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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면 안 된단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기는 거야. 아빠가 (혹은 엄마가) 잘못을 하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거든 언제든 말해주렴. 꼭!”(20쪽)
“서울에 남아있던 엄마가 딸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수영복’을 고집했는지. (어린) 딸은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아빠랑 마지막 날이니까 가장 예쁜 옷을 입고 싶었어. 내 눈에는 수영복이 가장 예뻤다고!’ 그랬다고 했다. 딸의 눈에는 알록달록 수영복이 가장 예뻤다고. 그래서 꼭 입고 싶었다고, 아빠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고. 그랬다고 말이다.”(46쪽)
“딸아, 사랑하는 사람이 네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꼬옥 안아주렴. 체온이야말로 공감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거든. 아빠가 울 때도 놀리지 말고, 안아줘.”(54쪽)
딸과 함께 낸 책이라 기쁨이 더할 것 같습니다.
기뻐도 너무 기쁩니다. “사랑해도 너무 사랑하는” 딸과 함께 쓴 책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전작인 『류블랴나를 닮은 아내』 역시 자기 책인 양 행복해 합니다. 그러니 기쁨은 자연히 두 배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기뻤던 순간은 제가 쓴 소설은 단 한 자도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 하셨던 어머니께서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를 다 읽고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입니다. “아들, 행복하게 살아줘서 고마워! 이번 책은 꼭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
현재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 거주하면서, 류블랴나대학교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고 계시죠?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도시인데요. 작가님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일상은 말 그대로 일상이기 때문에 서울과 류블랴나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업은 주로 오후에 있기 때문에, 아침에 적당히 일어납니다. 그리고 뭔가 챙겨먹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 갈 때는 주로 바퀴 달린 무언가를 타고 가는데, 퀵스쿠터, 페니보드, 롱보드, 바이크 중에 기분과 날씨에 따라 제 마음대로 골라 탑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시겠죠?
강의는 (당연히) 학교에서 하지만, 강의 시간 외에는 연구실 대신 학교 근처 단골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 거의 매일 가기 때문에, 제가 카페에 등장하면 바리스타가 바로 에스프레소를 내려줍니다. 점심 약속이 없으면, 거기서 끼니도 때우고, 책도 읽고, 작품도 쓰고, 번역도 하고, 보고서도 쓰고, 심지어 학생 면담도 합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두 번째 연구실’로 통하죠. 간혹, 카페가 답답하게 느껴지면 바퀴 달린 ‘그’ 무언가를 타고, 류블랴나 강가로 갑니다. 답답함이 사라질 때까지 음악을 들으며 강이 흘러가는 것을 봅니다. 저녁 식사는 87.5% 이상 가족들과 함께 하고, 가족들이 모두 잠들면,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뭔가를 씁니다. 4시 전에는 꼭 잠들려고 노력합니다. (새벽) 일찍 잠드는 좋은 습관을 가진 아저씨지요. (하하하) 조금 이상한 패턴의 직장인 아저씨이기도 하고요.
3월에 출간된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는 딸의 탄생부터 지금까지를 기록한 책입니다. 일기를 쓰지 않았더라면 쉽게 쓰기 어려울 만큼, 생생한 추억들이 들어 있습니다.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별도로 기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니 일기 따위는 써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여러 형태로 딸에 대해 여기저기 기록해두었습니다. 싸이월드,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그리고 아무데도 공개하지 않은 소소한 메모들이 제 일기와 같은 역할을 하지요. 유행에 따라 딸의 기억이 기록된 공간이 다른 셈이죠. 그리고 어릴 적 기억은 ‘류블랴나를 닮은’ 제 아내의 육아 일기를 많이 참조했답니다. 아내가 꽤 오랫동안 육아일기를 아주 꼼꼼히 썼답니다. 그래서 책에도 ‘특별히 감사’하다고 실은 것이고요.
프로필 사진을 색다르게 찍으셨어요. 딸 태희 양과 셀카를 찍으면서 엄마 얼굴도 나오게, 누가 생각한 아이디어인가요?
아, 그 아이디어요! 제 딸 아이디어지요! 라고 했다면, 태희가 참 좋아했겠지만,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가족 산책을 하던 중에 찍게 된 사진입니다. 우리 가족의 모토 같은 것이 담겨있죠. 각자의 프레임을 지키지만, 하나의 틀 안에 있자! 살짝(?) 개성 있지만, 남들 눈에 보기에 싫지는 말자!
짧게나마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였는데요. 정확한 기간이 궁금합니다.
기러기아빠의 정의가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제 경우는 아내가 서울에서 돈을 벌면서 딸과 함께 있었고, 제가 공부하러 모스크바에 갔었으니까 ‘역’기러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암튼) 3년간 혼자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총 5년 조금 넘게 있었는데, 3년은 홀로, 2년은 함께 있었습니다.
나홀로 유학 시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유학 1년 차, 여름방학 때, 딸이 보고 싶어서 귀국했는데, 공항에 만난 딸이 저를 보고 얼어있던 그 모습을. 딸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제가 안아주니 그냥 인형처럼 무표정하게 있었습니다. 그 표정이 참 슬퍼 보였습니다. 그 때, 제 마음도 슬픔으로 얼었지요. “이 친구가 내가 아빠인 것을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너무 미안했고요. 한 달 남짓의 기간 동안 간신히 친해진 후엔 다시 헤어져야 했지요. 딸에게 자꾸 이별을 준 것, 딸에게 아빠의 존재를 각인(?)시키지 못한 일이 가장 슬프고, 미안하고, 견디기 어려웠던 일이죠.
누군가 기러기아빠 생활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 건가요?
짧고 굵게 이렇게 말씀 드릴게요. “하지 마세요!”
딸 태희 양이 슬로베니아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책을 보니 학교 생활에 꽤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학부모로서 어떤 점이 가장 만족스러운지 궁금합니다.
8시까지 등교해서 오후 3시까지 학교에 있는데요, 그 동안 먹거리를 세 번이나 줍니다. 잘 먹게 해주니 그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참, 그리고 태희 학교의 경우는 치과가 교내에 있습니다. 치과가 교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치아 건강에 신경 쓰게 되지요. 건강하게 해주니 그것보다 좋은 게 있을까요?
만약, 태희가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어땠을 것 같나요?
행복하게 잘 지냈을 것 같습니다. 행복은 장소가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본인이 만드는 것이죠. 조금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테고, 조금 더 공부를 많이 해야 했을 테고, 어쩌면 조금 더 학원비가 많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행복했을 겁니다. 그 안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찾았을 겁니다. 저는 딸에게 그런 믿음이 늘 있습니다.
태희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길 소망하시나요?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꿈’이라고 말했지만,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해도 좋겠어요.) 꿈을 갖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을 만큼, 확신하고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미래에 대한 확신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종국에는 그 ‘꿈’을 꿈이 아니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꿈을 깨버리는 사람! 꿈을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된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정.말.
태희에게 가장 고맙고, 가장 미안한 점은 있다면요.
제가 아빠인 게 가장 미안하고, 제 딸인 게 가장 고맙습니다. 많이 부족한 아빠라서 미안하고, 부족한 아빠를 늘 행복하게 해주는 내 딸이라서 늘 고맙습니다.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를 읽은, 또 앞으로 읽게 될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지금 당장 ‘사랑’하면 떠오르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하세요. 전화하기가 싫다면 달려 가세요. 그리고 “사랑해도 너무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 물론, 그 사람은 몹시 황당해하겠지만, 당신은 그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추억을 선사한 셈입니다. 독자들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더욱 많이 사랑을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이!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전달되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독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책을 쓰자고 해서 놀랐다고요? 아빠를 더 많이 알게 되어 놀랐다고 했는데, 특별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네! 엄청 놀랐어요. 제가 책을 쓸 자격이 있나 싶었어요. 처음에는 조금 떨렸지만 아빠가 많이 도와줘서 잘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업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터뷰예요. 아빠와 둘이 앉아 ‘달달한’ 것을 먹으면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 때, 그 ‘달달한’ 기분을 잊을 수 가 없어요. 참, 그리고 아빠가 ‘슈퍼맨’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힘들 때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요즘 태희 양은 고민이 있나요?
저는 고민이 없어요. 그러니까 고민이 너무 없어서 고민이에요. 대신 간절히 원하는 소원이 있어요. 우리 가족 세 명이 지금처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주 오래 오래 오래!
아빠가 소설가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책을 쓰긴 어려웠을 텐데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친구들이 이런 책을 쓰겠다고 하면 추천해줄 마음이 있는지 궁금해요.
네.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이 책 덕분에 아빠와 얘기를 아주 아주 많이 했답니다. 그래서 책을 쓰면서 제 자신과 우리 아빠에 대해서 많은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아빠가 작가라는 사실이 더욱 자랑스러워졌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제 꿈도 더 커졌지요.
아빠를 너무 사랑하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싶은 게 있나요? (웃음)
아빠를 아주 아주 좋아하지만 아주 가끔 아빠가 “너는 아직 몰라도 돼.” 라고 말하면 기분이 ‘완전’ 안 좋아져요. 물론, 어른들 얘기라는 걸 알지만, 가끔은 너무 너무 궁금하거든요.
근래 읽은 책 중에 재밌게 읽은 책 2권만 소개해주세요.
벨기에에 다녀 온 뒤, 아빠가 사주신 벨기에 만화 ‘땡땡이의 모험 시리즈’를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그리고 『매 맞으러 간 아빠』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또 다른 책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요?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빠에 관한 책을 써서 아빠에게 선물 하고 싶어요. 그러면 아빠도 아주 좋아하실 것 같아요.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가 세상에 딱 1권만 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나요?
저의 친할머니 정순자 여사께 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 아빠를 잘 키워 주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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