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우리 다움이-
가시고기-(테마곡)어디가니 어디가니 어디로 가니 /엄마 엄마 엄마 가시고기 어디로 가나 /고마워요 고마워요 우리 아빠 /날 버리지 않아 고마워요 /어디가니 어디가니 어디로 가니 /아빠 아빠 아빠 가시고기 두고 어디로 가니 /홀로 남은 아빠 가여운 아빠 /어디가니 어디가니 어디로 가니 /홀로 남은 우리 아빠 가여운 아빠
가시고기 사랑 -암회색의 가시고기떼 사이로 붉은 색의 가시고기 한 마리 힘차게 헤엄친다. 쓰러지는 암회색 작은 가시고기, 이리저리 헤매며 부딪히는 아빠 붉은 가시고기 천둥, 번개, 세찬 빗소리>
의사1: 정다움 어린이는 백혈병입니다.(echo)
친구 2 : 근데 어쩐 일이야? 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부탁이라 정말 들어주고 싶은데. 미안하다..(echo)
출판사장: 정 선생도 알겠지만 요즘 출판 시장이 완전히 갔수다. 괜히 소설 번역에 힘 빼지 말고 우리 출판사에서 소녀 취향에 맞는 시집을 꾸미는 게 어떻겠소? 문학 입네 하고 폼 잡는 건 내놓는 그 즉시 반품이야. 안 그렇 소 하하하하...(echo)
송계장: 도대체 와이캅니꺼! 벌써 두 번이나 정산날짜를 넘겨삔네예. 약속을 안지킨다카몬 우리로서는 모든 의료적 조치를 중지할 수밖에 없심니더..(echo) (병원 조명. 주사를 맞고 있는 다움)
다움: 간호사 누나, 나 얼마나 더 아파야 되나요?
간호사: 주사가 많이 아프지? 우리, 조금만 더 참자. 응?
다움: 누나- 이만큼 아팠으면 나 아플 만큼 아팠잖아. 네?
간호사: 다움아, 아프다는 건 좋아질 거란 신호란다. 네 몸 속에 있는 나쁜 병균들이 공격을 받아 마구 소리를 질러서 아픈 거야. 음...... 만화영화를 생각해보렴.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선 힘이 들잖니. 그렇지만 언제나 주인공이 이기잖아. 아파도 조금만 더 참자. 알았지? (다움아빠 들어온다)
다움 : 아빠- (성호에게로 가는 간호사)
간호사: 성호야, 나쁜 병균과 싸워 이기려면 부지런히 약 먹고 기운내야지. 자- (다움아빠 노트북을 열고 작업한다)
성호: 먹기 싫다잖아, 이 바보야!
다움: 성호 참 못됐죠?
아빠: 아파서 그러는 거지, 못된 건 아냐.
다움: 피, 내가 성호보다 훨씬 더 아파요. 아빠! 정말 이번 치료만 받으면 퇴원하는 거죠?
아빠: 그럼.
다움: 퇴원하면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는 거죠? (듣고있던 간호사 웃으며)
간호사: 그럼.
다움: 고마워요, 누나. 이렇게 많이 아팠는데 그냥 죽으면 굉장히 억울할 거 같아요. 누나, 나 약 먹을래요.
간호사: 자 약 먹기 전에 기도해야지, 성호도 같이 하자.
다움 : 하나님 아버지, 나 오늘 약도 잘 먹고 주사도 잘 맞았어요. 다시는 울지도 않고 투정도 안 부릴게요. 어서 건강해져서 우리 아빠 병원에서 안 주무시게 해 주세요. 병원에서 퇴원만 하면 아빠 말도 잘 듣고 교회도 열심히 다닐게요
성호 : 하나님 아버지, 빨리빨리 퇴원하게 해주세요. 병원은 너무 재미없고 심심해요, 또 너무 아파요. 나, 얼른얼른 나아서 롯데월드 구경갈래요.
간호사: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들, 우리다움이, 성호를 기억하옵소서. 건강한 마음 좋은 생각으로 힘든 치료 잘 견디게 도와주소서.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 주옵시고,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도와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멘. (의사1 회진하러 들어온다)
의사1: 좋은 아침입니다.
다움아빠,간호사: 안녕하십니까?:
의사1: 우리 성호, 다움이도 안녕?
성호,다움: 안녕하세요?
의사1: 성호, 다움이 약 잘먹고?
성호,다움: 예-
의사1: 어디보자(회진중) 김간호사. 차트 좀 보여주겠어요?
간호사: 예 선생님.(리스트를 건네고 다움 조각을, 성호 레고놀이를 한다)
의사1: (리스트를 보고는 간호사에게 건낸다) 정선생님 저 잠시 보실까요? (무대앞쪽으로 나가며)
간호사: (간호사 나가며)성호, 다움아 나중에 보자
성호,다움: 안녕 누나.
의사1: 백혈구 수치가 좀처럼 잡히질 않는군요.
다움아빠: 얼 맙니까?
의사1: 이만 사천입니다.
다움아빠: 그럼 항암제 강도를 높여야 되는 건가요?
의사1: 네, 아무래도...
다움아빠: 그 정도로 악화됐습니까?
의사1: 악화라기보다는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의미죠.
다움아빠: 그러면 도대체 되는 건 무엇입니까?
의사1: 조혈모세포이식. 흔히들 골수 이식이라고 하지요.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입니다.
다움아빠: 얼마나 고통스런 치료과정을 겪어야 합니까?
의사1: 지금보다 심하게는 열 배 강도의 항암제를 투여하게 됩니다.
다움아빠: 수술 성공률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의사1: 글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유일한 완치의 기회라는 겁니다. 선생님이 이식에 동의한다면, 골수은행에 일치하는 골수가 있는지 의뢰해보겠습니다.
다움아빠: 동의하지 않는다면요?
의사1: 지금의 치료를 계속할 밖에요.(의사1 나간다)
다움: (성호에게) 성호야! 체스가르쳐줄까?
성호: 싫어! 나 레고 할래.(여진희 들어온다.)
여진희: 다움아! 잘지냈니?
다움: 고모 왔어요.
여진희 :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다움: 아빠 얼굴 조각하고 있어요.
여진희: 우리 다움이 조각 실력 보통이 아닌데.
다움아빠: 응 진희씨 왔어.
여진희: (걱정스러운 듯) 선배 많이 피곤해보여요.
다움아빠: 응 아냐 괜찮아.
다움: 그럼 성호야. 화장실 가서 누가 오줌 멀리 나가나 내기할래.
성호: 좋아 오늘은 내가 이길 걸. 지금 오줌이 많아 굉장히 찼거든. 히히 (화장실로 나가는 성호, 다움)
다움아빠: 그런데, 저-
여진희 : 네, 원고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온다고 전화 왔어요.
다움아빠 : 읽어봤어?
여진희 : 좋던데요. 전 선배님 글 언제나 좋아요. 참, 선배 다움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다움이 일로 선배를 만나야 겠데요. 다움이를 찾고 있데요.
다움아빠: 안들은 걸로 하겠어.
여진희: (복도로 들어서는 의뢰인) 빨리 오셨네요. 자서전 원고, 검토 끝났죠?
의뢰인: 원고 잘 봤습니다. 문장이 썩 좋더군요. 서정적이고. 시를 쓰셔서 그런가보죠?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쪽에서 해준 이야기만 들어 있더군요.
여진희: 자서전이 그런 거 아닌가요?
의뢰인: 아니죠. 자서전에는 남다른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읽는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여진희: 있는 얘기를 충실히 썼는데 감동이 없다면, 그게 왜 쓴 사람 탓이죠? 그렇게 살아 온 장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거겠죠.
다움아빠: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의뢰인: 때때로 과장도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없는 얘기도 만들어 넣었어야죠. 있는 얘기만 쓸 바엔 비싼 돈 들여
가면서 뭐하러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어요. 자서전에는 문장력이니 서정성이니 하는 따위는 필요가 없다고요.
다움아빠: 아, 네. 그렇죠.
의뢰인: 선생은 자서전의 기본을 무시한 겁니다.
다움아빠: 고쳐보겠습니다.
의뢰인: 아뇨. 그럴 필요없습니다.
다움아빠: ...... 부탁합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의뢰인: 고생한 건압니다. 그래서 나도 재차 기회를 주자고 했습니다만 회장님 뜻이 워낙 확고하니. 아무래도 시를 쓴 분이라 없는 얘기를 만들어 넣는 자체가 무리라고 판단하신 거죠.
다움아빠: ...... 재고의 여지가 전혀 없겠습니까?
의뢰인: 이미 대필 전문 작가에게 부탁했습니다.
여진희: 당신들이 누구에게 맡기든 말든 좋아요. 우린 원고료만 받으면 되니까요.
의뢰인: 원고료요? 오케이 해야 지불되는 게 상식으로 알고 있는데......
여진희: 천 오백 매 원고를 쓰는 게 장난인 줄 알아요?
의뢰인: 손해를 따지자면 피차 마찬가지잖소. 우리도 계약금만 날린 셈이니까.
여진희 :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요. 한달 동안 밤잠 설쳐가며 애썼는데, 고작 계약금 50으로 관두자고요?
의뢰인: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십니까? 일 한 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불쾌하여 퇴장하는 의뢰인)
여진희: (다움아빠에게) 저. 잠깐... (진희 급히 따라간다. 다움아빠 서성거리면 다움,성호 들어온다)
다움아빠: (애써 밝은 모습) 화장실 갔다오니. 오늘은 표정을 보니 다움이가 진 것 같은데.
성호: 우와 아저씨 도사네. 제가 이겼다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 히히 (기분 좋은 성호 송계장 들어온다)
다움아빠: (웃으며) 성호표정에 그렇게 쓰여있는걸.... (송계장을 보며)어서 오십시오. 송계장님
송계장: 안녕하심니꺼, 성호 다움이에게 뭔 재미나는 일이라도 있었나
성호: 히히 송계장 아저씨예! 시방 다움이하고 오줌 누가 멀리 가나 내기 했는데 지가 이겼삐다 안캄니꺼?
송계장: 아이고 요 놈들이요 큰일날라고... 근데 성호야 니는 와 맨날 내 말투만 따라하노.
성호: 재미있으니까 따라한다 안캄니거?
송계장: 그래 알앗다 문디야 그란데 요놈들아 오줌 멀리 가기 내기는 너것들한테는 굉장히 안좋타 안카더나
다움아빠: 아이들이 장난 삼아 하는 건데 송계장님이 이해하시죠.
송계장: 정선상님도 큰일날 말씀하지 마이소 오줌은 참지말고 그 즉시 빼내야 하는 김니더 특히 야들한테는 더더욱... 성호 다움아 앞으로 내기 할라몬 누가 약 빨리 묵는가 누가 주사 더 잘맞는가 이런 건설적인 내기해야한다 알았제(고개를 끄덕이는 성호다움) 그라고 정선상님 지좀 보입시더(다움아빠를 데리고나간다)
다움: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송계장 머라를 쓰다듬고 나간다) 성호야 우리 레고놀이하자.
성호: 그래 좋아 나는 기차역 만들테니 너는 동물원 만들어.
다움: 그래 누가 빨리 만드나 내기하자. (병원 복도쪽 조명이 밝아오고)
송계장: 정선상님. 한, 두번도 아니고 매번 이러시면 진짜로 곤란합니다.
다움아빠: 죄송합니다.
송계장: 죄송타카는 말로 될이이 아이다안캄니꺼
다움아빠: 다음 정산 때까진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송계장: 진짜로 믿어도 되는 깁니꺼. 하여튼 요번엔 학실히 약속을 지켜주이소 안그라몬 우리도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심더. (송계장 퇴장하는데 의사1 다가온다)
의사1: 정선생님 여기 계셨군요.
다움아빠: 다움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의사1: 아, 아닙니다. 골수 기증에 대한 인식이 성덕 바우만 군에 의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멀었어요. 왜 아이를 하나만 두셨을까......
다움아빠: 공여자를 찾지 못한 겁니까?
의사1: 최종적으로 맞는 샘플이 없군요.
다움아빠: 그럼 이젠 어떻게 하죠?
의사1: 계속 치료를 해야죠.
다움아빠: 죽는 순간까지 아무 희망도 없는 끔직한 항암 치료를 계속하라고요? 이식이 최후의 방법이 아니었던가요? 그러면 기존의 방법으로 치료를 계속 받는다고 합시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육개월? 일년?
의사1: ...... 진정하십시오.
다움아빠: 대답을 못하시는군요. 선생님도 우리다움이 같은 자식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계속 치료를 받으라니 너무 잔인하군요. 치료가 너무 힘들어하는 애 생각 조금이라도 하신다면 이러실 순 없습니다.
의사1: 보호자께서 선택하십시오.
다움아빠: 퇴원하겠습니다. 어차피 마찬가지 결과라면 당연히 퇴원해야 옳은 거 아닙니까?
의사1: 퇴원이 아이의 한계를 앞당길 겁니다.
다움아빠: 압니다, 너무 잘 압니다. 작은 침대에 매여 독한 약과 주사로 고통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더 이상은 안됩니다. 우리 다움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좋은 옷 입고, 좋은 신발 신고, 좋은데 놀러갈 겁니다. 늦기 전에 지켜줄 약속이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의사1: 선생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대로 치료를 중단하면 백혈구수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겁니다.
다움아빠: 필요한 조치를 해주십시오.(병실로 간다)
다움: 성호야 나 동물원 다 만들었는데 너는?
성호: 아니 조금만 만들면 돼. 다움아 너 플랫폼 만들어 줄래
다움: 그래 알았어. 성호야 너 가시고기 본 적 있니? (다움아빠 들어온다) 아빠!
다움아빠: 다움아. 의사선생님이 퇴원해도 된단다.(성호 바라본다)
다움: (벌떡 일어나며) 정말요. 아빠.
다움아빠: 그럼. 아빠 퇴원수속 마치고 올테니 준비해라 (아빠 퇴장.)
2장 - 바다에 갈 꺼야. (즐겁게 가시고기 노랠 부르며 짐을 꾸리는 다움, 성호 돕는다)
다움 : 성호야, 근데 아까 얘기했던 가시고기 본 적 있어?
성호 : 아니, 넌?
다움 : 나도. 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 아빠 가시고기는 아름다운 붉은 색이야. 아침해가 떠오를 때 푸른 바다를 헤엄쳐 가는 붉은 가시고기.
성호 : 와. 되게 멋지겠다.
다움 : 근데, 엄마 가시고기가 알을 낳고 아주 멀리 가버리면 아빠 가시고기는 혼자 남아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목숨을 걸고 다른 고기들로부터 알들을 지켜내. 그런데 나중에 다 자란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를 버리고 떠나버린데. 혼자 남은 아빠 가시고긴,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그만 죽어버린데.
성호 : ... 불쌍해.
다움 : 병 다 나으면 아빠랑 바다에 갈 꺼야. 그리고 아빠 가시고기가 헤엄치는 걸 꼭 볼 거야. 난 아빠 가시고길
영원히 떠나지 않을 거야.(가시고기 노래 이어 부르면 다움아빠 등장. 다움에게 하늘색 다저스 모자를 씌워준다.)
다움아빠: 자, 왕자님, 이제 그만 가시지요.
다움: 아빠, 고맙습니다. 병을 낫게 해준 거, 바다에 가는 거, 다저스모자...... 전부 다요.
다움아빠 : 성호한테 인사해야지.
다움 : 안녕.
성호 : 잘 가. 놀러올 거지?
다움 : 음... 넌 계속 병원에 있을 거니?
성호 : 몰라.
다움아빠 : 성호도 곧 퇴원 할 거다.
다움 : 정말요? 그럼, 우리 바다서 만나자.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릴게. 너도 얼른 나아서 와. 알았지?
성호 : 그래. 아빠 가시고기 찾아 놔. 너무 멀리 가지마. 곧 따라 갈게.
다움아빠 : 자, 이제 그만 가야지. 성호, 엄마 말씀 잘 듣고 약도 잘 먹어라. 우리 건강해져서 꼭 다시 보자.
다움 : 안녕- (남은 성호, 작은 소리로 가시고기 노래를 부르고, 다움부자, 길을 떠난다.여정조명.)
다움 : 아빠, 오줌 누고 싶어요.
다움아빠: 저기 휴게실 화장실은 안 돼. 아주 지저분하단다.
다움: 여기서 오줌 누면 사람들이 욕할 거예요.
다움아빠: 괜찮아.
다움: 창피해요.
다움아빠: 아빠도 같이 눌 텐데 뭐가 창피해. 누가 멀리까지 나가는지 시합하는 거다.
다움: 겁나요.
다움아빠: 사람들이 볼까봐?
다움: 아뇨. 잠자리들이 고추를 깨물까봐요. (아빠와 함께 즐겁게 일주문,정원,대웅전,쉴곳을 다니며 여행을 한다)
다움아빠: 힘들진 않아?
다움: 괜찮아요.
다움아빠: 아빠가 업어주랴?
다움: 내가 애긴가요, 뭐.
다움아빠: 아빠가 널 업어주고 싶어서 그래. 우리다움이 갓난애였을 때는 아빠가 꼭 업어줘야 잠을 잤단다. 널 업고 동네를 몇 바퀴 돌아야 겨우 잠이 들었지.
다움: 창피하지 않았어요, 아빠?
다움아빠: 다움인 어때? (별안간 다움 쓰러진다.) ..... 다움아!
다움: 아빠, 괜찮아요. 졸려서 그래요.
(구급차 소리. 다급한 음악. 다움 실려 간다. ‘응급실’ 불이 들어오고 다움엄마.박화백등장)
다움엄마: 다움아, 엄마야 이 엄마가 왔어. 다움아, 엄마 보이니? 엄마 목소리 들려? 들리면 무슨 말이라도 해봐. 엄마가 많이 밉지? (아빠에게) 당신이란 사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죠? 어쩌면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을 수가 있어요.
다움아빠: 아빠가 보이니? 진짜로 아빠 얼굴이 보이는 거야? 엄마도 보이니?
다움엄마: 좋겠군요.
다움아빠: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
다움엄마: 병원측 이야기로는 퇴원할 상황이 아니었더군요. 그런데 당신은 아이를 퇴원시켰어요. 왜죠?
다움아빠: 설명해야 하나?
다움엄마: 난 아이 엄마예요. 당연히 내 아이가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다움아빠: 희망 없는 치료로 아이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어.
다움엄마: 당신은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다움아빠: 이해를 바라진 않아. 그렇지만 방법이 없었어.
다움엄마: 아이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요. 당장 아이를 서울로 옮겨요.
다움아빠: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다움엄마: 당신이 싫다면 내가 하겠어요. 이제부터 아이한테 손때요. 당신은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박화백: 어허, 감정적으로 나가면 쓰나. 나 박원석이요. 집사람으로부터 정선생 이야기 많이 들었소. 다움이 문제로 백방을 찾아 헤맸소. 골수를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소. 민고장을 만나보시오.(응급실 불out민과장 나온다)
민과장: 이식을 받을 수 없을 지경으로 육체적 한계에 도달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아닙니다. 중요한 건 환자의 투병 의지입니다. 선생님이 곁에 있는 한 다움이는 반드시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다움아빠: 자폐 증상은요?
민과장: 자폐 증상요? 암세포의 침윤으로 성대의 부위가 마비되어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내일이나 모레쯤 아빠, 하고 소리칠 테니까요.
다움아빠: 이식만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거죠?
민과장: 치료팀 주치의는 내가 맡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식 프로그램이 진행될 겁니다. 날 믿어 보십시오. 틀림없이 완치가 되어 웃으면서 병원을 떠날 겁니다.
다움아빠: 고맙습니다. (민 과장은 나가고 다움아빠 다움의시트를 밀고 들어온다.)
<노래: 단 한가지 소원 -다움아빠테마 (노래를 부른다.)>
기도 드립니다. /단 한가지 소원 빕니다. /둘도, 셋도 아닌 소원 /너무 많은 소원, 당신 피곤하실 테니 /나, 오직 단 한가지 /소원만 빌고 또 빕니다. /듣고 계시나요 /불쌍하고 어린 백성의 소리 /들어주소서 /외면치 마소서 /마지막 남은 내 희망입니다 /나 사는 단 한가지 이유입니다. /부디 착한 내 아들 거두지 마소서 /부디 착한 내 아들 웃게 하소서 바다를 보게 하소서 (아빠의 기도)
(대사)내가 대신 당신께 가겠소 그러니 제발 아이는 이 세상에 남겨두세요. 아직 꾸지 못한 꿈이 너무 많고, 세상을 너무 사랑해요. 그러니 아이 대신 날 대신... 그래요, 다움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하겠어요. 다움일 살릴 수 만 있다면. (다움엄마 먹을 것을 사들고 들어와 다움에게 뭔가를 먹이려고 한다.)
다움엄마: 이 거 먹을래? 잣 죽 줄까? 그럼 우유라도 마시지 그러니? 어떻게 된 애가 꼭 지 아빠가 줘야 먹으려 드니? 이 엄마가 그렇게도 싫으니? 울긴 왜 울어? 뚝!
다움아빠: 다움이 마음 다 안다. 아빠가 모르면 누가 알겠니. 실컷 울어도 돼. 다움아 아빠한텐 소원이 하나밖에 없는데 말해주련? 무슨 소원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뭐냐면, 우리 다움이가 빨리 커서 장가가게 해달라는 거
다움엄마: 나 없는 동안 아이를 철저히 당신 편으로 만들었군요. 아이는 나와 눈조차 마주치려고 들지 않았어요.
다움아빠: 다움이가 당황해서 그런 거야. 너무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니까 어쩔 줄 몰랐겠지.
다움: 아빠-
다움아빠 : 어-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나는데-
다움 : 아빠-
다움아빠: 이젠 다움이 차례야. 힘들 때마다 조각을 보면서 생각해, 아빠처럼. 그러면 힘이 저절로 솟는단다. 그리고
아빠가 언제나 곁에서 힘이 돼 줄께. 아빠 잠깐만 나갔다 올게. 엄마 말 잘 듣고 얌전히 있어. 엄마, 좋으신 분이야.
다움엄마 : ...... (아빠 나가면 박화백 들어온다.)
다움 : 저, 저... 아저씨는 누구예요?
다움엄마: 아저씨랑 결혼했어 아저씬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화가란다.
다움: 아빠는 요?
다움엄마: 엄마는 아빠랑 오래 전에 헤어졌단다.
다움: 왜요?
다움엄마: 엄마와 아빠는 서로 생각이 맞지 않아 헤어진 거야 그게 뭐 길래 아까부터 보고 있는 거니? 이리 줘봐. 어디서 난 거니?
다움: 내가 만든 거예요
다움엄마: 이걸 네가 직접 조각했단 말이야?
다움: 그까짓 게 뭐 힘든 일 인가요?
박화백: 조각을 배웠니? 배우지도 않았다? 아저씨로선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구나
다움: 나무를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다보면 그 속에 들어 있는 모양이 느껴져요. 난 그냥 그걸 밖으로 꺼내주는 거예요.
박화백: 나무를 보고 그 속의 형상을 읽어 낼 수 있다? 사실이라면 놀라운 천재성이군. 아저씨가 보기엔 다움이는 대단히 소질이 있어. 아저씨가 도와주고 싶구나.
다움엄마: 이제부터 엄마가 다움이를 돌봐줄 꺼다.
다움: 아빠는요?
다움엄마: 말했잖니, 니 아빠는......
다움: 난요, 아빠가 중요해요. 새 아빠는 필요 없어요 (다움아빠, 들어온다.) 아빠-
다움엄마 : 당신, 나하고 얘기 좀 해요. 나와요.
다움아빠 : 다움아, 잠깐만. (다움아빠, 엄마 복도로 나는데 간호사 들어온다.)
간호사: 다움아! 오래간 만이다 잘 지냈어?
다움: 간호사 누나 반가와요. 근데 성호는요?
간호사: 응 성호는 다른 병실에 있단다. 다움이가 다 나으면 누나하고 성호면회 가자. 자 주사 맞아야지.
다움: 고마워요 누나.(박화백 나간다. 병원 복도)
다움엄마: 당신한테는 더 이상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움아빠: 무슨 근거로
다움엄마: 지금은 집도 직장도 없고, 가진 건 더더욱 없으면서 아이의 치료비는 어쩔 셈이죠? 이대로 있다간 이식은커녕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아이를 또 퇴원시키겠죠.
다움아빠: 그런 일은 절대 없어, 절대로
다움엄마: 어쨌든 당장은 아이부터 살려놓고 봐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무능한 당신보다 내가 아이를 책임지는 편이.....
다움아빠: 당신 생각처럼 내가 무능한 아버지일 수는 있겠지. 그래, 맞아. 난 늘 부족한 아버지였어. 하지만 아이를 허망하게 죽도록 방치할, 그런 나쁜 아버지는 아냐. ......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해두고 싶군. 당신이 나에게서 아이를 데려갈 권리는 없어. 지금이나, 앞으로도 영원히.
다움엄마: 당신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에요.
다움아빠: 전과라니?
다움엄마: 그렇지 않고요. 병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치료를 중단해 아이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으니까요. 게다가
당신은 현재 무능력자니, 법원은 아이의 양육권을 당연히 나한테 되돌려주겠죠.(박화백 다가와서)
박화백 : 여보, 그만 진정하고 들어가 있구려. 다움이 혼자 있소.
다움엄마 : 어쨌든, 난 다움이 엄마고 마땅한 내 권리와 의무가 있어요. (병실로 들어간다.)
박화백: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나로 인해 정 선생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점을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소. 이야기 를 죽 듣고 있자니 다움이가 정 선생에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듯 하오.
다움아빠: 다움이 엄마한테 전해주십시오. 단순히 치료비 때문이라면 괜한 염려할 것 없다고요.
박화백: 반드시 치료비 때문일 리야 있겠소. 그 뭐랄까, 잠들었던 모성이 아이를 다시 만나는 순간 깨어났다고나 할까.... 나 역시 옛날에는 지독한 가난뱅이였소. 지금은 그림으로 그럭저럭 돈푼 깨나 손에 쥐고 있소. 순수한 뜻으로 돕고싶소.
다움아빠: 고마운 말씀이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박 화백께서 내 경우라면 남의 도움으로 아이를 살리고 싶을까요?
박화백: 집사람은 남이 아니지 않소? 집사람도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옳지 않겠소?
다움아빠: 구태여 치료비일 까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말고도 엄마 노릇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박화백: 정 선생 뜻을 충분히 잘 알겠소. 한데 치료비를 마련할 방도는 찾아낸 거요?
다움아빠: 일일이 설명해야 합니까?
박화백: 궁금하오. 알아야 집사람을 설득하기도 쉬울 것이고.
다움아빠: 시집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조건이니 치료비는 쉽게 해결될 겁니다.
박화백: 다움이가 조각에 놀라운 재능을 지녔더군요. 완치가 되거든 정식으로 재능을 살려줄 방도를 찾아야 할 성싶소이다.
다움아빠: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본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욕심을 앞세워 아이를 괴롭히고 싶지 않습니다.
박화백: 솔직히 다움이의 재능에 욕심이 생기오. 그래서 집사람은 더더욱 아이의 문제에 집착하는 것 일테구. 나한테 다움이의 장래를 맡겨 볼 의향은 없소?
다움아빠: 일어서겠습니다. (병실로 가는 다움아빠. 다움병실로 진희 들어오며 다움엄마와 마주친다)
여진희: 아-안녕하세요?(가벼운 목례만 하는 다움 엄마 어색하다)
다움: 고모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 챈 듯)우리 엄마예요?
다움엄마: 어-어서오세요. 저. 다움아 나 잠깐만....(다움엄마 퇴장)
여진희: 다움이엄마 참 미인이시다...
다움: 아뇨. 고모가 더 이뻐요. 고모! 우리 아빠 어떻게 생각해요?
진희: ...... 무슨 말이니?
다움: 우리 아빠 사랑해요?
진희: 사랑? 사랑이라는 말은 어른들이나 쓰는 거야. 꼬마는 이렇게 물어야지. 좋아해요?
다움: 난 꼬마가 아녜요.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달라요. 아주 많이요.
진희: 어떻게?
다움: 아빠가 그랬어요. 강아지를 좋아할 수는 있어도 사랑할 수는 없다고요.
진희: 다움이는 내가 아빠랑 친한 게 좋으니 싫으니?
다움: 우리 아빠랑 결혼할 건가요?
진희: 왜 그런 생각을 해?
다움: 그럼 난, 어떻게 되죠?
진희: ......
다움: 나 때문에 괜히 그러지 마요. 난 아무래도 괜찮아요. 우리 아빠, 좋은 사람이에요.
여진희: 다움아! 조각은 왜 하지않니.
다움: 당분간은 조각을 하고 싶지 않아요.
여진희: 왜? (시무룩한 다움 다움아빠 들어온다 손에 노트북이 없다)
다움아빠: 진희씨 왔어.
다움: 노트북은요?
다움아빠: 친구 빌려 줬단다.
다움: 아빠는 어떡하고요.
다움아빠: 좀 쉬기로 했다.
여진희: 선배! (봉투를 내미는 여진희)
다움아빠: 이게 뭐지?
여진희: 예전에 썼던 자서전. 원고료요? 그리고 이건 다움이 선물.(책과 주목을 주며) 심심할 때 읽어.
다움: 고마워요 근데 이건 나무잖아요?
여진희: 응 그건 주목인데 갖고있으면 좋은 일들만 생긴데 다움이가 조각을 좋아하니 그걸로 조각이나 해보렴.
다움: 고맙습니다. 고모
여진희: 저 선배 저 가볼께요.
다움아빠: 음. 그래 고마워.(여진희 퇴장)
다움: 엄마는 나랑 아빠를 떼어놓으려고 해요
다움아빠: 엄마가 다움이를 그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지. 강제로 떼어놓으려는 건 아니란다.
다움: 아빠도 날 프랑스로 보내고 싶은 거예요.
다움아빠: 다움이 생각은 어떠니?
다움: 프랑스에는 죽어도, 죽어도 안 가요. 난요, 아빠랑 살 거예요
다움아빠: 아빠도 같은 생각이란다. 아빠도 다움이와 오래오래 함께 살 거다.
다움: 그럼요 친구한테 빨리 노트북을 돌려 달라고 해요.
다움아빠: 병원비 때문에 걱정이 되니?
다움: 쬐금은요.
다움아빠: 다움이가 해야 할 일을 아빠가 대신 한다면 다움이의 기분이 어떨까? 별로 일 꺼야. 아빠도 마찬가지다. 병원 비는 아빠가 다 알아서 해. 다움이는 건강해질 생각만 하면 된다. 그리고 병원 비는 이미 다 준비해뒀단다. 그러니까 아빠도 이제는 쉬어야 되지 않겠니? 다움아, 잠시 나갔다 올테니 책 읽고있어.
다움 : (아빠 귀를 만지며) 네, 알았어요. (진희가 사다준 책을 소리내어 읽는다. 다움아빠 나오는데 휴대폰전화를 하고있는 송계장과 마주친다.)
송계장 : 응, 알았어. 해병대 모임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꼭 나가야지. 그럼, 오늘은 선배님들도 오신 다며. 알았어. 늦지 않게 갈께. 좀 있다 보자고.(전화 끊는다)
다움아빠: (지나 가려다 멈추어 서서)저, 몇 기죠?
송계장: 선상님도 해병대 출신이심니꺼? 어이서 근무했심니꺼?
다움아빠: 저는 백령도 수색대에 있었습니다만......
송계장: (갑자기 태도돌변)아이고 선배님. 선배님인지도 모르고 아이고 우짜노 고마... 코피나 한잔 하실랍니꺼?
다움아빠: 아닙니다. 선배로서 떳떳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송계장: 아이고 마 말씀 팍 낮차삐이소, 선배님. 저, 요기 잠깐 안즈시소. (복도 의자에 앉은 두사람)
다움아빠: 후배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이런 말하기가 더 힘들군. 송계장을 곤란하게 만들진 않겠어. 날 좀 도와줘.
송계장: 지가 마 결정할 일이 아니지만서도, 우찌하든 내일까지 이식센터에 입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심더.
다움아빠: 고마워, 진심으로. 약속한 날이 어제인데 아직 돈을 구하지 못했어. 나 때문에 많이 곤란하지?
송계장: 뭐. 예.
다움아빠: 받기로 약속한 돈이 자꾸만 미뤄지니 면목 없네. 며칠만 더 시간을 줄 수 없을까?
송계장: 뭐 그라지예. (조심스럽게)저. 선배님, 시방부터 지가 하는 말 오해말고 들어보이소. 사촌행님 딸레미가 뇌종양 판정을 받고 우리 병원에 입원했심더. 당장 수술은 해야겠제 수술비는 없제. 병원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장기 알선 스티카를 보고 연락항께 신장을 사겠다고 안캄니꺼. 지가 사기라고 했지예. 근데 이 행님이 도대체 지 말을 안믿는기라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니 오죽 하겠심니꺼 지가 나섰심더, 요기조기 병원일 보는 동기들한테 연락을 취했지예. 그 노마들을 통하면 적어도 사기 당할 염려는 없으니께.
다움아빠: 그 신장 매매라는 게 얼마나 받을 수 있지?
송계장: 사촌 형님은 삼천을 받았카는데 후배 놈한테 물어 보지요.(핸드폰으로 유갑수 부른다)
다움아빠 : 삼천... (유갑수 들어와 송계장과 간단한 이야기와 귓속말을 하고 송계장 나간다.)
유갑수: 송 계장이 간곡히 부탁하는 통에 나섰습니다만 내키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선생님의 사정이 하도 딱하니...... 어쨌든 먼저 선생님께서 약속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장기 거래가 불법이라는 건 익히 알고 계시겠죠? 병원 측에서 알면 그 날로 난 모가지입니다. 만약 일이 어긋날 경우...... 신장 기증이라는 게 가족 이외에는 좀처럼 이뤄지기 힘듭니다. 피붙이말고 누가 냉큼 신장을 내놓겠습니까?
다움아빠: 이식 받을 상대를 찾으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유갑수: 나한테 맡기십시오. 수요는 많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니 염려 놓으셔도 될 겁니다. 우리 병원만 해도 대기 환자들이 꽤 됩니다. 다른 병원도 알음알음으로 연결 할 수 있구요.
다움아빠: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
유갑수: 밀고 당기면 가격이야 조정할 수 있겠지만 선생님의 입장도 환자 못잖게 다급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신장은 일반적으로 삼천쯤 예상하면 될 겁니다.
다움아빠: 다른 장기도 가능하다는 소리로 들리군요
유갑수: 각막 정도죠. 하지만 신장과는 달리 각막은 제공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신장이야 하나 떼줘도 지장이 없지만 각막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그런 만큼 신장보다 두 배 이상의 금액을 받을 수 있긴 하죠.
다움아빠 : 신장의 두배... 삼천, 육천...(유갑수 다움아빠를 건강검진한다.유갑수 나가고 의사2들어온다. 불안한 음악)
의사2: 정호연 씨! 가족 중 한 분을 대동하라는 연락을 드렸을 텐데요?
다움아빠: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의사2: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서 오라고 하시죠.
다움아빠: 가족이 없습니다.
의사2: 그래요... 혹시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다움아빠: 없습니다.
의사2: 신장을 기증하려는 뜻은 거두셔야 겠습니다.
다움아빠: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인지......
의사2: 첫째로는 신장 기능이 약화되어 있습니다.
다움아빠: 둘째로는 요?
의사2: 신장 기능의 약화는 간의 이상에서 비롯된 겁니다. 다시 말해 선생님께서는 신장보다 간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움아빠: 어떤 문제입니까?
의사2: ....... 간에서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다움아빠: 예? 종양이라고 하셨습니까?
의사2: 악성 종양입니다. 다시 말해 간암......그것도 말기군요.
다움아빠: ...... 저로선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군요. 감기 몸살조차 앓아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의사2: 간이라는 게 워낙 자각 증상이 없는 부분입니다.
다움아빠: 혹시, 혹시 말입니다......오진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의사2: 이리 와보시죠 십여 개의 종양이 간 전면에 불규칙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암 조직이 중심부는 물론 간 전체에 퍼져있고 필름상 이렇다면 실제로 배를 열고 들어가면 그 이상이라고 봐야죠
다움아빠: 전혀 희망이 없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간암 그것도 말기라면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의사2: 필름으로 미뤄 보건데 육 개월을 넘기기 힘들겠군요.
다움아빠: 육 개월까지는 틀림없이 살 수 있는겁니까?
의사2: 최선의 치료를 받았을 때를 가정한다면. 당장 입원 수속을 밟으십시오, 내일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됩니다.
다움아빠: 아이가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어 치료를 받아도 그곳에서 받아야겠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혼자 남은 아빠. 아빠의 테마곡 고통과 슬픔에 취해 질척거리고. 아빠, 술에 취했는지, 고통에 취했는지. 비틀거린다.)
다움아빠 : 여보세요. 여보세요. 듣고 있으면 뭐라 말 좀 해봐요. 도대체 내가 뭐 그리 잘못해서, 내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러서 이러는 겁니까? 네? 시? 먹고 죽을래도 없는 고매한 시? 그 시를 안써서? 돈보고 쓴 시, 나는 그런 돈 되는 시 좀 쓰면 안됩니까? 당신이 불어넣은 목숨이라고 함부로 해도 되는 거요? 당신 자식이기 이전에 내 자식이요, 금싸락같은 내 자식, 정호연이 자식 정다움. 네, 좋습니다. 좋아요. 데리고 갈려면 곱게 데리고 가, 응? 어린게 무슨 죄가 있다고.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아서 가지도 오지도 못하게 숨줄 붙들어 놓고 있냐구. (쓰러지는 다움아빠.) 그래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플테니, 아파 죽어 니 발아래 갈테니, 우리 다움이는 건드리지 마. 우리 다움이 만은 제발! (이어서 음악을 밟고 등장하는 성호엄마)
3장 - 가시고기 사랑
성호엄마: (걱정스러운 듯) 다움이 아빠! 왜 이러고 계세요?
다움아빠: 아, 네, 그냥 성호는 좀 어때요?
성호엄마: 난 참 나쁜 엄마예요. 집에 가고싶다는 걸, 때려서 억지로 밀어 넣었어요.
다움아빠: 언젠간 성호도 엄마 마음 이해할겁니다.
성호엄마: 정말 그럴까요?
다움아빠: 그럼요. 모든 게 다 잘될 겁니다.
성호엄마: 다움이 아빠도 힘내세요. 우리마저 아프면 우리 애들이 너무 가엾잖아요.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성호엄마 들어가고 복도의자에 앉은 다움아빠. 여진희 저만치서 선배님-부르며 온다. 다움아빠, 듣지 못하고.)
진희: 저기서부터 선배 불렀어요. 선배, 선배!
다움아빠 : 어, 왔어.
진희 : 뭐 그리 심각해요?
다움아빠: 응....
진희: 그거 다움이 시티 필름 아닌가요?
다움아빠: 어, 이거... 다움인 좋아지고 있어.
진희: 다움이 만나고 왔어요. 선배 말대로 좋아 보이던데요. 오늘따라 묻지도 않은 말을 잘도 했구요. 앞으로
는 날 환영하기로 마음먹었나봐요.
다움아빠: 한창 마감 막바지일 텐데, 웬일이야?
진희: 선배한테 구박을 받지 않았더니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질 않아 구박받을 짓을 했어요. 어제 원무과에 전화를 걸어봤더니 예치금 이야기 하데요. 주제넘은 짓인 줄 알지만 어쩌겠어요, 내 천성이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걸요. 이건 원무과에서 발행한 영수증이구요.
다움아빠: 진희 씨가 돈이 어딨다고....
진희: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게 있었어요. 두고두고 갚으세요
다움아빠: 두고두고..... 결혼자금이라면서?
진희: 선배가 날 책임지면 되잖아요?
다움아빠: 진희 씨!
진희: 그런 얼굴로 쳐다보지 말아요 선배의 머릿속에는 여진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줄 잘 알지만 다움이가 완치되고 나면 선배에게도 여유가 생기겠죠. 그때 생각해줘요. (밝은 모습으로 여진희 퇴장,송계장 다가와) )
송계장: 아이고 선배님 여 계셨심니꺼. 한참 찾았심더.
다움아빠: 치료비를 마련해야 할 텐데.....
송계장: 예치금은 해결됐으니까 차차 생각하시죠. 병원에서 극빈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선 치료가 있어요. 혜택을 받는 사람이 손으로 꼽을 정도이지만.... 일단 선배님은 동사무소에 가서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하세요. 우리 병원에서는 다움이 진단서를, 저쪽 병원에서는 선배님의 진단서를 발급 받아 첨부하면 제가 알아서 하죠.
다움아빠: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
송계장: 자존심을 따질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 말대로 하세요.
다움아빠: 자존심은 아무래도 좋아. 정말이야. 하지만 아이의 치료비만큼은 내 손으로 마련하고 싶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유갑수 씨에게 각막 매매를 부탁하려고......
송계장: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각막과 신장은 다른 거라 구요.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다움아빠: 다르지 않아. 각막이든 신장이든, 적어도 내게는 동일해. 육 개월을 한 눈으로 살든 두 눈으로 살든 그게 뭐 대수겠어.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겐 아이밖에 없었어.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아. 아이는 겨우 열 살이야. 머지않아 아버지 없이 세상을 살아가야 돼. 아비 없는 자식. 나도 겪어봤지만, 아이에게 오랫동안 깊은 상처가 되겠지. 게다가 난 한푼의 유산도 남겨줄 게 없어. 그러니 아이를 위해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죽어야, 그래야 덜 억울하지 않겠어? 이게 내 마음의 전부야. 이제까지 송 계장에게 많은 신세를 졌어. 달리 갚을 길이 없어서 속상하지만 어쩌겠어, 날 한 번 더 도와줘.
송계장: 지도 모르겠심더(울먹거리며 퇴장)
다움: 아빠, 아빠! 술 냄새! (주사를 놓고 간호사 퇴장)
다움아빠: 조금, 아주 조금 마셨다. 오늘 이 아빠한테 대단히 좋은 일이 있었거든.
다움: 무슨 일요?
다움아빠: 다움이가 치료를 너무 잘 받고 있고, 이번 치료만 끝나면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들었지. 아빠한테는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니?
다움: 과장 선생님이 일본 누나한테 전화를 걸어봤는데, 누나가 한 달 전부터 고기는 입에도 안 대고 과일이랑 채소만 먹는대요. 순전히 나한테 깨끗하고 좋은 골수를 주기 위해서래요, 글쎄.
다움아빠: 야아, 정말?
다움: 과장 선생님은요, 골수가 깨끗해야 내 몸 안에서 쑥쑥 자라나는 거래요.
다움아빠: 굉장히 좋은 소식이구나. 아무래도 한잔 더 마셔야 겠는걸. 다움이가 치료를 잘 받고 있고, 일본 누나까지 다움이를 위해 애써주고..... 아빠는 앞으로 아무 걱정이 없다. 다움아! 아빠를 사랑하니? 이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으련? (아빠 귀를 만지며)
다움: 아빠 사랑해요
다움아빠: 다움아, 엄마보고 싶지 않니?
다움 : 아빠는요?
다움아빠 : 글세....그리고 다움아 아빠가 바쁜 일이 있어 좀 갔다올테니 간호사 누나 말 잘 듣고 있어야 한다.
다움: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아빠.(성호엄마 들어온다)
성호엄마: 안녕하셨어요. 다움이도 잘 지냈니.
다움아빠: 어서오세요. 성호엄마 제가 일이 있어 잠시 나갔다와야 겠습니다.
성호엄마: 그러세요.(다움아빠 병실을 나간다)
다움: 아줌마 안녕하세요.
성호엄마: 그래 우리 다움이 잘있었니
다움: 예. 아줌마 성호는요?
성호엄마: 우리 성호는 퇴원했어. 갑자기 퇴원하는 바람에 너한테 인사도 못했단다. 미안하다는 말을 이 엄마한테 전해달라는구나.
다움: 퇴원이면... 성호 다 나은 거예요?
성호엄마: 그럼, 다 나았단다. 다움이도 약 열심히 먹고 건강해져서 퇴원해야 한다.
다움: 성호처럼요?
성호엄마: 그래, 성호처럼. 다움이는 건강해져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있어도...... 그래서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렴. 그리고 이거 우리 성호가 다움이한테 주는 선물이란다.
다움: 아줌마! 성호한테, 레고 고맙다고 전해주세요.(성호엄마 흐느끼는 모습을 감추며 퇴장. 송계장 들어온다)
송계장: 다움아! 밥묻나.
다움: 아저씨도 식사 하셨어요.
송계장: 그래 자슥아 근데 니 아빠는 어디가셨노.
다움: 지방에 볼일이 있어 갔다오신다고 했는데 오늘 오신 됐어요.
송계장: 음, 그 그래 (각막을 팔고, 간암은 더욱 심해져 수척해진 모습으로 들어서는 다움아빠.)아이고, 선배님.
다움아빠: (입에 손을 갖다대며) 으응 왔어(송계장 못보겠다는 듯 나가버린다)
다움: 아빠 눈이 왜 그래요?
다움아빠: 으응, 별거 아니다.
다움: 다쳤어요?
다움아빠: 다치긴?
다움: 눈병이 났나요?
다움아빠: 눈병은 나쁜 병균 때문에 생기는 거니까 다움이한테 올 수 없지. 한쪽 눈이 피곤해서 좀 쉬라고 붕대로 가려놓은 거란다..... 그 동안 밥은 잘 먹었니?
다움: 금방 괜찮아지는 거예요?
다움아빠: 그럼, 그렇고 말고.
다움: 일본 누나 온 거 알아요, 아빠?
다움아빠: 안다.
다움: 만나봤어요?
다움아빠: 만났지. 다움이 사진을 보여줬더니 아주 잘 생겼다고 하더라.
다움: 누나는 어떻게 생겼어요?
다움아빠: 아주 예뻐. 하지만 마음이 더 예쁜 것 같더라.
다움: 눈 말예요, 정말 괜찮아요?
다움아빠: 조금 거북하구나. 다움아! 내일 수술 자신 있지?
다움: .....예
다움아빠: 큰 소리로 말해봐.
다움: 자신 있습니다.! <아빠 전 자신 있어요-다움>아빠, 걱정마세요 /아빠, 전 자신 있어요 /조금은 무섭고 두렵 지만 아프겠지 /아빠만 제 곁에 있어준다면 /용감하게 해낼 수 있어요 /기억하나요 /우리 그때 맺은 약속 /바 다를 보여주겠다는 /힘찬 붉은 가시고기를 보여주겠다는 그 약속 /우리 꼭 지켜요 /아빠, 전 아빠를 믿어요 /나 잘할 수 있을거예요 /아빠의 자랑스런 아들이니까요 (노래나오는 가운데 의료진 다움을 수술실로 간다. 조명. )
다움아빠: 고맙다...... 고맙다, 다움아. (수술중 조명IN. 기도하는 다움아빠. 노래 메아리치고 전화를 건다)
다움엄마: 여보세요?
다움아빠: 이른 시간에 미안해. 잘 지냈어?
다움엄마: 다움인 어때요?
다움아빠: 골수이식은 잘 진행되고 있어.
다움엄마: 정말이에요?
다움아빠: 당신이 기뻐할 줄 알았어. 다움이가 당신을 보고싶어해. 그리고…… 그리고 많이 생각해 봤는데, 아이는 역시 당신이 맡는 게 좋겠어.
다움엄마: 갑자기 생각이 변한 이유가 뭐죠?
다움아빠: 당신이 말한 그대로 아이는 나의 전유물이 아니잖아. 서둘러 와줬으면 좋겠어
다움엄마: 암만 생각해도 당신의 저의를 모르겠어요. 혹시 여진희와 결혼할 건가요? 대답이 없는 걸로 봐서 사실인가 보죠? 여진희가 아이를 못 맡겠다고 했나요?
다움아빠: 좋을 대로 생각해.
다움엄마: 어쨌든 좋아요. 아이를 맡겠어요. 당신한테도 조건이 있을 테니까 먼저 말해봐요.
다움아빠: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굳이 조건을 말하라면……아이를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이해하는 엄마가 되었으면 해. 그 뿐이야.
다움엄마: 노력하죠. 대신 각서를 준비하세요. 아이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각서 말예요.
다움아빠: 꼭 그렇게 까지 해야하나?
다움엄마: 그래야 차후에도 뒷말이 없을 테니까요.
다움아빠: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렇지만 당신이 안심하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쓰겠어. (전화 끊고)
(여진희 급히 다가온다.)
진희: 선배. 선배
다움아빠: 응.
진희: 선배한테 난, 나란 존재는 뭐죠? 어쩜 나한테 한마디 말도 안할 수 있죠? 끝까지 비밀로 할 생각이었나요?
다움아빠: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하여간 일단 앉아. 화를 내더라도 앉아서내라구.
진희: 필름 말예요, 선배 거였더군요.
다움아빠: ......오해야. 절친한 친구가 있는데, 겁이 많은 친구야.
진희: 선배! 다 알아봤어요. 병원에서 정호연 이름 석 자도 확인했다 구요.
다움아빠: 울지 마, 제발.
진희: 최근 독일에서 귀국한 이정호 박사가 있어요. 간암에 관해선 세계적인 권위자예요. 필름을 보였더니 일단 입원하래요 돈 때문이라면 아무 걱정 마요
다움아빠: 병이 깊어. 이정호 박사도 별 수 없을 정도로
진희: 기적이란 것도 있어요. 다움이를 생각 해 봐요. 다움이를 고아로 만들 셈예요?
다움아빠: 지금이 다움이한테는 가장 중요한 시기야. 기적적으로 찾아온 마지막 기회. 반드시 곁에 있어야 돼.
진희: 선배는요? 마지막인 건 선배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다움이 한테 아빠로서 할 만큼은 했어요. 더 이상 바보같이 굴지 말아요. 이제 다움이는 엄마한테 맡겨요. 다움이는 그토록 살리려 애써왔으면서 정작 선배 자신한테는 왜 그렇게 할 수 없는 거죠? 다움이한테 쏟은 정성 십분의 일, 아니 백 분의 일만이라도 선배 자신에게 쏟아봐요, 제발
다움아빠: 진희씨, 이런 말 알아?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놓는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조용히 껴안는다) 사랑에 빚진채 떠나면 안되는데, 그런데... 미안해.(여진희 울면서 퇴장.다움엄마 다가와)
다움아빠: 이게 뭐지?
다움엄마: 골수 이식을 받는 동안 들어간 병원 비에다 좀더 보탰어요. 아이를 맡은 이상 병원 비야 당연히 내 책임이죠.
다움아빠: 이러 지마, 제발.
다움엄마: 다른 뜻은 없어요. 그저 확실하게 해 두고 싶어서예요.
다움아빠: 원하는 대로 각서도 썼고, 원하는 대로 아이한테 냉정하게 굴었어. 그런데 아직도 무엇이 부족해 확실히 하겠다는 거지? 날 더는 비참하게 만들지는 마.
다움엄마: 예전이나 지금이나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예요.
다움아빠: 받은 걸로 하겠어. 대신 그 동인 당신이 보관했다가 아이를 위해 써 줘. 그리고 이번 치료비까지는 내가 마련하게 해줘. 나 돈 있어. 지나치게 많이. 나도 아이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잖아.
다움엄마: 좋아요. 정히 싫다면 할 수 없죠. 하여튼, 지금 이 순간부터 아이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해요.
다움아빠: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잖아……
다움엄마: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이별이야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다움아빠: 일주일은 짧은 시간이야. 절대 긴 시간이 아니라구.
다움엄마: 어차피 아이를 포기한 건 당신 쪽이에요.
다움아빠 : 하지만, (수술중 조명 OUT.수술실에서 민과장 다움시트 밀고 나오며)
민과장: 내 평생 이번처럼 깨끗하고 좋은 골수는 처음입니다. 다움이에게 최고의 골수를 이식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린 먼저 다움이한테로 가죠.(다움시트를 밀고 나오는 간호사)
간호사: 정 선생님 안색이 좋지 않아요. 시간 내서 검사를 받아보세요. 다움이야 돌봐주는 아빠가 있지만, 선생님 건강은 본인 스스로 챙겨 야죠
다움아빠: 다움아, 갑갑했지? 이젠 말해도 된대. 아빠한테는 무슨 말이든 해봐. 먹고 싶은 거나 하고싶은 걸 말하면 아빤 더 좋구.
다움: 아빠 눈……아직도……아……파요? 귀 한번 만져도 돼요?
간호사: 중성 백혈구 수치 육백, 혈소판 이만 오천
민과장: 성공입니다. 생착 된거라구요. 세포유전학 검사에서도 확인됐습니다.(간호사, 민과장 퇴장.)
다움아빠: 아빠한테 하는 말 다움이도 들었지? 일본 누나의 골수가 다움이 몸에서 잘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됐단다. 이제 다움이는 아무 걱정 없다. ……다움아, 내 아들아. 널 좀 안아보자.
<아빠는 다움이를 사랑한다.- 다움아빠>
내 사랑스런 아들, /내 자랑스런 아들, /우리 착한 다움아 /많이 아팠지 /많이 힘들었지 /대신 아프지 못한 아빠를/
용서하렴 /기억한단다 /꼭 지켜줄 거란다. /저 넓고 푸른 바다 /가슴 넓은 바다 /바다의 약속 /이젠 그 바다가 다움
일 지켜줄거야 /흔들리지 않게 /아프지 않게 /이젠 저 푸른 바다가 널 지켜줄거야/아빤 널 사랑한다
다움아빠: 다움아. 다움이는 똑똑하니까 지금부터 아빠의 말대로 해야 한다. 엄마가 오늘 저녁에 온다.
다움: ……왜요?
다움아빠: 널 사랑하니까 오는 거야.
다움: 아뇨,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아요.
다움아빠: 어째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다움: 엄마는 나빠요. 엄마는요, 날 버렸어요. 아빠한테도 그랬구요.
다움아빠: 그렇지 않아. 엄마는 누구도 버리지 않았단다. 엄마는 처음부터 너와 함께 살고 싶어했지만 아빠가 반대했다.
다움: 아빠, 나 졸려요. 그만 자야겠어요.
다움아빠: 아빠가 왜 다움이를 데리고 여행을 갔을까? 그때 아빠는 다움이가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가 방법을 찾아냈어. 그래서 넌 엄마덕분에 다시 살아난 거란다. 엄마가 널 사랑하는 것처럼 너도 엄마를 사랑해라. 그리고……앞으로는, 앞으로는 엄마와 살아라.
다움: 아빠!
다움아빠: 엄마는 부자니까 다움이가 해달라는 건 모두 들어줄 거다. 프랑스에 가서 편안하게, 하고 싶은 것 맘껏 하면서 살아라. 아빠 말대로 해라.
다움: 싫어요. 싫어!
다움아빠: 싫어도 해야 한다.
다움: 그냥 팍 죽어버릴걸 그랬어요. 일본 누나는 뭐 하러 나타나서 나한테 골수를 줬는지 모르겠어요. 아빠 사랑해요. 아주 많이 요. 나한테는 아빠만 있으면 되요.<아빠 사랑해요-다움 (아빠 전 자신 있어요-변주)>
아빠, 벌써 잊었나요 /아빠, 날 두고 어딜가나요 /이제부터 시작인데, 나 이젠 아프지도 울지도 않을텐데 / 아빠만 제 곁에 있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데/기억하나요 /우리 그때 맺은 약속 /바다를 보여주겠다 는 /힘찬 붉은 가시고기를 보여주겠다는 그 약속 /우리 꼭 지켜요 /아빠, 전 아빠를 믿어요 /아빠곁에 있게 해줘요. /난 아빠가 사랑하는, /아빤 제가 사랑하는,/이 세상 단 한사람이니까요 /아빠, 사랑해요
다움아빠: ……아빠는 이제 지쳤다. 그래서 널 돌보는 게 몹시 힘들구나. 아빠도 이젠 아빠의 일을 하고 싶다.
다움: 힘든 건 다 지나갔잖아요. 아빠는 아빠 일을 하면 되잖아요. 앞으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척척할 수 있어요. 아빠 귀찮게 안할께요. 신경질도 안 부리구요, 아프지도 않구요. 아빠 말대로 지난번처럼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날 엄마한테 아주 보내지는 말아요. 약속해요.
다움아빠: 이 녀석아! 아빠가 하라면 해야지.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아? 아빠는 더 이상 너랑 같이 지낼 수가 없다고 했잖아. 엄마한테 안 가겠다면, 그럼 고아원으로나 갈래? 그래서 아빠처럼 매일 매나 맞고 구박이나 받을래?
다움: 아빠, 머리가 너무 아파요. 의사 선생님 좀 불러 주세요 (아빠, 과장실로 급히 가고, 혼자 남은 다움. 아빠 사 랑해요 음악 깔리고) <아빠 나 많이 아파요. -다움 (아빠 전 자신 있어요-변주)>
아빠, 나 많이 아파요 /아빠, 너무 보고싶어요 /아빠없는 이 곳은 너무 무섭고 아파요. /아빠 너무 보고싶어 요 /제발 돌아오세요
민과장(소리): 드디어 백혈구가 정상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완치입니다.
다움엄마(소리):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예요. 지금 병원으로 와줄 수는 없어요?
다움아빠(소리): …… 몇 시에 병원에서 나가야 하지?
다움엄마(소리): 일곱시쯤 요
다움아빠(소리): 그럼 정확히 일곱시에 만나. 소아병동 뒤에 벤치가 있어. 거기에서 기다릴게. 아니, 당신을 올 것 없어. 아이만 보내. 잠깐이면 돼.<‘기억하나요 /우리 그때 맺은 약속 /바다를 보여주겠다는 /힘찬 붉은 가시고기를 보여주겠다던 그 약속 /우리 꼭 지켜요/아빠, 엄마한테 갈께요 /대신 떠나기 전 단 한 번만 /얼굴 보여주세요. /아빠 나 너무 아파요. /아빠 너무 보고 싶어요’ 노래 울리고, (다움침대, 아빠탑조명)
다움: 아빠!
다움아빠: 거기 서라
다움: …… 아빠, 보고 싶었어요.
다움아빠: 아빠는 잘 지내고 있다.
다움: …… 불빛 때문에 아빠가 잘 안보여요. 아빠 옆에 앉아도 돼요?
다움아빠: 안 된다. 그냥 거기 있어라.
다움: …… 나는요, 오늘밤에 프랑스로 떠나야 한 대요.
다움아빠: 알고 있다.
다움: 비행기를 탈 거예요. 아빠도 알잖아요, 내가 미끄럼틀에도 못 올라가는 겁쟁이란 걸요.…… 아빠를 만나게 해 달라고 떼를 썼어요.
다움아빠: 엄마가 많이 속상했을 거다. 프랑스에 가서는 그러지 마라.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아니 다움이가 알아서 엄 마를 기쁘게 해드려라.
다움: ……프랑스에 도착해서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해도 되죠?
다움아빠: 안 된다.
다움: 편지는요? 편지는 써도 되죠?
다움아빠: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다움: 그럼 아빠가 날 보러 올 거죠?
다움아빠: 기다리지 마라.
다움: 그럼 아빠를 언제 만날 수 있나요
다움아빠: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이 땅에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말아라.
다움: 그렇지만 아빠, 스무 살이 되려면 십 년이나 남았어요.
다움아빠: 십 년은 긴 세월이 아니다…… 넌 평생 아파야 할 것을 한꺼번에 다 아팠던 거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아 파선 절대 안 돼.
다움: ……
다움아빠: 할말이 아직 남았니? 비행기 시간에 늦겠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그만 엄마한테 가라
다움: 아빠, 이거요. 고모가 갖다준 주목으로 내 얼굴을 조각했어요. 혹시 아빠가 날 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내일이라도 내가 보고싶어지면……난 아빠 조각이 있어서 힘낼수 있지만, 아빠는 아 무것도 없잖아요.
다움아빠: 그 옆에 놔둬라.
다움: 아빠, 부탁이 있어요…… 아빠 귀 말예요. 한번만 만져보고 싶어요. 한 번만 만지게 해주세요.
다움아빠: …… 이젠 됐다. 그만 가라.
다움: …… 아빠!
다움아빠: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라. 주머니에서 손을 빼라…… 턱을 들어라…… 어깨를 쭉 펴라. 됐다. 앞으론 그렇게 씩씩한 모습으로 살아라. 넌 이제부터 어른이다. 어른답게 생각하고, 어른답게 행동해라. 아이처럼 굴어선 안 된다. 아이처럼 굴어선 살수 없는 세상이다. 아빠는 널 잊을 거다. 그러니 너도 아빠를 잊어버려라. 아예 아빠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어서 가라. 절대로 돌아보지 말아라. 그냥 씩씩하게 엄마한테 달려가기만 해라. (울며 뛰어 가는 다움이를 외면한 체 고통에 일그러져 쓰러지는 아빠! 가시고기 노래 나온다)<붉은색 가시고기, 제 가시를 떼어 어린 가시고기를 살린다. 힘차게 나아가는 가시고기떼. 돌아서서 홀로 남는 붉은색 가시고기 쓰러진다.>(비행기 이륙소리 비행기 상공을 힘차게 가르며)
다움(소리) : 내가 이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빠뿐이고,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건 바로 아빠예요.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잊어버렸을까요. 내가 없어지면 아빠는 어떻게 될까요? 아빠 말대로 속이 시워할까요. 자꾸만 가시고기가 생각납니다. 돌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가는 아빠 가시고기. 내가 없어지면 아빠는 슬프고 슬퍼서, 정말로 아빠 가시고기처럼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