 좋은 길임을 알 수 밖에....
사과밭 울타리로 탱자나무를 심어놓아 긔 더욱 자연스러운 길이니 부석사 오르막길은 천천히 올라야 제맛일것이다.
<매표소를 지나 절집으로 오르는 길이 깔끔하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절정을 이루는 곳....>
마침 일주문은 대대적인 보수공사중이었다.
그래서 부득이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현판에는 '태백산 부석사'라고 씌여있었다.
태백산?... 소백산이 아니었던가?
부석사 창건 당시에는 태백산과 소백산을 구분해서 부르지 않았을거라거나 정확히는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위치한
봉황산 아래에 부석사가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왼쪽으로 부석사 중수비가 있고 그 위로 당간지주가 서 있다.
높이 4.3m의 늘씬한 당간지주는 여늬 그것들과는 달리 몸체에 고정목을 끼우는 구멍이 뚫려있지 않고 지주 가운데에
구멍뚫린 돌이 있어 당(幢)을 세운후에 당간지주 윗쪽에 패인 홈에 줄을 걸어 고정시킨듯 보여졌다.
<부석사 중수비...>
<당간지주....보물 제 255호>
매표소에서 시작한 비탈길의 끝에는 사천왕문이 서 있다. 이제 비로소 佛國으로 접어드는 것인가?
그 이후 범종각, 안양루, 무량수전까지도 계속 비탈진 경사이지만 제 각각 축대를 쌓아 건물을 지었는데 이 축대에
사용된 돌들이 불국사처럼 인공적으로 자르고 재단하여 쌓은 석축이 아니라 자연석 생긴 그대로 쌓았기에 더욱 높이
평가된다고 하며 모두 9단의 석축은 불교의 9품 만다라를 상징한다고 하니 절집 어느 구석이 佛法 아닌 생김이 있으랴?
<사천왕문....사천왕이 지킨다.>
<경내로 들어서면 첫 마당이 종무소 앞이다.... 3층 석탑이 한 쌍으로 서 있는데 다른곳에서 옮겨온듯 하다.>
ㅇ 종무소 앞마당.... 위로는 범종루가 보인다.
ㅇ 마당 좌, 우로 서있는 한 쌍의 3층석탑
ㅇ 3층석탑이 옮겨졌다는 기록.... (佛舍利塔 移建碑)
종무소 앞마당에서 바로 범종각으로 올라가지 말고 오른쪽으로 약간 비켜서면 2가지 커다란 비밀을 볼 수 있다.
첫째는 안양루에 나타나는 여섯분의 부처님... 이름하여 현현불이라는 숨겨진 부처님을 만나는 일이다.
날씨나 기상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 하여 현현불이라고 한다는데 정말이지 찾기 어려운 부처님이다.
안양루 공포의 사이...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멀리서 보면 뒷쪽의 무량수전에 겹쳐서 마치 부처님처럼 보이는 현상...
참으로 신기한 부처님이다.
<현현불... 흐릿하지만 안양루 지붕아래 앉은 모습의 부처님들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지붕아래 공포의 비어있는 여백 부분이다.....>
또 한가지 비밀은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바라보는 방향이다.
천왕문을 지나 종무소 앞마당을 거쳐 범종각을 연결하는 선에서 바라보는 안량루와 무량수전은 직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약간 빗겨나가는 엇각을 유지한다.
이때 종무소 앞마당에서 현현불을 보았던 각도보다 조금 더 오른쪽으로 올라가 바라보면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겹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천왕문-범종각-안양루에 이르는 직선에서 바라본 안양루와 무량수전은 빗각이다.>
<그러나 오른쪽 성보박물관 방향으로 비켜서서 바라보노라면 안양루와 무량수전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렇게 두가지 비밀을 풀어본 후 범종각으로 올라선다.
범종각에는 사중사물, 즉 범종, 법고, 운판, 목어 4가지가 있는 법이지만 부석사에는 범종을 둔 종루가 따로 있다.
커다란 범종각에는 鐘이 없고, 그 옆 작은 범종각에 鐘을 따로 모신 형국이다.
<범종은 없이 법고, 운판, 목어가 있는 커다란 범종각.....>
<그 왼편으로 범종만을 따로 모신 작은 범종각이 있다.>
특이한것은 범종각의 지붕모양인데 올라가는 방향에서 보면 화려한 팔작지붕이나 윗쪽, 그러니까 안양루나 무량수전
쪽에서 보면 평범한 맞배지붕의 단면을 가진 모습을 띄고 있는것이다.
아마도 전체를 조망 할때는 멋들어진 지붕으로.... 부처님 쪽으로는 겸소하고 담백한 모습으로 만든것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게 배치하는 일반상식을 깨뜨리고 가로정면이 짧고 세로가 긴 건물이 범종각이다.
<팔작지붕 모양의 멋진 모습...>
<안쪽은 평범하고도 수수한 맞배지붕처럼 마감하여 양쪽이 다른 모습을 한 특이한 경우가 되었다>
범종각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며 오르막을 계속하니 이내 안양루가 나타난다.
볼수록 참 멋진 누각이다.
안양루에 올라 바라보노라면 가까이는 부석사 절집들의 크고 작은 지붕들을 마주하고 이어지거나 멀리로는 태백산맥의
봉우리들이 파도처럼 너울거리는 외곽모습의 품 안으로 잠겨있는 뜬바우골의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 없다.
이처럼 멋진 풍광을 바라 볼 수 있도록 무량수전을 세우고 안양루을 지은 옛 선인들의 혜안에 놀라움이 크기만 할뿐,
언제부터인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안양루 난간을 쓰다듬을밖에...
백년세득간승경(百年歲得看勝景) : 평생동안 이런 구경을 몇번이나 할꼬? 라고 탄식했던 김삿갓의 싯귀가 새삼스럽다.
안양루의 '부석사' 현판은 故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라니 무량수전 현판이 고려 공민왕 친필임과 더불어 옛날과 현대의
임금 두 분이 다녀가신 절이 부석사가 아닌가 싶다.
<안양루... 누각 1층 돌계단을 통해서 윗마당으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종무소 앞마당에서 올려다 보았을때 현현불로 보였던 안양루 공포들... 화려한 구조이다.>
안양루 1층 돌계단을 오르면 거기가 무량수전 앞마당이며 오랜 석등 하나와 마주한다.
일견 낡고 퇴색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섬세하고도 단정한 조각들이 돋을새김으로 새겨져 있다.
무량수전 불상 아래에서 이곳 석등까지 땅밑으로는 석룡(石龍)이 몸을 틀고 있다하니 전설 속의 선묘낭자가 죽어서도
용이되어 이곳을 지키고 있음일것이다.
<국보 17호... 부석사 석등>
그리고 마침내 무량수전이다.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아미타 부처님을 모셔서 극락전, 또는 무량수전이라고 부르는데 안에 모셔진 부처님은 소조불(塑造佛)
로서 흙으로 빚은 후에 도금을 한것이며 들어가는 입구 정면을 보고 앉은것이 아니라 왼편(서쪽)에 앉아 오른편(동쪽)을
바라보는 모습인데 이는 아미타불이 서방정토의 主佛이기때문에 서방을 의미하는 서쪽으로 모신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목조건물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는 무량수전...
실제로 마주하고보면 그렇게 소박하고 단정하면서도 꾸밈이 없어 보일 수가 없다.
배흘림기둥도 소문(?)처럼 예술적이라거나 화려한 기둥이 아니다.
단청도 없이 공포 역시도 바로 앞 안양루에 비하여 초라할 정도로 간단한 건물이다.
그러나 한발 뒤로 물러나보면 팔작지붕이 멋들어지고 꾸밈없이 조용한 모습이 너무 맘에 든다.
<무량수전(無量壽殿).....>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내려왔다가 봉정사에 들려 썼다는 친필현판....>
<들여다보면 부처님이 왼쪽에서 오른쪽을 보고 앉아 계신다....>
무량수전은 또한 배흘림기둥이 유명한데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자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막상 무량수전을 마주하고 보면 배흘림기둥의 감동(?)이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고 또 어느 기둥에 기대어야
바라보기에 가장 좋으냐는 우문(愚問)을 하게 되는바 필자가 직접 서서 바라보니 오른편 끝 기둥이 가장 좋은 전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량수전을 바라보아 오른쪽(동쪽) 끝 기둥은 석등과 안양루가 중앙에 위치하면서 좋은 조망을 보여주는데 반하여
왼쪽(서쪽) 끝 기둥에 서면 석등과 안양루가 사라지고 시야는 휑- 하니 비어버린다.
<동쪽 끝 기둥에서 보는 시각....>
<서쪽 끝 기둥에서 보는 시각....>
부석사 왼편에는 부석(浮石)이라 새겨진 거대한 뜬 돌이 있어 선묘낭자와 의상대사의 전설속에서 이곳에 절을 지으려
할때 이미 이곳에 터를 잡고 있던 무리들에게 저 큰 바위의 공중부양(?) 시범으로 겁을 주어 쫓아낸 이야기가 생각난다.
가까이 가서 아래를 들여다보면 몇 군데 고여진 상태로 안은 거의 비어 있어서 진짜로 뜬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부석(浮石).....>
무량수전의 오른쪽에는 선묘낭자를 모신 선묘각이 있다.
예전에는 낡고 초라했었는데 새로이 지었는지 이쁘고 깔끔하다.
그리고 조사당 올라가는 오른편 언덕배기에 3층석탑이 서 있는데 통상 金堂 앞마당에 탑을 세우는 상식을 깨고 이곳에
세운 이유는 아미타불이 서방정토를 의미하여 서쪽에 앉아 동쪽을 바라보시니 동쪽이 되는 이곳에 탑을 세운게
아닌가 싶다.
<선묘각...작고 예쁘다>
<무량수전 동쪽 언덕에 서있는 3층 석탑.>
여기까지 둘러보면 부석사의 대부분을 둘러본 셈이다.
물론 무량수전 왼쪽에 삼성각이 있고 오른쪽 삼층석탑을 휘돌아 조금 올라가면 조사당이 있으며 그 앞에는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놓았는데 잎이 나고 되살아났다는 선비화(골담초)가 보호철망 안에 애처로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그 보다 조금더 윗쪽으로는 응진전과 자인당, 단하각이 있는데 부석사의 감동에 그다지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
다만 부석사 답사길에 가장 윗쪽 오르막까지 세세히 둘러보고 가는것이 온당한 일일것이며 그곳까지 오가는 숲속
오솔길이 너무 호젓하여 누구나 한번씩 가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첫댓글 저도 두번씩이나 다녀왔는데.... 부석사에 대해 너무나 자세히 써놓은 기행문을 보고 스크랩해왔습니다..... 요즘 일때문에 거의 매일 아침저녁으로 부석사를 지나다니는데들를시간은 없네요 아무래도 다시 한번 다녀와야 할 듯하네요... 집에서 정확히 20분밖에 안걸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