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은 편은 아니다. 자기계발이나 새로운 것에 대해 읽고 업데이트하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상상이나 지어낸 이야기를 읽는 것은 왠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작년에 태백산맥, 소년이 온다,불편한 편의점 등을 읽으면서 소설이 주는 생동감, 즐거움 또만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지아 작가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연령대와 출생지를 보았을때 또한 작가로서의 사명감등이 아버지의 해방일지나 빨치산의 딸등의 책을 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유추해 본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로 3일간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딸은 비로서 모르고 있던 아버지의 여러가지 면을 알게 되었다. 나의 친구 학수와의 관계, 담배친구와의 일화등..이런 따뜻한 면모를 알게 된 후 아리는 집안일, 가족은 팽개친 채 오지랖 넓게 남들부터 챙기는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우리 아빠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판검사가 인생 최고의 성공이라 여기며, 자신이 어려운 환경때문에 못한 공부를 자식들에게서 그 꿈을 실현해 보려고 했으나 끝내 실패한 아빠. 가끔 당신이 충분히 지원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아빠에게 작년에 지나가는 말로 나의 속마음을 얘기했다. "사실 어릴땐 몰랐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자식 세명 키우면서 등록금 한 번 안 밀린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제 알겠어. 바르게 잘 키워줘서 고마워." 그 때 아빠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난 모른척 했다.
어제 동생과 맥주 한 잔 하면서 어른들에 대해 얘기하다가 "언니, 많이 유해졌다." 라는 말을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이제는 그 분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2년전에 동생들 다 데리고 아빠 고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빠는 그 얘기를 틈만 나면 하신다. 올해 여름에도 동생들, 가족들 다 대동해서 예천에 가야겠다. 거 뭐 어려운 일이라고.
첫댓글 ㅎㅎㅎ 첫 단락부터 웃음이 났어요. 소설을 안 읽으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많은 경우 미선 샘처럼 생각하시는 거 같고요. 저만 해도 소설을 배제하지 않는데 우선순위에서 매번 밀리더라고요. 샘과 비슷한 이유로 저는 리얼리즘 소설만 좋아합니다.
소설을 읽는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일평생 살아도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면서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장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이 소설도 그러하고요.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후로 이렇게 웃기고 재밌는 소설 처음이에요.
미선 샘 아버지와의 일화만 가지고 쓰셨어도 충분히 좋은 글 한 편이 됐을 거 같아요. 거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도 읽어봐야겠어요 전라도 사투리가 너무 찰져서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
어떻게 써야하나 막막해서 들어와 봤더니! 담백한 미선 샘의 글이 뙇!!^^
맞아요. 나이 들면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죠. 고맙다고 표현하신 미선 샘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왜 아빠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모르는 척했을까요? 그 안을 타고 들어가면 나의 더 깊은 속내를 글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로 표현하기 부끄러워서 끊은 건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