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서문)
본 컬럼은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지의 블로그 '반얀'(Banyan: 보리수) 코너가 2014년 1월 15일에 공개한 것이다. '반얀' 코너는 <이코노미스트>의 컬럼니스트들과 특파원들이 참여하여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문제들과 관해 심도 깊은 글을 발표하는 코너이다.
'T.J.'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컬럼니스트가 작성한 이 글은 이제까지 태국 정치에 관해 등장한 분석 글들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만일 이 글이 실명으로 발표됐다면, 그 저자가 상당한 신변의 위협을 느낄만큼 민감한 내용이다.
<이코노미스트> 및 그 산하의 싱크탱크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한국의 '크메르의 세계'(크세)와 더불어, 지난 2010년에 "태국의 내전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경고했던 기관이다. 그런만큼 이 매체에서 나오는 태국에 관한 정보들은 항시 우리의 주목을 끌게 만든다.
이 글의 내용은 태국의 가혹한 '왕실모독 처벌법'으로 인해 여태까지 심도 있게 다뤄질 수 없었던 부분을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태국 사회에 정통한 이들, 즉 태국인들 중 주요한 세력들 사이에서 이미 공유되고 있는 내용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만큼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글로 썼던 적은 없었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태국 정치의 심연에 놓여 있는 복잡한 층위들을 상당한 수준에서 감지하게 될 것이다. [크세] |
(보도) The Economist 2014-1-15 (번역) 크메르의 세계
[분석] 태국 정치위기 : 왕위 계승기에 나타난 극단적 분열
Thailand's political crisis : Like two coun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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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FP) 석양 무렵 대형 태국 국기를 들고 기념탑 위에 서 있는 태국의 극우 보수파 시위대. |
글: T.J.
태국에서 정부들은 각 지방들에서는 수립되어 있지만 수도(=방콕)에서는 해체되어 있다. 언제나 해체된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욱 손쉽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5주일 전, 방콕에서는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총리 정부에 반기를 든 대규모 시위대가 조기총선을 요구했다. 잉락 총리의 집권 '프어타이 당'(Pheu Thai Party)은 그녀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Thaksin Shinawatra) 전 총리가 창당했던 한 정당의 후신이다.
'프어타이 당' 정부는 조기총선에서 승리를 하려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보수 야당인 '민주당'(Democrat Party)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수텝 트억수반(Suthep Thaugsuban)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는 1월13일 다시금 가두시위에 나섰다([역주] '셧다운 방콕'[Shut Down Bangkok] 시위). 반정부 시위대는 이제 태국이 자국의 정부들을 선택해온 바로 그 절차, 즉 선거제도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잉락 총리가 실시를 선언한 조기총선 날짜는 아직도 2월2일(일)로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첫째로 선거관리위원회(EC)부터 그 날짜에 선거를 치르길 원치 않았다. 그리고 왕당파 야당인 '민주당'은 선거 자체를 보이콧했다. '민주당'이 선거를 거부한 것은 이번 선거가 불공정할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선거에서 패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반정부 시위 지도자 수텝은 선거를 치르는 대신 "착한 사람들"로 구성된 "국민위원회"가 18개월 동안 태국을 다스리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반정부 세력은 이 기간 동안 애매한 내용의 개혁안을 실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그 주요한 목표는 '친나왓' 가문 전체를 정부에서 축출한다는 것이다.
집권 '프어타이 당'이 이번 선거에서 발표한 전국구 공천 후보자 명단의 순번을 보면 1번에는 잉락 친나왓 총리, 2번에는 그녀의 형부인 솜차이 웡사왓(Somchai Wongsawat) 전 총리, 그리고 4번에는 잉락 총리의 4촌뻘인 수라퐁 또위짝차이꾼(Surapong Tovichakchaikul) 현 부총리 겸 외무부장관이 배치되어 있다([역주] 탁신 전 총리와 잉락 총리의 입장에서 보면, 수라퐁 장관은 작은 어머니의 친정 조카에 해당함). 반정부 시위대의 주장은 바로 이런 맥락을 가리킨다.
잉락 총리 정부는 실제로 총선 날짜의 연기 가능성을 제안한 바 있지만, 수텝이 반정부 시위를 중단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하지만 수텝은 정부와의 협상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이번주에는 자신이 지난 일년간 "탁신 정권"이라 불러온 세력에 대항해 싸우기에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수텝은 또한 잉락 총리가 "구금돼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수도 방콕의 주요 사거리 한복판에 설치된 무대에서 연사들이 행한 발언들은 더욱 저속한 것이었다. 심지어 한 대학의 교수라는 어떤 연사는 잉락 총리에 대한 성적인 공격을 촉구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전략은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수텝 전 부총리의 짜증부리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양측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수텝의 지지자들 입장에서 보면, 태국 북부지방 및 북동부지방의 농촌 유권자들로부터 득표를 하여 탄생할 또 하나의 새로운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반정부 시위대는 종종 북부 및 북동부의 농촌사람들을 "물소"라고 부를 정도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잉락 총리를 지지하는 이들은 보수정당인 '민주당'이 또 다시 선거도 안 치르고 여당이 되는 일을 용납하지 못한다. 반대세력은 '민주당'을 "바퀴벌레"라고 부를 정도이다.
잉락 총리는 폭력사태가 쿠테타를 초래할 가능성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압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가 친나왓 가문을 축출하겠다면서 질질 끌어온 자신들의 시위를 다시 한번 '셧다운 방콕'이란 기치를 내걸고 시작하기 하루 전날, 잉락 총리가 [선거기간 중 당연직으로 맡고 있는 과도총리직을] 거의 사임하려 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해당 기사들은 두바이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가 '스카이프'(Skype)를 통한 화상회의에서 잉락 총리가 사임 의사를 철회토록 만류했다고 전한다.
태국의 전통적인 기득권층 및 언젠가 그러한 계층에 편입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친나왓 가문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들은 친나왓 가문이 현재까지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고 공격한다. 하지만 친나왓 가문은 여전히 카드 패를 들고 있다.
하나의 도시를 마비시킨다는 측면에서 보면, 수많은 이들을 동원하는 데 방콕은 인상적일 정도로 꼭 들어맞는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최소로 잡아도 현재의 반정부 시위대보다는 많은 수의 친정부 지지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친정부 지지자들은 정부가 예정대로 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친정부 '레드셔츠'(UDD: 반독재 국가민주 연합전선) 운동의 지도자인 티다 타원셋(Tida Tawornseth) 여사는 자신이 레드셔츠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의 상징인 붉은 셔츠 착용을 삼가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녀의 목적은 폭력적인 갈등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레드셔츠 운동이 쿠테타에 저항할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아마도 선거를 연기하는 일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 경우 선거의 연기는 한 뭉치의 법률적 문제들을 제기하게 된다. 아마도 그 경우 가장 중요한 점은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이 과도총리를 임명할 권한을 갖는다는 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이야말로 잉락 총리 정부가 절대로 피하고자 하는 시나리오이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운동의 지지자들에게 있어서 군사 쿠테타 역시 용납 불가능한 일이다. 군부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 주둔군에 존재하는 "수박군인"(타한 땡모)도 문제이다. '수박군인'이란 "겉에는 푸른 군복이지만 마음만은 레드셔츠"란 의미에서 사용되는 은어이다. 이러한 분열 때문에 일부 보도기관들은 태국 내전의 가능성을 나지막하게 내비치곤 한다.
반정부 시위 지도자 수텝의 행보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푸미폰 국왕 뿐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 86세인 푸미폰 국왕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왕실 내에서의 역할 역시 그러한 상태이다.
국왕은 간혹 태국의 취약한 민주주의에 닻을 내려주는 역할을 제공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그 그림자에 견제와 균형의 적절한 시스템이 마련돼야만 한다는 희망들이 가열차게 출현했다. 보수 왕당파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태국의 기득권층은 레드셔츠 운동 지지자들을 탁신 전 총리의 선동에 놀아나는 더러운 모습의 폭도들 정도로 여긴다. 그러나 실제의 레드셔츠 운동은 깨어져버린 정치 시스템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기반을 지닌 응답이다.
수텝은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도 있고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는 파멸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가 [이번 정치위기에서] 승리하여 또 하나의 정부를 도입할 수 있다면, 그가 암살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리고 만일 그가 패한다면, 그에게는 반역죄가 적용되어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다.
'민주당'은 두드러진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의 '민주당'은 적법한 선거보다는 어떤 선택적 수단을 통해 자신들이 차기 정부를 구성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편승하고 있을 뿐이다.
가령, 현재의 집권 '프어타이 당' 소속 정치인 중 많은 수가 공직 임명 금지를 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가 부패방지 위원회'(NACC)는 308명의 국회의원 및 상원의원들에게 혐의를 적용했는데 그 대부분은 여당인 '프어타이 당' 소속 의원들이다.
NACC가 문제를 삼은 것은 상원 구성에 관한 헌법개정안 제출 때문으로서, 여당이 추진했던 헌법개정안은 현재 임명직과 선출직이 함께 존재하는 상원의원들을 전원 선출직으로만 구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태국 헌법재판소(CC)도 작년(2013) 11월의 판결을 통해 해당 헌법개정안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점에 관해 사법적 쿠테타라고 왈가왈부하는 수다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지금 현재 새로운 총선을 통해 폐회를 하거나 의석을 채우게 될 의회가 전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선거를 연기할 경우, '프어타이 당'은 새로운 후보자 명단을 통해 NACC로부터 나올 불리한 결과를 조정할 기회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차기 국왕의 왕위 승계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태국의 정치적 갈등은 고조됐다 완화됐다를 반복하긴 하겠지만, 결코 해결돼진 않을 것이다.
태국의 왕위 계승이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이뤄질 것이 불가피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군부 입장에서 볼 때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지만 쿠테타의 가능성도 전망해볼 수 있다. 군부가 2006년 9월 19일의 군사 쿠테타 때와 마찬가지로 쿠테타를 일으킨 후 임명직 정부를 뒤에서 떠받치는 일은 푸미폰 국왕이 생존해 있는 동안에만 그 안전을 담보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마하 와치라롱꼰(Maha Vajiralongkorn)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게 되면, 그가 쿠테타 기도자들을 축출한 후 자신의 측근 장성들을 대거 기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하거나 중요한 국가 기간시설들을 마비시키지 않는 한, 군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쿠테타는 레드셔츠 운동 지지자들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징병제 사병들 및 장교들도 레드셔츠 운동에 충성심을 갖고 있다.
아마도 군 장성들은 아이러니한 사태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만의 하나 수텝이 성공한다면, 그는 아마도 자신이 수호하고 싶다고 말해왔던 바로 그것, 즉 군주제의 약화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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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확보된 증거들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부분에서는 은유적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감각이 있는 분들은
저 정도 은유적 표현에서도 상당히 가공할만한 시나리오들을 추론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으론
이 정도 내용을 글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통틀어도 서너명도 안 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필자를 그냥 가명으로 실어버리는 <이코노미스트>의 저 자신감..
참 대단하네요..
"필자에 관해선 우리가 어느 정도는 담보한다"
뭐, 이런거죠..
한국 언론 중에 저 정도 배짱과 신용을 지닌 언론이 존재할까요??
심도있게 잘 읽었습니다 ~ 마지막에 오히려 군주제를 약화해야 한다고 하니 이 참 수텝 지도자에게도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수 없네요 ~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하네요
글 읽다가 쿵 와 닿군요 (대단한 필력입니다)
근데, 불현듯
뒤집어보면, 마지막 부분이..
어라.. 저게 맞는 말인가.. (그럴싸한데..?)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군부에 대한 부분만은
너무 많은 가능성 부분에 호소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군부는 레드보다는 엘로가 나은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어쨌든 엘로 지지부터 하고 볼일입니다
또한, 쿠테타를 일으킬 장성들과
왕세자의 장성은 분리될수 있는 세력일까요?
둘다 쿠테타를 일으키는 군부입니다
또, 글 전체 논조는 반정부 엘로셔츠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고
친정부 레드셔츠를 두둔하고 있습니다
저 마지막 부분을 읽은 태국 사람들..
특히 수텝과 군부 또 왕세자는 무슨 생각을 가질까요..?
무언가를 의도하고 던지는 글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래서 태국 수꼴 반정부 시위대가
"서방 언론은 탁신의 첩자들"이라 공격해대면서
자파 지지자들에게 세뇌를 시키고 있죠.
<이코노미스트> 지는 이 글이 발표되던 시점에 나온 종이판을
태국 내에 배포하는 일을 스스로 포기했었죠.
즉, 진실을 말하기 위해 한주일 동안 아예 태국 시장 자체를 포기해버린 겁니다.
이 글 역시 그 동안 축적된 토론이나 보도기사 등
인용할만한 증거가 없어서 결론 부분은 은유적인 채로만 남겨두고 있죠.
태국정국을 살필 때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둔다면
아마도 저 글이 가지는 의미를 더욱 깊게 느끼실 것입니다.
(1) 태국 사회는 이념이나 이해관계 면에서 서로 타협불가능한 2개의 집단으로 분열했다.
(2) 하지만 그 원인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려 할 때
옐로셔츠가 가진 "푸미폰 국왕 우상화 종교"의 광기 및 가혹한 "왕실모독 처벌법"(형법 제112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거의 없었고, 따라서 정보 자체가 별로 없다.
(3) 태국은 국왕과 왕실을 정점으로 하는 기득권 체제가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받으며 사회를 지탱했다.
하지만 탁신과 대중주의 세력의 등장으로 현재의 기득권 체제의 미래가 어둡다.
(4) 태국의 왕실은 보수파를 규합시켜주는 상징적 정점일 뿐만 아니라,
최대 재벌이자 최대 자산가로서, 그 자체로 경제적 이해관계의 주축이다.
(5) 따라서 차기 국왕이 누가 될 것이며, 그가 어떤 권력을 행사하며 어떤 성향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6) 그런데 이제 현재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내일 당장 서거할지도 모른다.
(7) 국왕 서거 시점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이
태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체제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8) 그러므로 보수 기득권층은 미래의 정권교체를 기다릴 수가 없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하루라도 빨리 정권을 잡고 있어야 한다.
(9) 국왕의 생물학적 수명이 거의 한계에 이르른 것으로 보이는 시기가 되고 보니,
원래는 그다지 중요한 권력이 아니었던 의회(국회 및 상원)가 엄청나게 중요한 기구임이 드러나고 있다.
즉, 왕위계승 절차에서 국회만이 기존의 절차를 개정할 권한이 있다는 점.
(기존의 절차대로면 왕세자가 자동으로 즉위함)
푸미폰 국왕이 거의 70년 가까이 재위를 하다보니
왕위계승에서 국회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아무도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음.
권력 소유라는 면에서 보면, 국회는 그냥 그저 그런 기관으로 분류되는 정도였음.
하지만 태국인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국왕의 승하 가능성이 닥치고 보니
국회 권력이 중요함이 부각됨
(10) 왕위계승에서 국회 권력이 필요한 이유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아닌, 다른 이를 국왕으로 만드려고 할 때만 필요한 것임.
(11) 다시 말해 태국 기득권층은 왕세자를 극도로 싫어함.
왕세자의 행실 탓에 구설수에 오르긴 하지만(이 폭로과정도 의문의 여지 있음),
더욱 중요한 점은 왕세자가 푸미폰 국왕만큼 유순하거나 자신들이 주무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큰 것임
(12) 푸미폰 국왕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서, 이제는 정말 언제 사망할지 알 수가 없음
(13) 보수 기득권파는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빨리 일단은 정권을 잡고 있어야 함.
그래서 반정부 시위 시작하고, 각종 사법적 공세
(14) 만의 하나 보수파 기득권 세력이 친-탁신 정권을 몰아내고 일시적으로 정권을 잡는다면,
이제 자신들의 뜻에 맞는 정치적 체제를 제도적으로 재구성해야 하고,
(15) 기득권층의 입맛에 맞는 왕족이 국왕이 되어야 하며,
(16) 국왕 교체 시기 역시, 자신들의 정치일정에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난점이 발생함.
(17) 하지만 태국의 정치일정은 푸미폰 국왕의 생물학적 수명에 달려있는 것임.
(18) 그렇다면, 기득권층이 정권을 잡았을 때,
푸미폰 국왕은 과연 얼마동안 생존해주어야 하는가???
(요 부분은 저도 증거가 없어서.. 그냥 이 질문으로 마무리 합니다 ^^ )
(19) 이상과 같은 이유로
태국의 보수파 기득권 세력은 결단코 지금 당장 정권을 인수받아야 함
(20) 하지만 탁신 세력 및 레드셔츠 운동 지지자들도 호구가 아니고,
오히려 보수 기득권 세력보다 훨씬 큰 세력임.
그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양보하거나 탈취당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라고 봄.
(21) 이도 저도 안 되면,
결국엔 남는 것은 내전이나 분단 밖에는 없음.
이런 점들을 고려하신 후에
위의 글을 다시 읽어보시면
그 의미를 좀 더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공부가 됩니다..
[보론]
빔빔 님께서 군부의 딜렘마 문제를 말씀해주셨는데요..
태국 군부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독립성을 지니고, 기득권도 있지만..
그것은 "군부"라는 집단 전체로 봐서 그런 것이지..
군인 개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가령 태국의 4성 장군 현역 지휘관이
태국 사회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까 생각해보면..
의외로 그다지 크다고 볼 수가 없죠
왜냐하면
태국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현역들이 아니라,
이미 20년~30년 전에 퇴역한 군부 출신의 왕실 측근인사들입니다.
아마 별의 수로 보자면
그런 이들이 6성장군이나 7성장군쯤의 역할들을 하기 때문에
현역 장성들도 그냥 장기판의 말인 셈이죠
아.. 그렇군요
퇴역 군부 출신의 왕실인사가 만사를 좌우하고 있다면
정작 일을 벌이는 군 입장에서는
앞으로 판세가 어쩔지 고민을 해야겠군요
궁금한 부분을 알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