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0차 북한산 정기산행기 - 산지기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3)
2013-11-25 15:43:59
제470차 북한산 정기산행기
1. 2113. 11. 23(토) 불광역 2번
2. 불광역 2번 – 구기터널 입구 – 비봉 – 사모바위 – 승가사 – 구기탐방센터 –마포 당구대회 응원
3. 참가 : 상국, 진운, 학희, 병욱(+ 뒷풀이 당구대회 15명 = 총 19명)
아침 일찍 포항에 결혼 하객으로 참석하는 아내와 경옥언니를 분당 주택전시관 앞에 대기하던 관광버스에 태워주고 돌아오는 길, 순대국밥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대충 짐을 꾸려 집을 나선 시각이 8시 45분. 차가 금방 온다. 미금역에서 M 버스로 종로 2가에 내려 종3에서 3호선을 탄다. 종로 3가역, 지하에 들어오면 늘 좀 헷갈린다.
불광역 도착 하니 10시 2분전. 진운이랑 같은 열차를 탔던 모양이다. 커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기다린다. ‘지각할 친구들이 아닌데?’ 하며 좀 의아해 할 무렵의 그 시각, 학희와 병욱이는 2번 출구 앞에서 한 발짝만 떼도 누가 잡아갈 것으로 여겼던지 그냥 그대로 망부석처럼 기다렸던 모양, 나이가 들면 어리석어지는지, 어려지는지, 내 탓, 네 탓 할 게 없다.
“광용이는 오나 안 오나, 물어봐라.”해서 전화하다가 발신음이 잘 안 들려 고개를 전방으로 돌리고 몇 마디 주고받으면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전진했는데, 전화를 끊고 보니 아무도 없다. ‘일마들이 나를 두고 먼저 갔나?’ 바삐 걸음을 옮기며 전방을 살폈으나 친구 같은 뒤통수는 안 보인다. 다시 거꾸로 내려가며 전화를 한다. 저기 아까 우리 넷이 만났던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전화한다던 상국이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나?’ 하면서 셋, 다, 붕~ 떠있었단다. 막걸리를 사라는 병욱이의 강요에 학희가 돈만 주고 막걸리는 두고 와서 다시 찾아오는 해프닝도 있었고, 술 마신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잠깐만 방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나이가 된 모양, 많이 웃었다. 이 상황은 나중에 다시 한 번 반복되었으니...
점심먹고, 자리 챙겨 일어섰는데 갑자기 학희가 보이지 않았다. ‘아까 소변 볼 자리 찾던 것 같더니 어디 깊숙이 숨었나?’ ‘오르막이 심해 고개 숙여 안보이나?’ 온갖 추측이 만발한다. 전화를 하니 저 한 참 위에서 부지런히 가고 있단다. 산에 같이 온 것인지, 혼자 온 것인지, 착각한 상태로 전화받고 둘러보니 그제서야 친구들은 안 보이고 제 혼자 땀을 흘리면서 본능적으로 산을 기어오르고 있던 학희와 또 그 친구들. 누가 누구를 탓하랴, 그 나물에 그 밥이고, 그놈에 그놈 친구인 것을.
하여간 12시부터 한시까지 넷이서 식사시간 꼬박 한 시간 채우며 느긋이 배부르게 먹고, 비봉 옆을 스쳐 사모바위 앞에서 인증사진. 1968년 1.21사태 때 공비들이 은거했던 바위 밑을 찾아가 공비들 총을 뺏어 사진 하나 찍고 내려온다.
오늘은 그래도 수확이 짭짤하다. 보라색 좀작살나무와 붉은색 팥배나무 열매를 확실히 배우고, ‘저게 무슨 열맨고?’하며 늘 궁금했고 물어봐도 아는 사람 하나 없어 참 답답했다는데, 알고나니 속이 시원하단다. 팥배나무, 열매는 팥처럼, 꽃은 배꽃처럼 생겨서 이름이 그렇고 작살나무보다 좀 작아서 좀작살이란 이름이 붙었다니, 그래도 등산 마칠 때까지 그 이름 까먹지 않은 것은 대단한 성과(?)다. 비록 병욱이가 맨 나중에 산을 다 내려올 즈음, ‘졸작살나무’라 해서 좀 웃었지만.
보라색 좀작살나무 열매나 붉은색 팥배나무 열매, 내 옆에 있던 학희는 “그게 그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리더라. 가만 보니 일마 이거, 검은색 썬글라스를 끼고 있다. 벗고 보고서야, “야, 완전 다르네?” 하며 감탄을 한다. 단풍이 말라비틀어진 것도 썬글라스를 끼고 보면 엄청 아름답게 보이더라고 지난 주 경주에 다녀온 아내에게 들은 말이 있어 바로 말해주고 학희한테 실험해 보니 정말이란다. 말라비틀어진 단풍이 억수로 아름답게 보인다네?
하여간 계획한 코스대로 승가사를 거쳐 구기탐방센터로 내려와 버스로 광화문 이동하는 중에, ‘아니.... 이게 뭐야?’ 8강전에서 18회 선배팀에게 패했다는 전갈이 온다. ‘세상에 이런 일이....’ 아까 대진표를 카톡으로 받고는 무난히 결승에 오르겠다고 안심했는데, 고수들의 승부세계, 그것도 단기전으로 끝나는 단판승부는 조그만 방심 하나, 순간적인 변수 하나가 생각지도 않았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응원하던 우리가 그런 마음인데, 3연속 우승을 꿈꿨던 선수들 마음은 오죽했으랴, 쫑 파티하고 친구들이 노래방 간 사이, 호프 한 잔, 정종 딱 한 잔만 하고 오늘 저녁에 딸아이가 집에 올지 몰라 일찍 자리를 떴다. 정자역에서 환승하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앗, 많이 보던 아줌씨 둘이? 그 참, 아침에 포항행 버스를 태워줬던 아내와 경옥언니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닌가? ‘허 참... 세상 좁네?’ 하면서 집에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