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3일 (세계일주여행
333~335일차 / 함피 4~6일차)
1월 1일이 밝았습니다. 이곳 함피의 집들은 새해 새벽에 모두 집
밖에 나와서 색분필 비슷한 가루 염료로 집 앞에 그림을 그립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식당이나 가게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집 앞에 각종 무늬와 글귀를
적어 놓아 새해를 축하하더군요.
1일부터 2일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조사에 조사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오늘(3일)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대형사고입니다. 오늘 아침에 비행기표를 두 개나 예약하고
결재까지 했습니다. 인도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사실 인도 여행이 좀 지루해지려고 할 때 쯤 인도를 떠나는 비행기편을 구하는 것이
의외로 쉽고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꼴까타에서 방콕이나 쿠알라 룸푸르까지는
100달러가 안되는 돈으로 편도 비행기표를 살 수 있습니다. 그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남인도 깨를라(Kerala)의 주도인 트리밴드럼(Trivandrum)이나 타밀나두(Tamil Nadu)의 주도인
티루치라팔리(Tiruchirappalli)로부터 동남아(주로 쿠알라룸푸르)로 빠져 나갈 수 있습니다.
트리밴드럼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가는 Air Asia라인은 최저 2,500루피(55$)까지 내려갑니다.
그래서 잠시 솔깃 했었는데 최근 스리랑카로 가는 비행기편을 알아보다가 제 신용카드가
계속 거부당하는 바람에 좀 열이 받았었고 그래서 이 항공사 저 항공사 사이트를 뒤지다가 그만 저가항공 사이트들을 한 이틀동안 훑고
다니게 됐습니다. 어제 오늘 대략 4시간 정도 인터넷으로 저가 항공사
사이트만 뒤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신년 3일 동안 나름 바빴습니다.
어디서 어떤 라인으로 이동하면 제일 쌀까 조사하고 여행
일정을 만들어보고…
예를 들어 동남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과 광범위한 노선을 가진 Air Asia의 경우는 가끔 ‘Economic Promotion’이
라는 가격으로 믿을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거리와 관계 없이 취항 도시간 가격이 다르고 같은
노선이라도 한 방향은 싼 반면 돌아오는 가격은 비싼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동 동선을 잘
고려해서 항공이동을 결정하면 아주 싸게 이곳 저곳을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결국 저는 인도 여행이 좀 지겨워 지기도 했고 여행에 좀 다양한 변화를 주고도 싶었고
계절적으로 네팔에 가을에 가도록 스케줄을 짜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도 들었고 방문할 도시가 거의 없는 첸나이에서 꼴까타 라인을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여행일정을 파격적으로 변동해 버리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스리랑카 여행을 고민하다 생긴 일이죠.
아래 지도를 참조해 보시고요…
오늘 예약한 Air Asia라인은 콜롬보에서
쿠알라룸푸르 라인과 싱가포르에서 쿠칭(Kuching)
라인입니다. 쿠칭은 좀 생소하실텐데 말레이시아가 본토와 보르네오섬의 사바주(sabah – 코타키나발
루로 유명함)와 사라왁주(Sarawak)로 이루어져 있는데
쿠칭은 사라왁주의 주도입니다.
첸나이에서 콜롬보까지 Airindia Express라는 인도국적의 저가항공으로 이동한 후 (대략 여행사 수수료까지 2,800루피 – 65$가량) 스리랑카를 대략 25일 정도 여행하고 3월 8일에 Air Asia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합니다. 각종 수수료와 세금을 다
합쳐 대략 96,000원 정도를 지불했으니 콜롬보에서 인도본토로 다시 나오는 비행기 가격과 비슷한
셈입니다. 쿠알라 룸푸르에서는 싱가포르까지 말레이시아 본토 서부해안을 따라 대충 여행한 후
싱가포르에서 쿠칭으로 3월 25일에 날아갑니다. 세금포함 4만원을 지불했습니다(Air Asia 프로모션
가격).
쿠칭부터는 보르네오섬의 말레이시아 영토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며 육로로 여행합니다. 물론 중간에 부르나이 왕국도 방문해야겠지요. 사바주의 주도인 코타키나발루까지 간
후 필리핀 마닐라 행 비행기를 탈 예정입니다. 오늘 확인한 가격으로는 Air Asia 프로모션 가격이 대략 27$, 세금을 포함해도 30달러 정도일 것입니다. 서울 부산 우등고속버스값입니다.
필리핀에서는 비자를 한번 연장 받고(21일 무비자 + 38일. 연장비용 대략 7~8만원) 두 달 꽉 채워서 한 바퀴 빙 돌고
다시 마닐라로 돌아올 것입니다. 마닐라에서 코타키나발루로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 값은 더 쌉니다. (22$)
그 후 육로로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보르네오 섬의 남부)주로 넘어갑니다. 인도네시아의 섬들을 여행할 때는
아마 페리를 타야겠지요. 아무튼 술라웨시를 제외한 칼리만탄, 발리, 롬복, 자바, 수마트라 섬을 두 달간 빡세게 여행하고 (관광비자로 최대 체류기간이 60일이라더군요) 다시 수마트라섬의 Medan이라는 도시에서 쿠알라
룸푸르로 20$짜리 비행기를 타고 돌아옵니다.(Air Asia)
쿠알라 룸푸르에서 인도비자를 신청한 후 말레이시아 본토 북부를 조금 구경하고 이번
짬뽕 일정 여행의 허브인 쿠알라룸푸르로 다시 돌아와서 드디어 다시 인도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꼴까타까지 Air Asia
프로모션 가격은 최저 70달러입니다. 아마 이때쯤이면 인도북부에서 네팔로 넘어가서 트래킹 하기 가장 좋은 9월달이 될 것입니다. 네팔과 인도에서 대략 4개월 정도를 보낸 후 2011년 1월에 방콕으로 넘어옵니다.
그 후 미얀마를 여행하고 태국 남부의 해변에서 조금 쉰 후 다시 쿠알라룸푸르까지
육로로 내려와서 인도네시아의 동부 끝부분에 위치한 술라웨시 섬에서도 제일 끝에 있는 다이빙으로 유명한 마나도(Manado)까지 50달러 정도에 연결되는 저가항공을
타고 날아갑니다. 미처 여행하지 못했던 인도네시아의 미여행지들을 한달간 여행한 후 파푸아 뉴기니를
거쳐 호주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뭔가 상당히 복잡한 듯 하지만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여행할 수도 있고
우기를 피해서 제철에 여행을 할 수 있는 루트를 완성한 것 같습니다. (호주에 겨울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 제일 문제입니다만…
1년도 더 후의 일이니 그건 그때 걱정…) 이렇게 완전 뜯어고친 새 여행루트를 작성하고 그 첫 단추로 처음 두 번 이동의 비행기표를 이미 구매했습니다. (물론 첸나이-콜롬보 라인은 아직 예매는 안했지만 표는 금방 구할 듯 합니다. 방갈로르에서 예매 예정) 사실 한 일주일 전부터 꾸준히 고민을 했는데 그냥 실행에 옮겨버리고 말았네요.
제 성격이 원래 정리정돈을 좋아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이런식으로
중구남방 이동하는 것은 딱 Kelly양 스타일인데 어찌하다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동에 돈은 조금 더 들겠지만 그만큼 다양성을 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괜찮습니다. 그리고 인도의 소똥과 사람들의 호객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좋고, 앞으로 2월 10일경까지 인도여행이 한달 남았다고
생각하니 그 또한 소중하게 느껴져서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마탕가 힐에 오릅니다. 함피에 온 지 6일 동안 총 4번을 올랐습니다. 이젠 거의 저녁 산책길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멀리 바위 언덕위의 작은
바위 위에 외롭게 서 있는 작은 정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돌산들 여기 저기에는 저렇게
크고 작은 유적들이 서 있습니다.
오랜만에 함피의 석양을 봅니다. 지난 3일간 날씨가 흐려서 해가 지고 뜨는 것이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물론 1월 1일의 일출도 보지 못했습니다. 바다 위로가 아니라
멀리 평원으로 지는 해도 또 색다르네요.
아마도 이 언덕에는 두어번 더 올라오지 싶습니다. 누군가는 ‘인도에서 지금껏 본 경치 중 여기가 최고다’라고 했던 마탕가 힐. 함피에 오신다면 꼭 와보셔야겠죠?
참, 잊을 뻔 했네요. 2일날 제 생일 축하해 준다고 초코케ㅤㅇㅣㅋ에 촛불 꽂아서 들고 와 준 순남이, 은혜, 가희(저와 같은 기차와 릭샤를 타고 함피로
같이 온 3명입니다) 모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