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눈이 없어요
꽝꽝 들이 받아요
규범에 대들고
사회에 대들어요
그러니
멀쩡한 것이 눈 멀었다하지요
사랑은 면역성이 없어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을
다시 믿어요
얼간이 팔푼이지요
사랑은 고통을 몰라요
사랑한다면
뭔들 못하겠어요
지옥의 고통 조차
사랑을 빛낼 꺼예요
참으로 무모한 일이예요
사랑은 상처예요
상처를 낸 사람만이
고칠 수 있어요
창으로 찌른 사람만이
그 창으로 낳게 해 줘요
그렇게 원시적인 치료는 처음 봤어요
사랑이 없으면 고통도 없어요
고통이 없다면 사랑도 아니예요
사랑의 고통은 삶의 고통이예요
그리하여 사랑이 없다면
삶도 없어요
참 이상한 등식이예요
(역시 캠벨을 활용한 등식)
* 선생님의 글과 단상 그리고 시는 묘한 매력을 준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위무해 주고, 편안하게 해 준다. 그러면서 분명한 통찰 하나를 깨치게 해 준다.
앞부분을 보면 사랑에 빠진 것처럼 얼빠진 일은 없는 듯하더니, 뒷부분에서의 내용은 ‘사랑이 없으면 삶도 없다.’는 식이다. 이처럼 선생님은 우리를 다른 위치로 격상시킨다.
난 아직 사랑에 눈이 먼 편이다. 이것이 꽤 오래 간다. 그러면 난 이런 사람인 것이다. 얼간이 팔푼이 짓을 오래하는 사람이 나인 것이다. 조이스의 말마따나 ‘오래 가는 실수, 영원한 실수라 하더라도.’
김신웅 행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