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재배
우리나라의 가을감자 재배면적은 약 3,000~5,300㏊로서 전체의 15~19% 정
도이다. 감자는 원래 서늘하고 밤과 낮의 온도교차가 큰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
는 저온성 작물로 생육조건이 14~23℃이며 비교적 높은 온도인 25℃ 이상에
서는 덩이줄기의 형성과 비대가 멈춘다.
특히 덩이줄기 비대에는 주간온도가 23~24℃이고, 야간온도가 10~14℃이며,
일장이 11시간 정도 되는 단일조건이 가장 좋다.
우리나라의 가을철 기온은 고온에서 점차 저온으로 떨어지며 주·야간의 온도
차가 크고 일장도 단일로 변화되므로 감자의 생육조건에 매우 유리하다. 특히
남부지방에서 9~11월은 감자 생육에 아주 좋은 기상조건이어서 덩이줄기 비대
가 빨라진다.
따라서 덩이줄기 비대기가 고온과 장일 조건인 봄재배에 비하여 가을재배는 짧
은 기간에 높은 수량을 올릴 수 있는 가꿈꼴(재배작형)이다. 또한 가을감자는
수확기에 건조하며 수확 후 기온이 낮아 품질을 손상시키지 않고 안전하게 장기
간 저장이 가능하므로 시장출하에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가을감자재배는 감자를 심는 시기인 7월 하순~8월 하순의 고온과 다
습으로 씨감자의 부패가 많아 출현율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을 감자재배에 있어서 출현율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다른 어느 가꿈꼴
(작형)보다도 농가소득 증대면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씨감자 선택
가을감자 재배에 알맞은 품종으로는 휴면이 짧은 2기작 품종인 대지, 추백, 고운 등이 있다. 전에는 정부 보급종이 공급되었지만 2009년부터는 민간업체에서 구입하여 심어야 한다. 가을재배용 대지, 추백, 고운 같은 품종들은 휴면이 짧기 때문에 봄재배로 6월 상중순에 수확한 덩이줄기를 8월 상중순에 심더라도 심기 전 별도의 휴면타파 처리 없이 가을재배가 가능하다.가을재배용 씨감자는 절단하지 않고 심을 수 있는 30~60g 정도의 크기가 가장 좋다. 가을재배 씨감자를 심는 시기는 온도와 습도가 매우 높으므로 절단한씨감자를 파종하면 씨감자가 많이 썩기 때문이다.
씨감자 절단과 치유감자의 병은 대부분 씨감자로 전염된다. 특히 씨감자를
자를 때 칼과 절단면을 통해 전염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씨감자를 자를 때에는 직사광선을 피하여 서늘한 장소에서 녹슬지 않은 칼로 자르는 것이 좋다. 씨감자를 자
르는 칼은 씨감자를 하나하나 자를 때마다 클로락스나 끓는 물에 30초 이상 담가 소
독한 후 맑은 물에 헹구어 잘라야 전염을 막을 수 있다. 소독방법은 여러 개의 칼을
소독수에 담가 놓고 감자 한 개 한 개 자를 때마다 칼을 바꾸어 맑은 물에 헹구어 사용하면 된다.
씨감자는 2~4등분하여 한 쪽이 30~40g 정도 되게 자르는 것이 경제적이다. 가을재배용으로 씨감자를 자를때는 정아(頂芽) 부분에서 기부(基部) 쪽으로 똑같게 자
르되 완전히 잘라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심은 후 썩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자른 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85%의 상대습도와 15℃ 정도의 온도가 가장 좋은 조건이다. 따라서 씨감자는 공기가 잘 통하는 상자에 넣어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장소에 쌓아 놓고 거적에 물을 촉촉이 적시어 상자 주위를 덮는다. 이렇게 하여 1~2일이 지나면 상처가 잘 아물어 심은 후 씨감자의 부패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을감자는 자른 후 싹틔움상 모래에 곧바로 치상하는 것이 상처를 치유하면서 감자싹을 빨리 틔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씨감자 싹틔우기
가을감자 재배는 온도가 높을 때 심게 되므로 씨감자의 부패가 많아 포장입모율
(圃場立毛率)이 떨어져서 수량감소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가을감자 재배는 감자
를 싹틔워 아주심는 것이 직파하는 것보다 포장 출현율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남부지방과 같이 8월 하순에 파종하는 곳에서는 직파도 가능하지만 싹을 틔워 심
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싹틔움상 설치시기는 중부지방이 7월 하순, 남부지방은 8월 상순~중순경이다. 바
람이 잘 통하고 서늘하며 물빠짐이 잘 되는 곳을 택하여 <그림 7-4>와 같은 방법
으로 싹틔움상을 만든다. 이 때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옆부분으로 바람이 잘 통
하도록 비닐을 지붕 윗부분만 씌운 다음 거적이나 차광망으로 차광을 하고 하우스
내에 싹틔움상을 설치하면 이상적이다.
싹틔움상 설치면적은 본포 10a당 20㎡ 정도면 충분하다. 감자싹을 틔우는 작업순
서는 깨끗한 모래를 다시 5~7㎝ 두께로 깔고 고른 다음 감자를 자른 면이 밑으로 향하게 놓고 다시 모래를 감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게 덮는다. 다음에 물을 충분히 뿌려주며 싹틔움상 내의 온도를 낮추고 마르지 않도록 볏짚을 덮어준다. 싹틔움상은 하루에 1회 정도 물을 주어 항상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준다. 싹틔움상 주위에는 물빠짐 도랑을 설치하여 과습하지 않도록 한다. 싹을 틔우는 기간은 10~15일이 소요되며 아주심을 때 싹의 길이는 3~5㎝정도가 알맞다.
싹틔움상에 치상한 후 1주일이면 싹이 나오기 시작하므로 이때 볏짚을 걷어주어 싹의 웃자람을 막아야 한다.
남부지방과 같이 직파를 주로 하는 지역에서는 감자싹이 0.5~1.0㎝ 자란 씨감자를 심는 것이 유리하므로 싹틔움상에서 싹을 틔우지 않더라도 산광싹틔우기를 한
후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광싹틔우기 방법은 봄재배에서와 같지만 싹틔우기 시기가 여름철로 덥고 습하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감자 심기 및 아주심기
가을감자는 싹틔움 재배와 바로심기(직파) 재배가 거의같은 시기에 이루어진다. 되도록 일찍 심는 것이 유리하지만 온도가 높고 비가 자주 와 씨감자가 썩기 쉬우므로 기온이 차차 떨어지고 장마가 끝나는 시기에 심는다. 실제로 씨감자를 심는 시기는 중부지방이 8월 상순~중순, 남부지방은 8월 중순~하순이며 감자를 아주심는 작업은
고온의 한낮을 피하여 이른 아침이나 저녁시간을 택하는 것이 좋다.
감자는 덩이줄기가 땅속에 형성되는 작물이므로 토양 속에 공기가 잘 통하고 물빠짐이 좋으며 흙덩이가 없도록 깊이 갈고 땅고르기를 잘해야 한다. 가을감자 재배에
는 파종기의 고온다습으로 인한 씨감자의 부패가 가장 큰 문제이므로 이랑의
방향은 가급적 동서로 한다. 씨감자는 <그림 7-5>와 같이 이랑의 북쪽 면에 놓
아 직사광선을 피하도록 한다.
감자를 심은 후에는 짚 또는 생풀 등으로 씨감자가 묻힌 부분을 해가림하여 지
온상승, 건조, 폭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아준다. 이때 심겨진 씨감자가 고랑
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여 토양과습에 의해 썩지 않게 해야 한다. 가을감자 재
배는 생육기간이 봄재배에 비해 짧고 생육후기 줄기와 잎의 신장이 느려지므로
봄재배보다 질소질 비료를 20% 정도 많이 주어 덩이줄기 비대기 이전에 잎줄기
를 충분히 자라게 해야 많은 양을 거둘 수 있다.
재식밀도는 봄재배보다 약간 배게 심는 것이 좋은데(75×20㎝) 10a당 6,600주
정도가 알맞다. 시비량은 질소 12㎏, 인산 8.8㎏, 칼리 13㎏(요소 26㎏, 용과
린 44㎏, 염화가리 23㎏)이 알맞다. 화학비료를 사용할 때 토양살충제를 썩어
서 살포하면 토양해충의 방제효과가 크다. 퇴비는 골 또는 전면 살포하며 300평
(10a)당 1,500~2,000㎏ 정도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