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해상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내도에 수목원을 조성할 계획으로 다음주 월요일 회의를 한다합니다.
회의 전에 둘러보러 가신다기에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장마에 태풍의 영향도 있어서
혹 비바람이 치면 배를 탈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아침에 잠깐 해도 나길래
비가 조금 와도 상관없다 하고 가기로 합니다.
구조라에서 배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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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넘쳐나는 외도에 비해
아직 내도는 관광객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주로 섬 주민들을 위한 승선 인원 12명 정원의 작은 배가 주로 움직입니다.
승선인원 80명의 조금 큰 배도 정박해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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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서 명품 마을로 선정이 되어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관리를 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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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세워 둔 배 주위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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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물에는 망상어가 떼로 있습니다.
뜰채만 있으면 떠 낼 수도 있겠더군요.
같이 가신 분 말씀으로는
그리 맛있는 물고기는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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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려 안개가 자욱합니다.
그 안개를 뚫고
파도도 뚫고
7분여 걸려 내도에 도착합니다.
내도 건너편은 공곶이랍니다.
저기도 참 아름다운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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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려 탐방로로 들어가는 길엔 펜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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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몽돌 해안을 따라 맑은 바닷물이 넘실댑니다.
더울 때는 그냥 풍덩 들어가도 되겠더군요
그 바닷가 윗 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원시림이 연상되는 숲으로 난 돌길이 참 예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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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가 2킬로라서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반 정도 밖에 안 걸립니다.
섬이 그리 크지 않아서 더 그렇죠,
이 섬에 들어와 길을 걷고 나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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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으로 들어갈 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탄성이 나옵니다.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
사람들 손을 타지 않은 원시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찾아오는 발길이 많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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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키 큰 나무가 동백나무랍니다.
충렬사 300년 된 동백나무도 옆으로만 넓지 키가 크지는 않죠
얘는 키가 웬만한 소나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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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나무 사이로 푸른 바다와 해안이 보입니다.
날이 흐리면 흐린대로
날이 쨍하니 맑으면 맑은대로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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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말고는 식생이 통영과는 또 다른 듯합니다.
그래도 구국의 해안길 느낌이 듭니다.
소나무 가지 너머 보이는 파도와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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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중간에 쉬라고 놓아 둔 평상인데, 너무 큽니다.
잠깐 쉬기에는 엉덩이 내려 놓을 벤치 정도면 되는데 말입니다.
계곡이라면 불판 펼쳐 놓고 삼겹살이라도 구울만 하건만
이곳에선 그런 것도 불가할 것인데
이리 넓은 평상이 왜 필요할까 싶습니다.
드러누워 자라고?
말씀드리니
일리 있는 말씀이라시며
더 운치 있는 쉼터로 재활용 하겠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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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많이 키웠던 모양입니다.
염소 집이었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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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들이 전부 동백나무입니다.
이른 봄에 오면 빨간 동백이 흐드러졌을건데
나무에서
바닥에서
두 번 피는 동백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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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관리공단 옷을 입으시고
우리와 내내 같이 다니시며
쓰레기를 주우신 어머니이십니다.
정직원 외에도 자연환경안내원이나 국립공원 지킴이 등을 운영하고 있어서
공원을 돌며 공원을 지키는 일들을 하시는 분들이 있답니다.
날이 더우니 풀들이 키높이까지 자라납니다..
큰 칼 하나 차고 갈거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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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등산로라면 마땅히 치워 없앴을 폐목들입니다.
태풍에 쓰러져 장렬히 최후를 맞은..
국립공원에서는 쓰러진 그 자리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손대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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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껍데기 표면에 자잘한 가시들이 뾰족히 솟아 있는 나무입니다.
이 근방에 아주 많이 있습니다. 군락지..
먹이나무, 머기나무..정확한 이름은 찾아봐야 겠지만 암튼 그런 어감의 나무입니다.
확실해지면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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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로 인해 몽환적 분위기 연출..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런 곳은 날씨가 좋은 날도 못지않게 예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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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참모싯대라는데, 독성분이 있어서 염소가 뜯어먹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가는 곳 마다 무성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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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부근의 연리지 언덕
소나무와 얽힌 나무들이 즐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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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며느리가 될 여자였죠.
중국의 현종과 양귀비가 둘만의 욕정으로 정사를 망치고
난을 피해 달아나다 죽은 후
백거이가 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장한가를 지었는데
재천원작비익조
재지원위연리지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한다는..
늘 붙어 있기를 원하는 연인들을 위한 장소가 될 곳이랍니다.
이 곳을 지날 때는 손을 꼬옥 붙잡고 걸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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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울창하여 빛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햇볕 쨍쨍한 날에도 그늘이라
바닷바람 불어 시원할 것입니다.
이 섬에서 제일 높은 곳.
이 앞은 내리막입니다.
그 쪽은 위험하여 이 곳에서부터 데크로 저 앞까지 이동하여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나무데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밟아서 비에 씻겨서
유실되는 흙의 양이 어마어마 하다네요.
섬의 흙은 바다로 흘러가면 다시 돌아올 곳도 없습니다.
섬의 흙을 지키기 위한 방책으로
데크가 필요한 곳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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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닷가 잎 푸르른 나무 두 그루는 해송입니다.
보통 소나무는 길게 한 몸통으로 자라지요
저렇게 굵은 가지를 사방으로 뻗어서
마치 느티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반송이라 한답니다.
해송 반송은 흔한 것이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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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 앞 쪽 바다에 해가 비칩니다.
다른 곳은 해무로 자욱한데
그 한 곳 햇님이 비추니
흑백 영화에 한 곳만 포인트로 칼라 넣은 듯 그렇게
그 앞바다만 에메랄드 빛으로 빛납니다.
우와,..우와...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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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 바퀴 다 돌았네요.
저 아래 선착장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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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바람에 쓸려가며
저 위의 해님을 잠깐잠깐씩 놓치고 있습니다.
그 영광을 우리가 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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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까지 해무가 덮치기도 하고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하고
어느새 또 달려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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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보이는 것이 수정봉
오른쪽이 공곶이
그 가운데가 구조라 입니다.
하늘의 회색빛 구름도
푸르름 잠시 감추고 색을 잃어버린 바닷도
궂은 날씨 싫어하는 사람은
이런 광경을 절대 못 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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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내려가는 길
이 길 오른쪽으로 옛 집터가 있습니다.
주인 잃은 절구통이 뒹굴고
이제는 돌보는 이 없어도
들깨가 소복히 자라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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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던 집이었을 건데
주인은 어디 가고 폐가조차 사라져 터만 덩그라니 남은 곳
그래도 그곳을 아직 지키는 돌절구와 들깨는
누가 물어도 대답조차 안 할 겁니다.
그곳에 옛 집을 복원해 놓겠다 하시네요
작은 섬 그 옛날 작은 집
물고기 낚아 굽고
조개 캐서 국 끓이고
들깻잎 조리고
그물 손보던
그 옛날 작은 집...
향수를 자극할 만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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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이루는 곳이 좀 높은 곳이라 길도 가파릅니다.
공곶이가 가까워서 헤엄쳐 건널 수도 있다는데
저 바다에 작은 배 하나 놓고
밧줄로 당겨 건널 수 있다면...
돈 내고 배탈 사람이 줄어서 안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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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시멘트 바닥엔 고양이 발자국이 있더니
내도 이 작은 섬 시멘트 바닥에 조류 발자국이 있습니다
닭일까 갈매기일까
아마 닭일 확률이 더 높겠지만
갈매기라 하면 더 신기해 할 것 같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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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어머니는 예쁘고 참할 것 같지요.
간판 없는 것으로 보아 펜션도 아닌 듯한데
입구가 참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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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 작은 선착장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작지만 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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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도엔 정말 신선이 살 것 같은 곳입니다.
힘들이지 않고 쉽게 쉽게 걸을 수 있어서
등산로라기 보다 탐방로로 딱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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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가
정해진 시간에 상관없이 태워주십니다.
섬에 들 땐 안에 탔었는데
돌아갈 때 밖에 있기로 합니다.
배가 작아서 큰 배를 타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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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도와 작별합니다.
다음에 다시 올 때도 우와 우와 감탄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섬을 망쳐 놓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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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
자연을 아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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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웠을 건데 장화 신고 같이 다니시면서 저 검은 봉투 가득 쓰레기를 주우셨습니다.
늘 다니시는 길인듯
늘 하시는 일인듯
당연한 일인듯
그렇게 묵묵히 애쓰시는 분들 덕분에
우리는 국립공원에서 쾌적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걸겁니다.
별로 예쁘지 않은 공단 유니폼에 나름의 패션 센스를 더하신 어머님이십니다.^^
아, 어머님 발 앞에 있는 까만 두레박을 들어내면
바로 바다로 통하는 구멍이 있습니다.
이 구멍의 용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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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가 코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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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에 내려 점심을 먹고
학동에 있는 공단 거제 분소으로 이동합니다.
업무 보는 동안 저는 몽돌 해변을 둘러 봅니다.
제주의 해변처럼 까만 몽돌해변..
누군가 하트를 만들었습니다.
영원히 변치 말자는 약속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지요...
하긴 저걸 만들면서 그런 생각까지 했다면
아예 만들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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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흐리지만 기온이 높아서 잠깐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괜찮았을 겁니다.
성큼 다가온 여름이 저들을 부추겼을 수도 있겠네요.
비오는 날 바다는
비바람 칠 때 바다는
성난 바다는
새파란 바다만큼이나 매력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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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마늘꽃..길가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네요.
거제
역시 아름다운 섬입니다.
첫댓글 덕분에 구경 한번 잘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자세히 안내해주어 고마워. 늘 행복하시길...
일단 내할일좀 끝내고 필히 가 볼꺼에요 감사
너무 가보고 싶군요. 아름답습니다. 좋은글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