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체르니 몇 번까지 쳤느냐'는 물음은 흔한 질문이다.
기초가 탄탄한 자의 연주는 감동을 준다.
기본기는 엉망인데 개인기부터 선보이려는 경우 관객이 먼저 퇴장하는 일도 있다.
'송지나'는 레슨을 제대로 거친작가다.
그녀가 수료한 방송작가 수업 제1과는 라이오 구성작가 과정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청취자 사연 추리는 일부터 배웠다.
TV로 옮겨와서는 생활정보 프로부터 시작했고 이후 '추적 60분' '그것이 알고싶다'등의 시사다큐를 거쳤다.
드라마는 다른 작가의 원작을 각색하는 일부터 했다.
공전의 히트작 '여명의 눈동자'는 장형종의 소설이 재료였다(어떤 작가는 원작을 단지 재료로 쓸뿐인데 송지나는 그것을 연료로 쓴다. 그녀를 통해 원작은 불꽃처럼 점화한다)
본격적인 오리지널 극본은 '모래시계'가 처음이다 .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것은 없다는 사실을 그녀의 작가 이력은 말해준다.
이 작기의 성장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우선 세상을 '발견'하는 단계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는 세상을 응시했다.
그 다음에는 세상 속에 묻힌 진실을 '발굴'하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관찰로 담아낼 수 없는 것들을 통찰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고지는 자신이 스스로 세상을 창조하는. 이른바 '발명'의 단계이다.
마침내 그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을 엮어 자신이 꿈꾸는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그녀가 쌓은 땀이 한낱 모래성이 아님을 드라마 '대망'은 말해준다.
긱각 다른 옷을 걸친 송지나의 분신들은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익숙한 관습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물들이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이 그때그때 세상의 온기 속에만 머물지 않는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상이 쳐놓은 그물 사이를 이리저리 헤엄치고 때로는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기도 한다.
'대망'이 그녀의 대망을 담은 작품이라고 단언하면 작가는 오히려 서운해할 것이다.
갈 길이 먼 작가에게 '깃발 꽂았으니 이제 하산하라'고 말하는 격이다.
그녀는 단기승부사가 아니다. 시청자의 욕구에 좀처럼 휘둘리지 않는다.
'러브스토리'나 '카이스트'때도 그랬다. 재미의 공식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 하지않는다.
그녀의 실험 정신이 돋보였던 '달팽이'는 제목에서 이미 작가적 주관과 태도를 암시했다.
그녀가 디자인한 세상을 건축하는 책임자가 김종학 PD다.
그는 스케일과 디테일을 두루 갖춘 전문가답게 각 분야의 고수들을 끌어들여 정성껏 시공을 했다.
'야인시대'의 거리를 헤매던 사람들이 '대망'의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왠지 편하지 않다고 말하는 까닭을 프로들이 모를 리 없다.
그들에게 시청률의 고지를 점령하라고 부추기지 말자.
차라리 넘치는 '상품'보다 남는 '작품'이 되길 기대하자. 개척하고 개간할 드라마의 대지는 무궁하다.
------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주철환.
-----------------------------------------------------------------
이 글을 '임성한'이 읽어본다면?
과연 임가는 작가의 기본인 레슨을 제대로 받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