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 마음
이원식
이 생(生)엔 그대에게
다가설 수 없는가
떨어지는 꽃잎하나
위로할 수 없는데
어쩌랴!
두 눈 깊숙이
제 스스로 눕는 풀들
이원식 시집 "누렁이 마음" [모아드림]에서
이 세상의 인연이란 물과 불의 관계처럼 악연이 있는가 하면 그 악연에서도
가장 치열한 삶을 이어 주는 인연이 물과 불 속에 있다. 그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물과 불 사이의 그릇이다 그 그릇은 삶의 통찰로, 삶의 거리를 뛰어 넘
은 무념(無念)의 상태로 있어야 한다. 이원식 시인의 정형시조에서는 그러한
무념의 상태로 만난 풀잎과 누렁이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승의 인연을 가름
하고 있다. 어쩌면 누렁이 마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인생의 화답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본다. 물이였던 그대나 불이였던 나 사이의 이승의 인
연도 무념의 마음 그릇만 존재하면 펄펄 끌어 넘치는 사랑이 될 수 있음을 알
아야 한다. 그 무념의 마음 그릇을 가꾸는 일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누렁이가
마음에 담아 두지 못하고 제 스스로 눕는 사이 풀잎은 그 자리가 또 다른 삶의
곳간이라는 것은 예견하였으리라
- 임영석 시인
출처: http://blog.naver.com/imim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