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하는 것들
사회 정서 학습의 많은 교육법은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주장한다. 한 초등학교 4학년용 자료에는
부모를 위한 이런 조언이 담겨 있다. “우정을 보는 당신의 관점에 대해 자녀와 대화를 나누세요.” 그리고 이런 조언도 있다.
“만일 자녀가 친구와 싸웠거나 친구가 싫어졌다고 말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화를 나눠보세요.” 이 자료를 만든 사람은
아이들이 바보인 줄 알고 부모들은 완전히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들 자료는 부모가 자녀에게 알려줄 내용까지 제시한다. 자녀에게 친구를 향해 이렇게 말하라고 알려주라는 것이다.
“미안해, 다시 나랑 친구가 되어줄래?”, “난 네가 정말 좋아. 그러니 다시 친구가 되고 싶어”, “네가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할게”.
여기서 문제는? 친구를 사귀는 것은 인간이 강의나 인쇄 자료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신경 과학자 Abigail Marsh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뇌에는 학습을 위한 두 종류의 시스템이 있습니다. 하나는 의미론적 학습(Semantic Learning)입니다. 예컨대 책에서 지식을
얻고 그 지식이 명시적 기억의 일부가 되는 거죠.” 미국 남북전쟁을 공부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전쟁에 대한 글을 읽어서 배우는 것이다.
명시적 학습(Explicit Learning)과 암묵적 학습(Implicit Learning)은 서로 다른 신경 프로세스를 사용한다. 명시적 또는 의미론적
학습은 이차방정식을 배울 때 이루어진다. 이것은 ‘의도적’ 이고 규칙을 기반으로 한 학습이며 배우는 데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일반적으로 이 학습으로 습득한 내용은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적극적 회상 및 반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잊힌다.
암묵적 학습은 이와 다른 신경 프로세스를 사용하며 원칙적으로 ‘행동’ 을 통해 이루어진다. 바지의 지퍼를 올리거나 단추를
잠그는 것, 날아오는 공을 배트로 맞히는 것, 이를 닦는 것 등이 이런 종류의 학습이다. 대부분 이것은 책으로 배우지 않으며,
그것을 하는 방법에 대한 기억은 적극적 회상 및 반복이 없어도 머릿속에 남는다. 우리는 이것을 수행할 때 방법이 적힌 지침을
찾아보지 않는다.
이차방정식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에는 친구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마도
그 과정에 부모가 약간의 길잡이 역할은 했을 것이며, 종종 도덕적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때 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교육자들이 아이로 하여금 친구를 사귀게 하려면 교실에서 사회 정서 학습 커리큘럼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기 한참 전에 말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명시적 교육 없이도 친구를 잘만 사귀었다. 왜 친구 사귀기에 갑자기 학교 상담 교사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게 되었을까? 본래 대인관계 기술은 현실 삶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획득하는 것이라고 케나이르는
강조했다. 정서 조절 능력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시험에서 나쁜 성적을 받고 짜증을 있는 대로 부리면서 운다고 치자.
반 친구들은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피할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다음 시험 때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하든지, 아니면 나쁜 성적을
받은 데 대한 실망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법을 익히면서 정서 조절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정서 조절 능력은 수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고 케나이르는 말했다. 야구팀에 들어가지 못한 좌절감을 극복하는 법은 교실에서
말로 하는 수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야구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험을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다.
사회 정서 학습 활동은 종종 이런 가정하에 이뤄진다.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때 느낄 좌절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가 힘든 일을 겪는 것을 생략한 채 곧장 성숙과 사회적 능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정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친구를 사귀려
시도하지 않고서 친구 사귀는 기술을 익힐 방법은 세상에 없다. 실제로 실패를 경험해보고 결국 이겨내는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는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은 절대 배울 수 없다.
<번역 제목: 《부서지는 아이들》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