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꼴(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김효일씨의 명함은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 우연히 폴라로이드 필름이 명함과 비슷한 크기인 걸 발견한 그는 필름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인쇄해 명함을 만들었다. 일종의 '발명품'이다. 김씨는 "필름값이 비싸(장당 약 1000원) 꼭 줄 사람한테만 주기 때문에 '영양가 있는' 인간 관계를 맺고 있다"며 웃었다. 김자호 간삼파트너스 대표의 명함엔 회사이름과 연락처는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이름이 인쇄돼 있지 않다. 펜으로 일일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주기 위해 성명란을 비워뒀다. 직접 이름을 써내려 가는 걸 상대가 보게 함으로써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명함은 '제2의 얼굴'이다. 나를 보여주는 창(窓)인 동시에 복잡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매개체. 종이 한 장으로 사업의 성패가 결정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때문에 디자인에서부터 명함을 건네는 행위 자체까지 남과 차별화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고 있다. 이름과 연락처가 없다면 명함인지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예술 작품 같은 명함도 많다.
사교의 수단에서 비즈니스 도구로
오늘날 명함은 비즈니스와 불가분의 관계지만, 초기 명함은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사교', '에티켓'으로서의 의미가 강했다. 명함의 개념이 처음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고대 중국에서는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했을 때 주인이 없으면 이름을 적어두고 왔는데, 여기서 명함이 유래됐다고 한다. 공자도 명함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명·청시대엔 종이나 비단에 이름을 써 명첩(名帖)을 건네는 것이 학자의 예절이었다고 한다. 서양의 명함은 프랑스의 루이 14세 때 귀족들이 다른 집을 방문할 경우 하인에게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전통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명함 역사도 100년이 넘었다. 1883년 민영익이 사절단 자격으로 구미 지역을 순방할 때 사용한 명함이 현존 최고(最古) 명함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교의 수단에서 시작한 명함은 인쇄술의 발달, 고도화된 자본주의를 거치며 오늘날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얼굴 마담' 역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받은 후에 더 중요한 '명함 에티켓'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주는 게 순서다. 두 손으로 주고 두 손으로 받는 것이 원칙. 동시에 주고받는 경우라면 오른손으로 주고 왼손으로 받아야 한다. 명함을 줄 때는 상대가 읽을 수 있도록 글씨 방향을 상대 쪽으로 향하게 한다. 여럿이서 만났을 때는 반드시 이름을 말해서 상대방이 헷갈리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손의 위치는 배와 가슴 중간 위치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게 정중해 보인다.
대화전문가 이정숙 에듀테이너그룹 대표는 명함을 건넬 땐 상대를 재촉하는 것처럼 들리는 "명함을 드리겠습니다"보다는 "명함 하나 드려도 될까요?"라고 완곡하게 묻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미지컨설턴트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는 "명함을 받고 난 후의 예의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무의식적으로 받은 명함을 만지작거리거나 낙서하는 건 큰 실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명함을 탁자 위에 놔두고 오는 것. 만약 상대가 목격한다면 신뢰 쌓기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다.
해외 출장을 자주 간다면 그 나라의 명함 에티켓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선 여러 사람이 만났을 때 명함을 포개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는 받은 명함을 명함지갑에 바로 넣으면 안 된다. 자칫 상대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회사나 직함, 주소 등에 관심을 보이며 의례적이지만 한마디 걸치는 게 좋다. 또 서로 명함을 주고받을 때 상대가 주는 위치보다 낮게 해야 한다.
글꼴(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김효일씨의 명함은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 우연히 폴라로이드 필름이 명함과 비슷한 크기인 걸 발견한 그는 필름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인쇄해 명함을 만들었다. 일종의 '발명품'이다. 김씨는 "필름값이 비싸(장당 약 1000원) 꼭 줄 사람한테만 주기 때문에 '영양가 있는' 인간 관계를 맺고 있다"며 웃었다. 김자호 간삼파트너스 대표의 명함엔 회사이름과 연락처는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이름이 인쇄돼 있지 않다. 펜으로 일일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주기 위해 성명란을 비워뒀다. 직접 이름을 써내려 가는 걸 상대가 보게 함으로써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명함은 '제2의 얼굴'이다. 나를 보여주는 창(窓)인 동시에 복잡한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매개체. 종이 한 장으로 사업의 성패가 결정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때문에 디자인에서부터 명함을 건네는 행위 자체까지 남과 차별화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고 있다. 이름과 연락처가 없다면 명함인지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예술 작품 같은 명함도 많다.
사교의 수단에서 비즈니스 도구로
오늘날 명함은 비즈니스와 불가분의 관계지만, 초기 명함은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사교', '에티켓'으로서의 의미가 강했다. 명함의 개념이 처음 생겨난 것으로 알려진 고대 중국에서는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했을 때 주인이 없으면 이름을 적어두고 왔는데, 여기서 명함이 유래됐다고 한다. 공자도 명함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명·청시대엔 종이나 비단에 이름을 써 명첩(名帖)을 건네는 것이 학자의 예절이었다고 한다. 서양의 명함은 프랑스의 루이 14세 때 귀족들이 다른 집을 방문할 경우 하인에게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전통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명함 역사도 100년이 넘었다. 1883년 민영익이 사절단 자격으로 구미 지역을 순방할 때 사용한 명함이 현존 최고(最古) 명함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교의 수단에서 시작한 명함은 인쇄술의 발달, 고도화된 자본주의를 거치며 오늘날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얼굴 마담' 역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받은 후에 더 중요한 '명함 에티켓'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주는 게 순서다. 두 손으로 주고 두 손으로 받는 것이 원칙. 동시에 주고받는 경우라면 오른손으로 주고 왼손으로 받아야 한다. 명함을 줄 때는 상대가 읽을 수 있도록 글씨 방향을 상대 쪽으로 향하게 한다. 여럿이서 만났을 때는 반드시 이름을 말해서 상대방이 헷갈리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손의 위치는 배와 가슴 중간 위치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게 정중해 보인다.
대화전문가 이정숙 에듀테이너그룹 대표는 명함을 건넬 땐 상대를 재촉하는 것처럼 들리는 "명함을 드리겠습니다"보다는 "명함 하나 드려도 될까요?"라고 완곡하게 묻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미지컨설턴트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는 "명함을 받고 난 후의 예의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무의식적으로 받은 명함을 만지작거리거나 낙서하는 건 큰 실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명함을 탁자 위에 놔두고 오는 것. 만약 상대가 목격한다면 신뢰 쌓기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다.
해외 출장을 자주 간다면 그 나라의 명함 에티켓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선 여러 사람이 만났을 때 명함을 포개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는 받은 명함을 명함지갑에 바로 넣으면 안 된다. 자칫 상대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회사나 직함, 주소 등에 관심을 보이며 의례적이지만 한마디 걸치는 게 좋다. 또 서로 명함을 주고받을 때 상대가 주는 위치보다 낮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