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62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김경화 시인의 <풍류의 섬에는>과 김선미 시인의 <이중창> 두 편을 소개한다.
1.물 속 잠긴 세상을 확장된 창조적 상상력으로 풍류를 디자인하다.
풍류(風流,① elegance ② taste ③ refinement)는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을 뜻한다. 예술을 즐기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직결된다. 풍류는 낭만, 여운, 정경, 운치와 통한다. 무릇 선비나 시인들은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시적 대상으로 선유도를 떠올린다. 한국에는 선유도란 지명을 가진 섬이 두 곳 있다. 모두 한자로 '신선이 노니는 섬'이라는 뜻을 가진 '仙遊島'로 표기한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화대교 사이에 있는 섬으로 선유도 공원이 그곳이고,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옥도면에 있는 섬이 그곳이다. 보통 선유도라고 하면, 전자의 선유도 공원을 뜻한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빚어낸 김경화 시인의 작품, <풍류의 섬에는>을 통해 이를 감상할 수 있다.
#디카시
'물속에 잠긴 마음을 꺼내 / 한 잎 한 잎 시어로 띄어 놓았다 // 선유도에선 마음이 시를 짓네'의 시적 문장을 통해, 정갈하고 담백한 풍류의 단상을 그려내고 있다.
'물 속 잠긴 마음'을 '한 잎의 시어(詩語)'로 연결시키는 시적 발상이 참으로 신선하다. 아울러 '선유도에선 마음이 시를 짓네'의 진술은 멋스럽게 즐길 줄 아는 풍류객의 운치도 묻어난다.
인생은 짧다. 디카시는 이런 짧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신인류의 문화코드다. 디카시는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대표적인 디지털 문학 장르이기도 하다. 김경화 시인은 카타르시스를 동반한 감동의 디카시를 선유도의 신선이 되어 읊고 있다.
2. 일상 생활 속에 흡입된 반려견 가족의 공감대를 재생하다.
현대인에게 가장 큰 고민은 고독이다. 특히 독거 세대의 경우, 고독으로 인한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대가 70대 보다 작은 분포율을 보이고 있다. 혼자 생활하는 혼족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 와중에, 반려동물 시장은 호황을 누릴 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김선미 시인은 <이중창>을 통해 가족의 범주로 들어온 반려견을 새롭게 연출하고 있다.
#디카시
'도레미파 솔라시도 / 날 따라 해봐 봄아 // 도시라솔 파미레도 / 이렇게 하면 돼'의 진술 속에 시적 화자인 '나'와 반려견 '봄'과의 멋스러운 이중창의 앙상블이 살아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좋아하는 존재와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여기서 가장 좋아하는 존재가 바로 반려견 '봄'임을 엿볼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 참여하는 이중창 하모니가 선명하게 울려퍼진다. 잘 코디된 반려견과 나란히 앉아 노래하는 순간, 영상 기호와 문자 기호가 연동되어, '현대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반려견은 이미 가족의 범주에 들어와, 이미 동행과 동반자의 존재적 가치가 형성되어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 수가 약 600만 가구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전체 가구의 약 30%에 해당된다.
내 가장 가까운 곁에서 심장이 뛰는 존재의 범위에 점점 반려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반려견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따뜻한 사랑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의 동심과 반려견의 총기가 어우러지면서, 반려견 가족에게 봄을 선물하고 있다. (끝)
--------------------------------------------------------------------------------------
금주의 디카시에는 박순심 시인의 <중년>을 선정했다.
#금주의 디카시
갈대 밭 위를 지나가는 하늬바람과 함께 클로즈업 되는 노을의 영상을 놓치지 않고 순착 포착하고, 가을을 타고 있는 중년의 정서를 어필하고 하고 있다.
시적 문장인 '불그스레 화장을 해도'의 경우, 저물녘 노을의 이미지를 끌어들이는 시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스산한 가을을 맞고 있음도 상기시킨다. 동시에 '가만히 있어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으로 육화시키는 문학적 역량이 참으로 압권이다. 결국 박순심 시인은 '푸른 청춘만 흔들린 것은 아니다'라는 시적 언술로 마무리하면서, 사유와 성찰의 중년을 부각하고 있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디지털 별이다. 경계를 허무고 빠른 속도로 넘나드는 멀티 언어 예술이다. 국가와 성별, 나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디지털 보물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고동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자신의 심장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성자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