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의 눈 푸른 눈을 아시는지요
동백의 연푸른 열매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민대가리 동자승의 푸르슴한 정수리 같은.....
그러고 보니 꽃다지의 꽃이 진 다음
이 동백숲길을 걸어보신 이라면
아기 동자승이 떼로 몰려 낭랑한 경經 읽는 소리
그 목탁 치는 소리까지도 들었겠군요
마음의 經 한 구절로 당신도 어느새
큰 절 한 채를 짓고 있었음을 알았겠군요
그렇다면 불화로를 뒤집어쓰고 숯이 된
等身佛이야기도 들어 보셨나요
육보시 중에서도 그 살보시가 으뜸이라는데
동백꽃 피어 山門밖 저 구강포의 바닷길까지
燈을 밝힌다면 보시 중에서도 그 꽃보시가 으뜸인
오늘 이 동백 숲을 보고서야 문득 깨달았겠군요!
한 세월 앞서
초당 선비가 갔던 길
뒷숲을 질러 백련사 법당까지 그 소롯길 걸어보셨나요
생꽃으로 뚝뚝 모가지째 지천으로 깔린 꽃송아리들
함부로 밟을 수 없었음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조심히 접어 목민심서 책갈피에 꽂았더니
누구의 울음인지 한 획 한 글자마다 낭자한 선혈
애절양, 애절양으로 우는
동박새 울음이 유난히 슬픈 봄날이었지요
冬安居도 끝나고 구강포 겨울바람이 설치면
어느 큰 손이 부싯돌을 긋는지
팍팍 날리는 불티 몇 점도 보셨나요
그 불길 동백 숲에 옮아 붙어 아련한 모닥불로 번질 때
그 불기운으로 저 정수사 앞 뜰 흙가마 속
靑磁水餠이 솟고, 그 수병 속 물길 휘둘러
바다도 쪽빛으로 물들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