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아 어딨니? -12월 18일 일요일 훈련 |
2005-12-18 13:13:22, 조회 : 250, 추천 : 3 |
영하 15도. 하으~ 참가한 사람 : 리승, 이승문, 석재, 광택, 현정, 현숙, 준모, 유감독(끝에 감독하러 눈만 보이는 모자 쓰고, 골덴 바지 입고 왔음) 정수장에 가면서 '오늘처럼 추운 날씨엔 아마 짐승들만 와 있을 것이다' 하면서 준모랑 이야기 했죠. 그럼 준모랑 나도 짐승? 헤헤헤.... 우린 짐승이 아니라 짐승들을 모는 순진한 양치기 목동.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짐승들이 아닌 인간부류들만 와 있었슴다. 리승, 리승문(여긴 짐승), 광택, 현정, 석재. 아무래도 리승이 인간에서 짐승으로 환골탈퇴하려나 봄다. 얼마나 추운지 허벅지와 뺨을 바늘로 콕콕 쑤셔대는 듯한 통증을 느꼈슴다. 출발은 짐승이 되기로 작정한 리승과 짐승인 이승문, 광택이, 그리고 왜 따라가는지 모르는 준모가 먼저 후다닥 뛰어갔슴다. 저와 석재, 현정은 그야말로 가벼운 산행 모드로 출발을 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조금 뛰어갔더니 준모가 앞에 보이더군요. 그리고 계속 뛰었슴다. 수암봉을 뛰다 보니 역시 수리산 임도와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경사가 급하고 길이 좁고, 눈이 얼어있어 도대체 뛸 수가 없었슴다. 파란 철탑 두 개를 지나 계속 뛰는데 어쩐지 길이 좁아지며 낯선 길이 나오는 검다. 그래도 '산이야 뭐 길 따라 가다 보면 정상 아냐' 하며 열심히 뛰어서 꼭대기에 올랐는데 길은 끊어지고 덩그렇게 산불방지 철탑만 높이 솟아있었슴다. '아~ 진리도 틀릴 때가 있구나' 하며 준모에게 전화를 했슴다. 그런데 이게 웬일임까? 내가 말을 하고 있는데 혀가 말을 듣지 않고 자꾸 꼬이는 검다. 내가 술 먹은 것도 아니고, 입 안에 있는 혀도 영하의 날씨에 얼었었나 봄다. 다시 철탑에서 내려와 수암봉 정상으로 뛰는데 헬기장 바로 직전에서 우리의 짐승들이 내려오고 있는 검다. 어찌나 좋던지 가던 발길을 돌려 하산을 시작했슴다. 가파른 경사도 짐승들한텐 문제가 안 되나 봄다. 무서워서 벌벌 떨며 내려가는 저를 보며 준모가 한 마디 함다. " 저렇게 내리막길을 뛰어가야 쫓아갈 수 있어" 저는 속으로 '니가 쫓아가라' 하고 여전히 벌벌 떨면서 뛰었슴다. 한참 뛰다 보니 석재가 "현숙아~"하며 뛰어오다 점프 한 후 슬라이딩을 멋지게 함다. 참내~ 내가 글케 좋은가... 조금 가다 보니 준모가 또 보이고 해서 셋이서 열심히 뛰었슴다. 골인을 얼마 두지 않고 뛰고 있는데 이승문 샘이 다시 산으로 올라오는 검다. '아니 두 바퀴?' 그런데 그게 아니었슴다. 현정이가 없다는 검다. 유감독이 감독 차 어슬렁 어슬렁(본인의 표현으론 우아하게) 올라오는데 사람들이 현정이 못 봤냐 물어보고, 유감독은 본 적 없다 하고. 그래서 내려가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해서 올라왔슴다. 그리고 온 산을 휘둘러 보며 "현정아"를 외쳤슴다. 그러다가 하산해서 그 때도 없으면 다시 산으로 오자고 하고 뛰어내려갔슴다. 아~ 짐승들이 앞서 뛰기 시작하는데 혹시 현정이가 조난당했을까봐 저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슴다. 전력질주! 아니, 다 와서 난데 없는 전력질주를 하다니 그래도 짐승들과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슴다. 한참 뛰는데 앞에서 '현정이 있어' 하는 검다. 그래도 같이 내려가지 않으면 저도 조난당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끝까지 짐승들과 함께 뛰었슴다. 내려왔더니 현정이 손 들고 무릎 꿇고 있더군요. 그래서 모두들 용서했슴다. 오늘 유 감독님은 선수들 감독 차 왔다가 선수 하나가 없어져서 그 허접한 복장으로 뛰어다녀야만 했담다. 그리고도 부족해서 현정이 핸폰 음성 메세지에 "현정아 내가 잘못했다. 그만 내려와라"하고 소리쳤다 함다. 그러게 평소에 잘 하시지. 저 일케 훈련하면 내년 노철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슴다.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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