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しぐれ猿も小簑をほしげ也
初しぐれ猿も小簑(みの)をほしげ也(なり)
첫 時雨 원숭이도 작은 도롱이 갖고 싶어 하겠지
時雨를 しぐれ라고 쓴 것은 한문에서 時雨가 가지고 있는 뜻이 ‘때를 맞추어서 오는 비’를 뜻하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어에서 時雨는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걸쳐 오는 한 차례 지나가는 비, 오다 말다 하는 비’를 뜻한다. 時雨를 때를 맞추어 오는 비로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로 初時雨가 아니라 初しぐれ라고 쓴 것.
첫 번째[初]는 새롭고 설레는 것. 첫 번째 しぐれ는 늦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비라서 새롭고 설레는 것이 아니라 차가움과 쓸쓸함을 가져온다. 비를 막아줄 작은 도롱이도 없이 서 있는 시인은 차가운 늦가을 비에 속수무책이다. 원숭이를 보니 시인과 다를 바 없이 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시인은 원숭이에 감정이입이 되어 있다. 사실 도롱이 따위는 필요없는 원숭이‘도’ 이 차가운 비에 자기를 가려줄 작은 도롱이를 갖고 싶어하는데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작은 도롱이’를 떠올리는 것은 시인의 소박한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차갑게 다가오는 현실에서 시인은 속수무책으로 차가운 비를 맞는 것처럼 그저 당하는 수밖에 없다. 원숭이가 작은 도롱이를 가질 수 없는 것처럼 시인도 작은 방편을 구할 수도 없다. 아마도 아무것도 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차가운 현실을 원숭이의 작은 도롱이를 언급하면서 해학으로 차가운 현실을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