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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기부금은 어디로 갔을까?
- 한국의 기부문화 현황과 문제점-
2010년 1월 13일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그러자 각종 언론들은 일제히 ‘거리마다 시신, 비명 공포에 질린 아이티’, ‘아이티의 끝없는 눈물’, ‘아이티 7.0강진 아비규환’, ‘진흙쿠키 먹는 빈국 아이티, 지진 발생으로 참혹’ 이라는 제목으로 뉴스를 쏟아냈고 아이티의 참혹함과 고통을 보여주며 도움의 손길을 부탁했다. 방송과 언론을 통해 모금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고 지진 발생 후 3개월 동안 약 400억에 달하는 돈이 모였다. 이는 대한적십자사와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에 속한 큰 NGO들이 모은 돈으로, 다른 소규모 단체들이 모은 돈까지 합친다면 더 많이 모였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머나먼 카리브 해에 위치한 작은 섬 아이티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일까? 그
렇게 모은 돈을 단체들은 어떻게 운용 했을까? 내가 낸 돈이 아이티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쓰여진 걸까? 지진 발생 후 2년이 지난 지금 아이티의 재건은 이루어졌을까?
기부+알파 운동을 하고 있는 ODA Watch의 NA팀은 아이티 지진이라는 사례를 통해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이루어지는 긴급구호 모금에 대하여 알아 본다. 특히 단체들이 모금된 돈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떻게 결과보고를 했는지 그리고 기부금품에 대한 법적인 제도는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 알아보겠다.
대한적십자사 아이티 성금 논란, 기부자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201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대한적십자사가 아이티 구호성금 97억 원 중 66억 원을 정기예금에 묻어두고 지금까지 구호에 쓴 돈은 12억 원에 불과하다며 현지 파견 구호팀이 고급 호텔에 묵고 한국 식당에서 1만원짜리 소주를 마시는 등 성금 사용에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아이티 정부의 구호 역량이 부재하고 재난 현황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90억 원이 넘는 성금을 일시에 송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지진 이후 8개월이 지난 뒤 예산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답변했다. 그리고 구호팀이 고급 호텔에 묵은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일부 의료진들이 주류를 섭취하고 국민들의 성금으로 지출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며, 이 후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환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적십자사는 66억 원의 돈이 정기예금으로 보관된 것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은행통장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명 글
(http://www.redcross.or.kr/notice/R130101L.j)
아이티 재난 당시 대한적십자사는 가장 많은 돈을 모았다. 이는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하는 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오랫동안 활동해온 인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로 보인다. 이런 이점을 가진 대한적십자가 국정감사를 통해서 지적 받은 것은, 모금을 통해 모은 많은 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이유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예산 집행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와 아이티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점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티 지진에 대한 상황 보고를 해왔다고 했지만, 홈페이지에는 2010년 2월 이후부터 9월 9일까지 아이티에 대한 어떠한 보고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또한 6개월 만에 올라온 보고 내용(공지사항 1375, 1376번 글)은 대한적십자사의 활동내용이 아니라 단순히 국제적십자사의 활동을 번역하고 영문홈페이지를 연결시켜주는 것에 불과했다.
또한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아이티 지진이 해외재난 시 직접 개입한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직접 모금을 해서 현지에 직원까지 보내 사업을 실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의 사업보다 더 자세하게 현지의 사정을 파악하여 적십자사의 활동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활동 보고와 현지 상황을 기부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해 대한적십자사의 아이티 담당자는 “받은 돈을 가지고 제대로 사업을 하고 아이티 재건을 위해서 힘쓰면 국민들이 이해해주고 알아 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기부자들과 소통하고 계속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부분에 대한 해명과 사과문을 올렸고, 지적 받은 문제에 대해 시정했으며 아이티 현지 상황과 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는 오랜 역사와 신뢰를 받아온 기관으로서 다른 단체보다 더 큰 책임을 보여야 함에도 정보 공개와 보고에 대해 소극적이었으며 미흡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자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책임 있는 기관이 될 것을 기대한다.
기부자, 수혜자가 없는 ‘그들만의 리그’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이하 해원협)는 1999년 설립되어 해외원조사업이 효과적으로 수행되도록 회원단체 간의 정보공유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세워진 협의회이다. 아이티 지진 당시 해원협은 아이티에 직접 직원을 파견해 재난복구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NGO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지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였다. 지난 2010년 12월 13일에는 ‘아이티 긴급구호 및 재건복구 포럼’을 열어 한국의 긴급구호 실태를 살펴보고 단체들의 책무성 증진을 위한 방안을 찾고자 하였다. 이 포럼에서 해원협은 “우리 민간단체들은 외부와 소통하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고 있으며, 우리가 당면한 상황을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스스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한 “후원자, 수혜자, 동료기관, 대중매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단체들의 활동과 사업, 재정에 대한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기부자들이 올바르게 상황을 인식하고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해원협은 현재 86개의 회원단체를 조정하는 협의회로써 단체들의 책무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해원협의 구체적인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사무국의 이경신 팀장과 인터뷰를 했다.
Q. 아이티 지진 당시 해원협은 서울시에 모금 등록을 하고 3천3백만 원을 모금하였는데 어떻게 모았고, 어떻게 집행하였나?
A. 모금은 중앙일보를 통해 이루어졌고, 모금한 돈은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사업을 위해 전달하였다. 하지만 돈을 전달하기만 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이 어떤 식으로 돈을 집행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세이브더칠드런에 연락해서 어떤 식으로 돈을 집행했는지 알아보겠다.
Q. 모금을 하기 위해서 서울시에 등록을 한 걸 보면 기부금품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단체들이 기부금품법에 의해 모금 단체 등록을 하고 모금을 해야 하는 걸 알지 못하는 것 같은데 해원협은 이러한 제도적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협의회는 단체들을 통제하는 기구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해원협에서는 아이티 지진 당시 모금과 함께 단체 등록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보통 단체 등록을 하면 5주 정도 걸리는데, 아이티 지진의 경우 많은 단체들이 단체 등록을 하지 않고 모금을 진행한 것 같다. 앞으로 해원협에 새로 가입하는 단체들에게는 기부금품법에 대해서 교육을 하고, 단체들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내년에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기부금품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민간단체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신고제나 완전 자율제로 나아가야 된다고 본다. 단체들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강조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들이 단체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투명성과 책무성을 측정하는 정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된다.
Q. 아이티 지진 이라는 사례를 통해 봤을 때, 단체들의 투명성과 신뢰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지?
A. 과거보다는 단체들이 기부자들과 소통을 해야 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같다. 특히 큰 NGO의 경우 지속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단체의 책무성이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단체들은 모금을 할 때 쓴 에너지만큼 기부자들과 소통하고 보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온라인 기부, 기부의 편리성만 있고 단체들의 투명성은 글쎄…
▲ 네이버 해피빈 아이티 이슈모금, 총 5억2천8십만원 모금.(2011년 12월 21일 기준)
<출처 : http://happybean.naver.com/donation/IssueRdonaList.nhn?thmIsuNo=135>
해피빈 재단은 사회공익사업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연계하여 해피빈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기부를 하고 자원봉사를 신청 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기부 시스템이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인터넷의 활성화로 온라인을 통한 기부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해피빈은 2005년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약 284억(2011년 12월 17일 기준)에 달하는 돈과 물품을 모았다. 아이티 지진 당시에도 이슈 모금이 개설되어 총 34개의 단체가 참여하여 36개의 모금함이 개설되었다. 36개의 모금함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총 520,838,600원으로 5억이 넘었다.
2011년 11월 현재, 34개 단체들 중 모금된 돈에 대한 결과를 보고 한 곳은 27곳이고 6곳은 아무런 보고가 올라와 있지 않았다. 결과 보고를 한 단체들 중에는 단순히 ‘기부를 해줘서 감사하다, 잘 쓰겠다, 어떻게 쓰겠다’ 정도만으로 언급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돈을 썼는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곳이 있었고, 한 단체(아름다운가게)는 사용 결과를 사이트 링크를 통해 공개했는데, 연결 해놓은 링크가 열리지 않아 결과를 볼 수 없었다.
아이티 지진으로 모금을 해놓고도 사용 내역을 공개 하지 않는 단체 6곳은 ‘나눔과 기쁨(해피빈 5,883,700원)’, ‘월드투게더(1,285,800원)’, ‘코피온(2,555,600원)’, ‘평화의 친구들(1,479,000원)’, ‘한중앙아시아교류진흥회(5,222,000원), ‘한국컴패션(41,532,300원) 이다. (2011년 11월 22일 기준, 가나다 순)모금이 이루어지고 거의 1년 반이 넘은 상황인데도 보고를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해 해당 단체들과의 인터뷰와 전화를 통해 답변을 들었다.
한국컴패션은 4천만 원이 넘는 많은 돈을 모았다. 한국컴패션은 모금 이후 결과 보고를 올리지 못한 것은 “아이티 지진 이후 해피빈을 통한 모금을 잘 이용하지 않다 보니 소홀했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모금 된 약 4천만 원의 사용에 대한 결과 보고를 올렸다. 하지만 해피로그를 통해 올라온 보고를 살펴보니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었고 구체적인 집행내역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평화의 친구들의 경우 모금액이 약 1백5십만 원 정도이다. 평화의 친구들은 이번 아이티 지진 때 해피빈을 통해 모은 돈을 보고하지 못한 이유를 “당시 업무가 바삐 진행되었고, 반드시 보고하도록 정해져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모금액에 대한 사용내역을 해피빈에 공개하였다.
. 한중앙아시아교류진흥회(프렌즈 아시아)는 이번 모금에서 약 5백2십만 원을 모았는데 중앙아시아 지역과 교류를 하는 단체가 왜 아이티를 도왔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 관계자는 “비록 우리 단체가 중앙아시아교류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대규모 재난이 일어난 아이티를 위해 무언가 도움을 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해피빈을 통해 모금을 했고, 그 돈을 다른 단체에 전달하려고 했다.”라고 답변했다. 모금 된 돈에 대한 결과보고가 올라와 있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금이 끝난 후에 보니 생각보다 많은 돈이 모였고, 이 돈을 단순히 다른 단체에게 전달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기부자들이 기부한 마음을 고려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돈을 쓸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결국 아직까지 해피빈을 통해서 모은 5백2십만 원을 쓰지 않고 통장에 보관하고 있고, 내년 초에 열리는 이사회 회의를 거쳐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코피온은 해피빈을 통해 2백5십만 원 정도를 모금하였다. 모금 된 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질문을 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해피빈에 결과가 보고되지 않았다.
나눔과 기쁨은 아이티 지진 당시 Mercy Corps(머시코)라는 NGO와 협력하여 ‘물 여과장치 공급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해피빈에서 2차례의 모금을 진행하였고 1차 모금에서 약 5백8십만 원, 2차에서 1백3십만 원이 모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2차례를 통해 모금 된 약 7백10만 원의 사용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월드투게더는 약 1백2십만 원을 모았다. 모금의 사용 내역은 12월 2일 모금 후기가 너무 늦었다는 사과와 함께 사용 내역을 올렸다.
그림. 온라인 기부 활성화를 위한 신뢰구축 방안
<출처: 박혜림, 『온라인 기부의 사용자 참여 활성화를 위한 시각화 방안 연구』, 2010, p.3>
온라인 기부의 장점은 소액기부가 가능하고, 장소나 시간에 상관 없이 언제든지 가능하며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기부자들은 클릭 몇 번으로 편리하게 기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기부자들의 동기와 편리성만을 가지고 이루어 지는 기부는 불안정적이며 지속적인 기부로 이어지기 힘들다. 기부자들이 낸 돈을 어떻게 썼는지 단체들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부자와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만 신뢰가 생겨 기부가 지속되고 활성화된다.
아이티 지진이라는 한 이슈모금을 통해서 살펴본 결과 단체들이 손쉽게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온라인 기부를 활용하고 있었다. 네이버 해피빈에서 개설한 이슈모금에 단체 등록만 하면 기부자들이 알아서 돈을 넣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로 아이티까지 가서 긴급구호를 할 단체뿐만 아니라 일단은 돈을 모으고 보자는 식의 단체들까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돈을 일부 단체에서는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고도 하지 않았다. 온라인을 활용한 기부의 힘은 단순히 모금을 하는 하나의 방법을 넘어 미래의 후원자 그리고 현재의 기부자들에게 지속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새로운 관계형성을 할 수 있다는 데 그 힘이 있다. 온라인 기부를 단순히 도구로만 보지 말고 기부자들과 의사소통하고 관리하는 목적으로 사용해야 된다. 모금을 하는 단체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하고, 해피빈 역시 단체들의 교육과 제도적 보안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기부금품 모집 규제완화, 그러나 기부 투명성은 악화
기부금품법은 2006년 전면 개정을 통해 규제 위주의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개정이 되었다.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998년 헌법재판소가 행정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도록 제한 해놓은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에 위반된다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일천만 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단체는 모집목적, 모집금품의 종류와 모집목표액, 모집지역, 모집방법, 모집기간, 모집금품의 보관방법 등 모집계획을 작성해 해당 정부기관에 제출해야 된다는 것을 규정(제4조)하고 있다. 그리고 모집자나 모집종사자는 기부금품의 접수사실을 장부에 적고, 기부자에게 영수증을 내주어야 하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결과가 공개되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규정(제7조)을 두고 있다.
기부금품법은 그 동안 규제위주의 법률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등록제로 개편되었지만, 모집단체들은 사용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공개하더라도 기부자가 사용내역을 찾아보기 어렵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되었다. 이에 기부금품법의 시행하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2011년 7월 27일 국회에 새로운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모집단체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며, 기부자들이 모집단체들의 사용내역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통합홈페이지를 개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새로운 개정안을 제출한 행정안전부의 기부제도 담당 공무원과의 인터뷰이다
Q. 개정안에 따르면 기부금품 모집단체는 기부금품 모집이 끝난 뒤 2년 이내에 목적대로 기부금품을 사용해야 하고 기한 연장 승인을 받지 못하면 등록청에서 반환 명령을 내린다고 되어 있다. 이렇게 개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과거에 모집단체들이 돈을 쓰지 않고 자신들의 기본재산으로 편입하려는 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기부금의 사용기간을 명시적으로 정해 놓지만, 계속해서 사용기간을 연장해서 이자수입으로 사업을 하는 사례도 적발이 되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에 2년 이내에 기부금품을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반환 명령을 내리겠다는 조항이 들어가게 되었다.
Q. 개정안에 따르면 기부금품에 대해 등록청의 검사권을 신설하여 기부자의 의사에 반한 부당한 기부금품의 사용행위가 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 한다고 되어 있다. 어떤 식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것인가?
A. 현행법은 사용이 완료되면 그에 따른 결과보고서를 보고 그 모금의 사용에 대해 모니터링 하는 사후규제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부금품 집행 기간 중에도 감시를 해서 장부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영수증을 제대로 발급하는지 등을 사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Q. 개정안에 따르면 모금단체의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모금단체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한 홈페이지에 기부금품 사용내역을 상시 공개하겠다고 되어 있다. 통합 홈페이지 공개란 무엇인가?
A. 현행법은 기부금품 집행이 끝나고 난 뒤, 단체들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14일 동안 의무적으로 결과보고를 해야 된다. 근데 단체마다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힘들고,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찾기도 힘들다는 기부자의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행정안전부가 기부금품 사용 결과 보고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고 2011년 12월 중에 공개될 것이다.
Q. 기부금품 모집 계획서를 작성할 때, 목표액에 대한 제한은 없는 건가?
A. 보통 단체들이 신청 목표액을 크게 잡아서 신청한다. 그럴 경우 공무원과의 상담과정에서 목표액을 줄이라고 권고한다. 법적으로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충당비가 법으로 15%이내 인데, 어떤 단체가 1억을 모집할 것이다 라고 해서 1천5백만 원을 충당비로 먼저 받아썼는데 실제로 모금을 해보니깐 1천5백만 원 조차도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처음 계획서를 가져올 때 30~40억을 써서 들고 온다. 그러면 공무원이 과거 모집 실적이 없으면, 절대로 그만큼 모이지 않는다고 설득을 한다. 결국 당초의 모집 목표액에서 많이 줄게 되고, 대부분 10억 미만으로 조정이 된다.
Q. 해피빈과 같은 인터넷을 통한 모금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티 지진 당시 34개의 단체가 해피빈을 통해서 모금을 진행했다. 이러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모금에 대해서 기부금품법이 어떻게 적용이 되는가?
A. 우선 기부금품법 상, 단체 등록의무를 모금 목표액 일천만 원 이상으로 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해피빈에 올라와 있는 단체 중에 모금 목표액이 일천만 원 이상 되는 단체들에 대해서 규제를 할 수 있다. 만약 해피빈에 올라와 있는 단체가 단체등록을 하지 않고 일천만 원 이상 모금을 하고 있으면 해당 단체를 제외하라고 요청한다. 네이버 같은 경우는 단체들의 모금을 도와주는 것이므로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기부라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다. 영미권국가들의 경우에는 기부에 대해서 전혀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기부에 대해서 규제를 하는 이유는 기부활성화가 되지 않았고, 기부투명성에 대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관여를 하고 있다. 몇몇 모금단체들은 등록제도 과하다며 신고제나 완전자율화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기부금 반환, 이는 정직성과 양심의 문제이다
지난 2004년 12월 남아시아 쓰나미 재난 당시 국경없는의사회가 더 이상 기부금을 받지 않고 기부금을 반환하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2004년 12월 26일 발생한 쓰나미 희생자가 15만 명에 이르는 가운데 접수된 구호성금이 5천3백만 달러이고 이는 피해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는데 충분한 액수”라며 “실제로 구호활동 기금은 내전으로 고통 받는 수단의 다르푸르 등 다른 지역에 쓰여져야 하지만 접수된 성금은 다른 지역으로 전용되지 못하므로 구호가 필요한 다른 지역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성금접수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사무총장인 피에르 샐리뇽은 “이런 결정을 내리기는 사상 처음”이라며 “이는 전 세계적인 모금운동에 정면으로 배치될지 모르지만 정직성과 양심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독일 구호전문가 한스 요아킴 프로이스는 “다르푸르, 몽골, 아이티, 콩고에서는 지금도 매일 수만 명씩 죽고 병들어 가고 있다”면서 “미디어가 별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 지역들은 구호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고 비판했다. 뉴욕 헤럴드 트리뷴은 인도적 구호활동조차 ‘인기’와 ‘홍보’에 좌우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국경없는의사회의 기부금 사절과 반환문제는 미디어와 특정 이해관계로 인해서 관심이 집중되는 곳에는 과도한 기부가 이루어지고, 그렇지 못한 곳은 소외되는 현상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돈 이상을 받지 않겠다는 정직성과 양심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 현재 아이티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아이티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티의 재건은 이루어졌을까? 사람들은 다시 희망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걸까? 지진 당시에는 전 세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무너져버린 아이티의 모습을 보고 엄청난 지원과 응원이 쇄도 했는데, 약 2년이 지난 아이티는 우리의 관심에서 잊혀버린 것 같다. 현재는 단지 한때 동정의 대상이었던 나라로 기억되고 있고, 우리가 냈던 기부금들이 그들에게 정말로 희망이 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가고 있다. 현재 아이티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활동가의 소식을 통해서 지금 아이티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아이티 현지에서 보내온 소식>
지난 9월부터 치안이 급격이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Red Zone이라고 불리는 시티솔레 지역을 중심으로 권총강도, 살인과 같은 심각한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 살인 사건들도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이런 범죄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유엔 평화유지군과 거래를 하는 사업가들이 계속해서 유엔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재계약 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티 지진 당시 교도소가 무너지면서 많은 죄수들이 탈옥했고 이들이 갱단에 들어가면서 살인과 폭력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지진 이후 아직도 약 40만 명 정도 되는 난민들이 도시 곳곳에서 난민촌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고 많은 NGO들이 위생/환경이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수도 포트프랭스을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되어 있어 도시화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티 정부에서는 20%의 땅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확인한 상태라 나머지 80%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다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지진 이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에 23%에 불과하며 NGO들이 제공하는 하는 단기 일자리가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이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일자리의 제공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지진 이후 무너져 내린 건물잔해를 정리하는 복구작업은 아직도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 및 민간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를 치우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다 치우지 못한 상황이며 잔해를 치우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곳 정부 건축 담당 부서에서는 건물의 안전 등급에 따라 다른 색깔의 도장을 건물에 찍는데, 빨간 도장(붕괴위험 건물)을 받은 공립학교가 작은 지진이 일어난다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이티 정부는 올해 선거를 통해 콩파(아이티 음악) 가수 출신의 마텔리가 당선이 되었고, 서서히 내각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총리 등 주요 보직이 늦게 선임되어 큰 문제가 있었으나 다행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일부 서구 언론에서는 당선 된 마텔리를 흔들기 위하여 신문과 같은 언론을 통해 아이티 주민들이 마텔리가 구성한 정부에 큰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그렇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마텔리 정부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분명 지진이 일어났던 작년 보다는 아이티 국민들의 삶이 올해 들어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건물의 잔해도 계속해서 치워지고 있고 새로운 건물들도 들어서고 있으며 아이티 정부가 구성되어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NGO들도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고, 아이티 유엔 대사로 있는 빌 클린턴도 본인의 재단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와 위기는 남아있습니다. 지진 후 고아가 된 아이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으며 여성들은 성매매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콜레라까지 발생해 약 40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이티는 차츰차츰 재건되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티의 가장 큰 위기는 사람들 마음에서 서서히 잊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용두사미(龍頭蛇尾), 모금은 열심히 그러나, 보고는...
지진으로 무너져 버린 아이티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단체들에게는 마치 명절의 대목을 맞은 것처럼 기부가 끊임없이 들어왔고 생각지도 않은 많은 돈을 모금하였다. 그렇게 모은 돈을 가지고 직접 사업을 하기도 했고 다른 곳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의 아이티 현지는 모든 인프라가 무너져 버려 단체들이 구호활동과 재건 사업을 하기에도 어려웠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실제로 그 많은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아이티로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그림. 모금단체는 기부자와 수혜자를 이어주는 다리
기부자-모금단체-수혜자 이 삼각균형이 적절히 잡혀야 기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기부가 편리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면 단체들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수혜자들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예산을 집행해야 된다. 모금단체는 기부자와 수혜자를 이어주는 다리이다. 이 다리를 통해 기부자는 수혜자에게 도움을 주고 수혜자는 도움을 받는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부문화연구소가 발표한 기빙코리아 2010 자료에 따르면 기부자들이 기부 시 고려하는 가장 큰 사항은 단체의 투명성(84.5%)이었다. 그리고 해외구호활동에 대한 기부는 2007년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9.5%->20.1%)하였고 한국사회의 기부문화가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점으로 NGO의 투명성과 신뢰성 상승이 27.6%를 차지하였다.
모금을 하는 데 쓰는 에너지 반만이라도 보고를 하는데 쓴다면 지금보다는 단체들의 투명성과 신뢰가 올라갈 것이다. 투명성과 신뢰가 올라가면 사람들이 기부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기부문화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입력 일자: 2011-12-31
작성: ODA Watch 청년활동가 NA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