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기가 마냥 아쉬운 A군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비행기 타기 전 맛있는 걸 좀 먹고 싶은데!”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남짓, 주머니엔 단돈 만원뿐이다. 어디를 가야 제주여행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할 수 있을까? 지금 A군에게 딱 맞는 음식점이 있다. 바로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가 탄생시킨 맛집들이다. 쉐프의 레시피가 제주를 떠나는 섭섭한 마음을 달래주고도 남을 것이다.
‘맛있는 제주만들기’란?
호텔신라 임직원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여 제주 도내의 영세한 소규모 음식점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행복 프로젝트’이다.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음식 조리법, 손님 응대 서비스에 대해 꼼꼼히 가르쳐 줄 뿐 아니라 주방 설비나 식당 외관 등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제주도 음식문화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위해 2013년 10월 시작한 프로젝트로, 현재 9개의 가게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문을 열었다.
(출처: 호텔신라 블로그)
‘맛있는 제주만들기’ 1호점 <신성할망식당>
- 제주시 신대로7길 23 /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 / 원조고기국수 5500원, 원조국밥 6000원
제주도에 와서 고기국수를 안 먹고 갈 순 없다! 고기국수는 삶은 밀가루 중면에 돼지뼈로 우린 뽀얀 육수를 넣고 수육을 올려 먹는 제주도의 향토 음식. 어디서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이름이지만 제주 지역에서만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잡냄새가 없는 제주 흑돼지 고기를 쓰기 때문이다. ‘신성할망식당’은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뽀얀 육수에 부족함 없이 얹혀진 부드러운 살코기, 고기의 진한 육즙이 배어든 면까지···. 고기국수 본연의 맛에 충실하다는 걸 한 젓가락이면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고기국수와 함께 이 식당의 대표메뉴로 자리잡은 국밥 또한 놓칠 수 없는 맛. 뚝배기에 가득한 고기와 얼큰한 국물을 맛보고 있으면 ‘나도 제주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 <신성할망식당>의 원조국밥
신성할망식당의 장점은 고기국수와 국밥 메뉴가 얼큰한 맛과 순한 맛으로 구분되어있다는 점이다. 진한 육수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순한 맛으로, 칼칼한 매운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얼큰한 맛으로 입맛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단골손님들은 주로 얼큰한 맛을 선호하고 관광객들은 순한 맛을 주문한다고. 여행객에겐 제주 막걸리를 서비스로 내준다니 참고하자!
‘맛있는 제주만들기’ 2호점 <동동차이나>
- 제주시 삼무로11길 24 /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 / 호텔황게짬뽕 8000원
전국엔 무수히 많은 ‘짬뽕 명가’들이 있다. 그런데 제주엔 “여기가 바로 제주도 그 자체”라고 외치는 듯한 어마어마한 비주얼의 짬뽕이 있다. 커다란 황게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가 있고 새우, 홍합, 전복까지 들어있는 이곳의 짬뽕은 보기만 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할 정도. 육지에서 먹는 해산물과는 차원이 다른 싱싱함을 느낄 수 있다. 해산물만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해산물 못지 않게 푸짐한 면은 흡사 ‘내가 곱빼기를 시켰었나’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 <동동차이나>의 호텔황게짬뽕
‘황게부터 먹어야 하나? 아니면 새우, 홍합, 전복? 아니지, 역시 면부터?’ 행복한 고민을 하며 젓가락을 드는 순간 어느새 한 그릇이 뚝딱! 이 짬뽕이 내세우는 것은 비주얼도, 양도 아닌 바로 ‘맛’이다. 이 짬뽕을 맛본다면 앞으로 제주에 올 일이 더 많아질 듯하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4호점 <보말이야기>
- 제주시 중앙로24길 18 / 공항에서 차로 15~20분 거리 / 보말칼국수 6500원
들어는 봤나, 보말? 보말은 고둥의 제주 방언인데 보말칼국수는 대표적인 ‘제주 음식’으로 각광을받고 있다. 보말이야기의 칼국수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을 만큼 많은 보말이 들어있다. 여기에 각종 채소와 매생이, 달걀고명은 덤! 보말 내장을 갈아 만든 육수는 얼큰하고 진하다. 한 숟가락 떠먹으면 꽁꽁 뭉쳐있던 속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다. 실제로 보말은 해독에도 좋다고. 하루의 고단함을 가시게 해줄 제주의 보약이 아닐까 싶다.
▲ <보말이야기>의 보말칼국수
뒷맛 없이 개운한 이 집 칼국수의 비법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주 메뉴인 보말칼국수는 물론이고 각종 밑반찬에도 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고.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한 순수한 맛은 박미희 사장의 ‘손님들에게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만을 대접하겠다’는 철칙이 있기에 가능했다. 박 사장은 “여행으로 피곤해진 몸을 한 번에 치유할 수 있을 만큼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라고 강조했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6호점 <진미네 식당>
- 제주 제주시 수덕5길 42 / 공항에서 차로 10~15분 거리 / 진미정식 8000원
제주여행 중 갑자기 집밥이 그립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제주 한복판에 엄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집이 있기 때문이다. 진미네 식당의 진미정식은 제주 토속음식인 돔베고기와 전복구이, 강된장, 묵은지 생선조림, 계란말이 등으로 차려지는데, 한 상 가득한 풍경을 보면 마음까지 푸근해진다. 밑반찬이 많다고 맛을 허투루 내지도 않는다. 홍명효 사장은 “밑반찬 가짓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먹음직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집의 밑반찬은 매일 똑같은 것이 아니라, 제철음식으로 하기에 그때그때 다르다고.
▲ <진미네 식당> 진미정식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위가 잠시 ‘힐링’할 수 있는 이 집의 정갈함은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주일에 다섯 번 이 집을 찾을 정도로 단골이라는 신용일(50 ·손님) 씨는 “맛있고 재료가 신선해서 자주 오게 된다. 깔끔하고 짜지 않아 입맛에 잘 맞는다. 제철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포인트”라고 말했다. 진미정식은 2인분 이상부터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자.
행복 가득한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제주도엔 그만큼 유명 맛집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식당들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 9개의 ‘맛있는 제주만들기’ 식당에는 ‘행복’과 ‘긍정’이라는 남다른 ‘특급재료’가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갖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미희(57·보말이야기 사장) 씨는 “예전에는 어려운 상황에 힘이 들어 짜증도 많이 냈는데, 요즘은 일이 즐겁고 마음가짐도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홍명효(50·진미네 식당 사장) 씨도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이후 아침마다 매일 노래 부르며 웃는다. 내가 항상 웃으니 손님들이 더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에 선정된 식당 사장들은 작년부터 ‘인연’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호텔신라로부터 받은 행복을 남들에게도 전해주자는 취지로 모인 이들은 봉사활동도 계획 중이다.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의 식당에는 오늘도 행복이 뚝배기째 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