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주윤발의 고향이라는 <라마섬>으로 가기 위해
침사추이 선착장에서 <스타페리>를 10분정도 타고는 홍콩섬으로 건너갑니다.
물론, 홍콩섬의 센트럴 선착장에서 다른 페리를 3,40분정도 또 타고 가야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홍콩에 갈 때마다 늘 타게 되는 이 짧은 10분 동안의 <승선>이
언제나 참 재미있네요... ㅎㅎ
구룡반도와 홍콩섬을 끊임없이 왕복하는 스타페리입니다.
관광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 페리에는 홍콩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답니다.
학생들도 보이고, 직장인들도 보이고, 유모차를 타고 있는 꼬마들도 보이고...
관광객들에겐 신기해 보일 따름이겠지만, 홍콩사람들에겐 그저 교통수단일 뿐이겠죠...
살짝 멀미가 나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라마섬에 잘 도착했습니다.
라마섬에서의 첫인상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가???
아무튼 푸른 체크무늬의 테이블보가 나그네의 발걸음도 경쾌하게 만드네요...
라마섬의 교통수단인가 봐요...
이곳에는 자동차가 없답니다. 자동차가 다닐만한 길도 없구요...
자동차가 없다니... 그것 참 괜찮으네요, 그쵸?
경운기(?)와 자전거만 있는 라마섬, 멋지네요...
열심히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해산물 음식점들을 지나면 요런 소박한 재래시장이 나와요...
지나가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네요...ㅎㅎ
혼잡한 재래시장에서 나그네들이 길을 잃을까봐
친절하게도 도로바닥에 이런 이정표도 있네요...
그럼 이제부터 저 화살표가 지시하는 방향인, 우리의 최종목적지 <소쿠완>까지
열심히 열심히 걸어가 보실까요...
붉은 꽃이 만발한 주택가도 씩씩하게 지나고...
옷도 팔고, 자전거도 팔고... 없는 것 빼고는 다 팔 것만 같은 요런 만물가게도 지나가구요...
동네가 소박해서 일까요... 이정표도 너무나 소박하니 예쁘네요...
소박한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니 비누방울 방울방울 날리우는 길을 꿈속처럼 걸어가기도 하구요...
꿈속처럼 비누방울 날리우던 길을 통과하니 이번에는 열대우림(?)같은 초록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네요...
아, 예뻐라, 초록빛이 참 예쁘다...
초록빛 향기를 마음껏 음미하며 지나는 길 속에
마치 숨박꼭질 하는 것처럼 곳곳에 예쁜 집들이 살짝살짝 숨어있네요...
음... 이곳이 조금 전에 보았던 소박한 이정표에 적혀있던 바로 그 Hung Shing Ye Beach 입구인가 봅니다.
꽃장식이 넘 예쁘다!!!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관강객들은 매일 이 예쁜 아치를 지나다니겠죠...
바다다~~!!! 하고 모래밭으로 달려가는 나를 남편은 어이없이 쳐다보기만 합니다.
하긴.. 나, 너무 바보같죠? 지금껏 배를 타고 이 섬에 왔는데, 거의 한 시간 동안
바다위에 있었는데... 그러게요, 나, 바보인거 인정... ㅎㅎ
근데 참 이상하죠?
모래밭에 무슨 나무들이 이리도 무성하죠?
원래 이 나무들은 모래에서만 이렇게 잘 자라는 것일까???
너무 신기해서 바다에 와서는 바다 사진은 안 찍고 나무만 가득 찍어다는... ㅎㅎ
조금 전에 보다 훨씬훨씬 X 100 소박한 이정표(?)네요... ㅎㅎ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이런 그릴도 설치되어 있네요...
탁자같이 생긴 곳에 정사각형으로 푹 파인 데가 보이죠?
그 안에 바베큐 그릴이 있어요...
음... 맛나겠다, 이곳에서 고기 구워 먹으면... ㅎ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트레킹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왼쪽으로는 이렇게 야트막하고 두리뭉실한 산들이 보이구요...
오른쪽으로는 아름다운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네요...
저 멀리 하얀 요트도 보이구요...
어느메까지가 하늘인지, 또 어느메까지가 바다인지...
가슴 속 깊이깊이 쌓여만 있던 그 무엇무엇인가들이 몽땅 사라져가는 이 개운한 느낌...
그 무엇무엇들이 사라지고 나니 머리도 안 아프고, 호흡하기도 한결 쉬워진 것 같은,
아, 다시 살아난 것 같은 이 명쾌한 기분... ㅎㅎ... 마냥 좋기만 하구요...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소쿠완>인가 봅니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오니 다시 띄엄띄엄 인가(人家)가 보이네요...
배추인가? 아무튼 우리나라의 시골 모습이랑 비슷하네요...
소쿠완으로 바로 가려다가 또 무슨무슨 해변이 있다고 해서 잠시 들렀다 가기로 했는데
꼬불꼬불한 샛길로 걷고, 걷고, 또 걸어나오니 요런 계단 아래에 바다가 숨어 있었네요...
또다시 바다다 하고 바보처럼 달려갑니다... ㅎㅎ
해변은 조그만했지만 해변을 마주 바라볼 수 있는 이 벤치는 꽤 멋져 보이네요...
캄캄한 밤에 고약한 모기떼에 공격당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이 벤치에 한번쯤은 앉아있어 보았으면 싶으네요...
좀 전의 그 무슨무슨 해변을 나와서 이번에는 곧장 소쿠완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아쉬움에, 우리의 짧은 산책길이 끝나간다는 아쉬움에
또다시 이곳저곳 내 카메라에 <추억>될 현장(?)들을 담아 봅니다.
우선 제일 먼저 내 레이다망에 딱 걸려든 이 조그만 텃밭...
방금 누군가가 물을 주고 갔나 봅니다. 밭이 아직 촉촉하니 젖어있네요...
그리고 두 번째 딱 걸려든, 빈티지한 느낌을 흠씬 풍기는 핑크빛 울타리를 가지고 있는 역시 빈티지한 돌담집...
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교...
school이라고만 적혀있어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학교 또한 주변 배경에 튀지 않는 소박한 느낌...
잠긴 교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살짝 엿보고 싶은 그러한 충동심이 마구마구 생겨났지만
홍콩섬으로 돌아갈 <페리>를 놓칠까 봐 조바심을 내는 남편을 위해 발길을 재촉합니다.
다 왔네요, 소쿠완까지...
아, 아쉽당... 다시 되돌아갈까나...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페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아직 페리가 도착하지 않았나 봅니다.
다행입니다. 나 때문에 페리를 놓쳤으면 남편이 얼마나 구박(?)을 했을까요... ㅎㅎ
*
우리처럼 느릿느릿 놀다 쉬다 사진 찍다.. 하면서 라마섬을 산책하면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구요,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면 시간이 훨씬 단축되겠죠...
빨리 걷든 느리게 걷든, 어쨌든 홍콩에 가실 일이 있으면
<라마섬>에 한 번쯤 가보면 참 좋을 것 같으네요.
늘,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유난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 있는데
이곳 라마섬에서도 발길을 돌리는데 아쉬움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더군요...
여행이라는 것이 그런가 봐요, 늘 아쉬움이 남는...
특히, 많이많이 좋았던 곳에서는 더더욱 그렇구요...
라마섬에서의 무공해의 이 느낌...
언제까지나 마음 속에 고이고이 간직하고픈 그러한 느낌이네요...
음, 다음 여행길을 기약하며 오늘은 여기에서 글을 마쳐야겠네요...
< 2012/06/13 라마섬에서의 초록빛 향기를 영원히 간직하기를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