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관하는 '5.18민주화운동 22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 망월동 신묘역에서 열렸다. 이한동 국무총리와 여야 대표가 참석한 기념식에는 중앙 정치인들과 지방선거 입지자들이 대거 몰려 '정치사교장'을 방불케 했다.
광주민주유공자예우법 통과된 후 처음 열린 5.18 기념식
기념식은 애국의례와 헌화, 5.18민주화운동 경과보고, 기념사, 헌시낭송의 순으로 약 40분 동안 진행됐다. 이한동 국무총리와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 이태복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으며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와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정당 대표 자격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한동 국무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유가족과 부상자,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에게 위로를 표하고 "5.18은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민주항쟁"이라고 규정했다. 이 총리는 또 "세계 자유시민에게 5.18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한 지표"라고 말했다.
2001년 12월 21일 국회에서 '광주민주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이 제정된 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기념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 오월 단체 회원은 "참배객도 작년에 비해 약 50% 가량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는 이유를 박경순 5.18민중항쟁 유족회 사무국장의 경과보고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 국장은 "5.18민중항쟁이 법적, 제도적으로 명예를 완전하게 회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법안 통과를 마치 5.18이 다 완성돼 버린 것처럼 말한다"
▲유가족을 위로하는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 ⓒ 오마이뉴스 이주빈
즉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희생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게 되고 나아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과 후세에게 계승되어야할 가치로서 이념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5.18부상자인 이세영 씨는 "사람들이 법안 통과를 마치 5.18이 다 완성돼 버린 것처럼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아직도 진상규명 등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기념식도 나중엔 강당에서 치르게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서청원 대표를 비롯, 이규택 신임 원내총무, 이부영 의원, 손학규 경기도지사 후보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한화갑 대표를 비롯 신기남 최고위원, 정범구 대변인, 김민석 서울시장 후보, 임종석, 김태홍 의원 등이 참석했다.
지방선거 입지자들, 중앙 정치인과 사진 찍느라 분주
그러나 참석예정이었던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지독한 감기몸살'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최근 불거진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파동과 거리를 두기 위한 포석"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즉 말 많고 탈 많은 경선파동에서 한 발 비껴가겠다는 것이 노 후보의 기념식 불참 이유라는 것.
자체 추모식을 17일 이미 치른 5.18 관련자들은 거의 참석하지 않은 반면 여야 정치인과 지방선거를 앞둔 입지자들은 대거 참석해 5.18 22주년 기념식장은 마치 '정치사교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일부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대중성이 좋은 중앙 정치인에게 몰려 가 사진을 함께 찍는 등 부산을 떨어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