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번개산행기
2006-06-08 10:51:27
1. 일시 : 2006. 6월 5일 - 6일
2. 참가 : 인섭, 광용, 문수, 경호, 상국 이상 5명
3. 코스 : 동피골 야영장-동대산-두로봉-두로령-상왕봉-비로봉-적멸보궁-상원사
*오대산 번개 산행기-1 (서상국)
6월 4일 일요일, 산에 간다고 배낭을 메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가 술에 절어 돌아온 시각이 밤 11시가 넘었으니 천둥번개 칠 만하다. 땀에 찌든 등산복을 벗어 놓으며 딸아이에게 세탁을 부탁했는데 이 녀석이 그만 깜빡했던 모양이다.
5일 아침. 오늘 산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벗어둔 저 옷 그대로는 안 될 거라. 빨래 할 시간은 지금뿐, 샤워하면서 급히 손으로 등산복을 빨아야했다. 전날 산에서 땀으로 옷을 흠뻑 적신 터라 땟물이 새까맣게 나온다. 한참을 헹궈야했다. 출근 시간은 바쁘지, 대충 손으로 물기를 짜고, 배낭과 등산화까지 챙겨 집을 나섰다. 옷걸이 두 개를 이용해 물이 뚝뚝 흐르는 바지와 윗도리를 차 손잡이에다 걸어놓고 출근길 운전을 했다.
점심시간, 옷이 말랐나싶어 차에 가 보았더니 뜨거운 열기에 옷은 대충 말라가는데 정작 걱정은 옷이 문제가 아니다. 어제 그렇게 늦게 들어와 놓고, 오늘 퇴근길에 바로 오대산으로 빠져버리면 후폭풍은 없을지 그게 아무래도 걱정이 좀 된다.
오전까지 오대산 출전 멤버가 확정되지 않아 휴대폰 문자통이 아주 바쁘더니 오후로 접어들면서 최종 멤버가 정해진 모양이다. 5명이서 한 차로 이동한단다. 약속시간도 30분 당겨지고, 바쁘다.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바로 보정역에 나갔다. 시간이 좀 이르다. 커피 한잔 빼어들고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역근처 가게에서 등산복을 싸게 팔기에 구경하다가, 산에서 늘 같은 옷만 입고 다니니 어느 산에 갔는지 구별이 안 된다는 말도 들은 터에, 100 싸이즈 여름 반팔 윗옷을 두 개 샀다.
경호가 왔는데 못 보던 배낭을 메고 있다. 새 배낭이라고 땅에 놓지도 않고 의자위에 올려놓았다. 언제 같이 동대문시장에 배낭 사러 가자는 말은 해놓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태풍을 맞고 기죽어 있는데 경호는 집에서 무슨 공을(?) 세웠는지, 마나님이 평생 쓸 거니까 아예 좋은 것으로 사라면서 멋진 배낭과 장갑, 양말까지 장만해주더란다.
만져보고 메어보고... 방수가 되는 얇은 천에, 가볍고, 몸에 착 달라붙는 게 돈값을 하나보다. 한번 만지는 데 1,000원씩 받는단다.
인섭이가 사온 캔-맥주를 하나씩 비우고 8시 좀 못 되어 오대산을 향해 출발했다. 문수의 랜드로바는 거침없이 달린다. 밤 10시 30분경 오대산 민박촌에 방을 구하고 마당에서 숯불에 돼지고기를 구웠다. 내일 아침 일찍 산에 올라야하기에 술을 많이 먹으면 곤란할 것이 뻔한데도, 공식적인 외박을 허락받고 나온 분위기에, 공기 좋지, 내일 오를 산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술이 자꾸 들어간다. 결국 고기를 더 사오고 소주도 한 병 더 가져왔다. 취하지 않았는데도 민박집 통유리 문이 너무 깨끗하게 닦여있어 그랬는지 광용이는 모자(?)가 벗겨질듯 머리를 크게 한 방 박고, 인섭이는 무르팍을 꿍! 하고 부딪힌다.
깨끗한 방에 이부자리도 깨끗하다. 누워서 이런저런 농담을 하다가, 밤 12시가 넘었다.
“이제부터 말하면 벌금 만원이다! 잠 쫌 자자!”
“어이, 말 안하고 웃는 거는 괜찮나? 말 하지마라 카니까 우서버서 미치겠네.”
“큭큭. 제발 쫌 웃기지 마라.”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4시 30분, 누구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분명 어제 잠들 때는 5시에 일어나자 해놓고, 어느 부지런한 놈(?)이 또 사람을 깨운 것이다. 모르는 척하고 이불을 둘러쓰고 누웠다. 문수랑 광용이가 범인으로, 둘이서 먼저 일어나 아침 준비를 다 해놓았다. 맨 늦게까지 이불 쓰고 뒹굴거리다가 아침상을 받았다. 햇반에 육개장. 맛있게 먹고, 씻고, 짐 챙겨 집을 나선다.
시간이 일러 그런지 아직 매표소 직원이 안 나왔나보다. 이럴 땐 왜 그리 기분이 좋은지, 빨리 통과하려고 문수는 부~앙! 하고 더욱 속력을 낸다.
동피골 야영장에 차를 두고 1Km정도 위로 걸어 올라가는 도중에 경호랑 인섭이가 물을 안 챙겨왔단다. 오대산 산행 도중엔 물 구할 곳이 없다기에 나는 물을 3.5L나 넣어왔는데, 이 친구들은 저 위 야영장 물을 뜨면 될 줄 알았다고 태평을 부린다. 글쎄? 위의 야영장에 가보더니 이크, 물이 안 나온단다. 하는 수없이 다시 동피골까지 내려가 물을 떠올 사이, 우리들은 들머리에서 사진을 찍고 기다린다.
먼저 올라야할 코스가 동대산, 1,400m급 봉우리. 오늘 산행중 동대산 오르는 코스가 제일 힘들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체력 안배를 잘 하자고 광용이가 주문한다.
정확하게 6시 30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조금씩 경사가 심해지더니 나중엔 거짓말 조금만 보태면 얼굴이 거의 땅에 닿을 것 같다. 핵핵거리며 걷다가 윗옷을 반팔로 바꿔 입었다. 좀 갑갑한 게 작은 느낌이 든다. ‘아, 젠장! 한 치수 큰 거로 살걸. 전에는 105로 사놓고 와 어제는 아무 생각없이 그랬을꼬? 술 탓인가?’ 그런 자책감에 힘이 더 든다.
맨 앞에 가다가 바로 뒤에서 무섭게 치고 오는 문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거는 뭐 발에다 탱크 엔진을 달았는지 마치 코뿔소가 달리듯 힘차게 치고 나간다. 안 비켜주면 문수 발길에 내 스틱이 툭툭 받히기도 한다. 자기는 내 뒤에 가도 괜찮다지만 나는 문수를 앞에 보내는 게 쫒기는 마음에서 벗어나기에 훨씬 마음이 편하다. 앞선 문수는 어느새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다.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수, 저 앞에 가삤제? 우리... 이제부터는 문수... 없는 셈 치자!”
동대산 정상까지 꼭 1시간 30분 걸렸다. 늦지 않고 예상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두로봉까지 7Km를 가야한다. 나는 벌써 물을 500ml 마셨는데 문수는 아직 물 한 모금도 안 마셨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오를 때 길가에 군데군데 취나물이 눈을 끌더니만, 천둥번개를 피할 요량에 나물 딸 생각이 난다. 동대산에서 두로봉 가는 길에 비닐봉지를 하나 꺼내 허리에 찼다. 취나물이 보일 때마다 하나, 둘 꺾어 담았더니 두로봉에 닿을 무렵 두 봉지 가득 채웠다. 더 담을 비닐도 없고, 또 나물 봉지가 허벅지를 툭툭 치는 게 영 거추장스러워 더 이상 나물 따는 것을 포기했다. 나물 봉투 하나는 새 배낭을 메고 온 경호에게 선물이라며 주었는데 잘 데쳐먹었는지 모르겠다. 친구들도 머리를 핑핑 돌려 말을 보탰다.
“지금 경호한테 나물 주노으몬 나중에 명란씨가 산에 김치 많이 보내줄끼구만.”
두로봉에서 40분동안 쉬면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인섭이는 잠이 부족하다고 30분만 자고 온단다. 무전기를 주고 출발, 두로령을 거쳐 상왕봉까지 오는 길에 만난 사람이라고는 스님 한 분, 그리고 또 나를 보고 후다닥 튀던 고라니 새끼 한 마리. 참 호젓한 산행인 셈이다.
상왕봉에 오니 사람이 제법 뵌다. 우리와 다른 코스, 상원사에서 비로봉을 거쳐 여기까지는 쉽게 오는 모양이다. 상왕봉에서 비로봉 가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고 주목 군락지도 있고 산보하듯 코스가 좋다. 아줌마들이 나물을 뜯고 있어 참나물 하나를 물어 배웠다. 작은 깻잎처럼 생긴 세 잎이 120도 간격으로 나란히 붙어있는데 자세히 보니 아주 흔하다. 그냥 된장에 찍어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실험삼아 몇 장 따서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어제는 새로 산 배낭을 신주단지처럼 모셔두던 경호가 이젠 자기 몸이 피곤하니까 배낭이고 뭐고 저리 팽겨쳐두고 자기 다리 주무르기에 정신이 없다.
인섭이가 오는 게 보인다. 30분 거리를 따라잡기가 장난이 아닐 텐데 산길 5Km를 한 번도 안 쉬고 열심히 쫒아왔단다. 참으로 지독한 친구다. 어찌나 빨리 달려 왔는지 비로봉에 닿아서는 까진 발뒤꿈치에 밴드를 붙인다고 바쁘다.
비로봉에서 우리가 지나온 상대산, 두로봉, 상왕봉이 어디쯤 있는지 두루 살피며 구경 좀 하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적멸보궁까지 내려오는 계단길이 참으로 성가시다. 적멸보궁에 들러 쉬면서 구경, 부처님께 절도 올리고, 다람쥐 재롱도 보다가 이제 마지막으로 상원사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상원사도 마당에 흙을 새로 까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저곳 돌면서 사진을 찍고 주차장에 내려오니 정확하게 오후 4시. 주차장에서 차를 내려 걷기 시작한지 꼭 9시간 45분 걸렸다. 밥 먹고 잠시잠시 쉰 휴식시간을 제외해도 8시간 넘게 걸었나보다. 다리에 묵직한 느낌이 온다.
산행도중 꺼두었던 휴대폰을 켠다. 어찌 알았는지 펭귄한테서 전화가 온다.
“야, 상국아! 오대산 좋더나? 뭐? 몇 시간? 캬캬. 힘들었겠네. 나는 오늘 관악산 육봉을 탔는데.... 죽을 고생을 했다. 니는 절대 육봉에 가지 마라! 어쩌고저쩌고.... ”
맛있는 곳을 잘 찾아다니는 문수 덕분에 인근에서 유명한 <유명식당>에 들러 수육에 메밀꽃 동종주, 메밀국수로 배를 채우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양지 톨게이트까지 대리운전 기사가 된 광용이가 이리저리 차선을 바꿔가며 랜드로바 성능 시험을 하며 잘 논다. 8시 반경, 그러니까 25시간만에 보정역에 돌아온 셈이다. 안 뜯은 옷 한 벌 바꾸려했으나 가게 문이 닫혔다. 생맥주 500cc 딱 한잔씩만 먹고 헤어져 집에 왔다.
아침에 몸무게를 재어보니, 어제 그렇게 땀을 많이 흘렸는데도 얼마나 잘 먹었는지 몸무게는 하나도 줄지 않고 조금 더 늘었다. 이거 참.
[번개] 오대산 - 동영상
앨범 2005~2020/앨범(2006)
2006-06-07 10:01:53
번개 오대산 - 동영상
2006. 6. 6. (화)
두로봉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나서,
도저히 안되겠다며 낮잠을 자야겠다던 2공대장 인섭!!
30분을 맛있게 자고나서 두로봉에서 이곳 비로봉 못미쳐서 헬기장 아래 쉼터까지
약 5Km를 단숨에 달려왔는데, 어디 거친 숨소리 하나 들을 수가 없다.
"와!!! 상왕봉부터 여기까지는 완전히 정원이네! 정원???"
이런 소릴 하는 인섭이는 잉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