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28. 5시 30분 KBS 5시공감
제목: 소돌이야기
1. ‘소돌’, 참 생소한 지명 같은 데요. 어디 있는 곳인가요?
강릉시 주문진에 있는 마을입니다. 주문진 6리와 12리의 자연마을 명칭이지요. 주문진 항구의 회센터에서 양양 방면으로 해안을 따라 가다가 보면 ‘아들바위공원’이라는 곳을 만나게 됩니다. 금방 눈에 띄고, 요즘 들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어서 관광버스가 공원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아주 해변이 아름다워 가슴이 뻥 뚫리게 하는 명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아 주문진에 있는 곳이군요. 주문진은 잘 알려진 곳인데요. 주문진 소돌, 그럼 ‘소돌’은 무슨 뜻인가요?
예, 소돌은 한자로는 소 우(牛)자에 바위 암(岩)자를 써서 우암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소 모양으로 생긴 바위 또는 마을이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현재 해당화서낭당이 있는 곳이 소뿔에 해당하고, 우암진 곧 소돌포구가 소구유에 해당하고, 소똥골은 어디라는 둥 마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 그럼 각각의 해당 명칭도 모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겠네요?
예, 그렇습니다. 소돌포구가 소구유이기 때문에 언제나 풍어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구유는 먹이를 담는 그릇에 해당하니 고기를 많이 잡아서 항포구가 가득 찬다는 기원의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소똥골의 우물을 떠서 제사를 지내면 풍요를 준다는 것도 똥과 황금, 그리고 생산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4. 그럼 해당화서낭이 소뿔에 해당한다고 했는데요. 소뿔은 무슨 의미를 띄며, 지형과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소뿔은 강한 힘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옛날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바치던 소머리는 희생제의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때 천신께 희생제의를 바쳐서 풍요를 가져다주기를 바라던 생생력 상징에서 나온 것입니다. 또 그 모양이 반월형이기 때문에 달동물로 생각하여 달이 기울었다가 차오르듯이 부활과 재생을 나타내는 것으로 봤습니다.
또 바위는 영원성을 나타내지요. 딱딱하여 변치 않는 그 특성 때문에 영원성을 나타내며 무병장수 및 다복을 기원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옛날 풍수가들이 소형국을 나타낼 때 “묏자리가 소의 형국이면 그 자손이 부자가 된다.”고 하여 최고의 명당으로 친 것도 어느 정도 관련성을 볼 수 있습니다.
5. 소돌은 마을의 형상을 따서 지었군요. 그런데 그렇게 깊은 풍수적인 뜻까지 있는지는 미처 몰랐네요?
그렇지요. 마을사람들은 소돌마을을 최고의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가꾸고자 한 것입니다. 참 바람직한 생각입니다. 세상 어느 마을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이 최고의 유토피아라 생각하고 스스로 만족하고 산 것이지요. 내가 사는 집, 내가 사는 마을, 내가 사는 사회가 최고라는 생각은 참 멋집니다. 아무리 험난한 마을이라도 자신이 가꾸기 나름이잖아요. 자꾸 가꾸고 좋다고 주문을 하면 다름 아닌 이상향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바로 소돌사람들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자꾸 더 좋은 곳으로 가꾸고자 한 것입니다.
6. 소돌에 답사를 5번이나 다녀왔다면서요. 그렇게 구경거리가 많은가요?
예, 소돌은 마을풍광도 빼어나지만, 민속의 보고이기에 더욱 민속학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곳입니다. 처음 이 마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제가 2004년에 아들 낳은 이야기라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강원도 전 지역을 다니면서 자식을 얻기 위해서 기도한 장소를 찾아 설화를 채록하고 현장 사진을 찍어서 낸 책입니다. 그때 3년여에 걸쳐서 자료를 찾아 다녔습니다. 우연히 주문진을 지나다가 ‘아들바위’에 대해서 동네 제보자에게 물어 본 것이 첫 번째 계기가 되었지요. 그 다음은 해당화서낭제, 달맞이행사 등 필요할 때마다 찾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7월 17일에 들렀습니다.
7. 아들바위 참 재미있네요? 아들바위는 그럼 그곳에서 자식을 기원해서 낳았다는 건가요, 아니면 아들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예, 세상에서 참 자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 겁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자식이라.”하잖아요. 그 때문에 자식에 대한 기원은 참 많이도 했습니다. 소돌의 아들바위도 바로 그런 곳입니다.
이곳에는 두 가지 아들바위 기원 설화가 있습니다.
8. 두 가지나요? 그럼 처음에는 어떤 것이나요?
예, 그 줄거리를 보면 이렇습니다. 옛날 신라시대에 소돌에 살던 어떤 부부가 있었는데, 외아들이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그 부부는 전쟁터에서 외아들이 죽은 줄도 모르고 매일 죽도에 있는 현 아들바위에 와서 무사하게 아들이 돌아오기를 빌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꿈에 전쟁터에 나갔던 아들이 돌아와서 어머니 품에 안기더랍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태기가 있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들과 모든 게 똑 같이 생겼더랍니다.
이 이야기가 후대로 전하면서 아들바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9. 참으로 슬픈 사연이네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왔으면 좋으련만, 참 전쟁은 비극입니다. 그럼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 가요?
그렇지요. 어떤 경우라도 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지요. 두 번째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예전에 어떤 부부가 결혼한 지 오래됐는데도 자식이 없어서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살아온 정도 있고 하니 빼어난 경치를 찾아 여행이나 한 번 하고 헤어지자고 하여 찾은 곳이 소돌의 아들바위였지요. 마침 그곳에는 인적이 드물고 경관은 빼어났는데 바위 가운데 홈이 패어 있는 곳이 있어서 부부는 함께 했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자식을 낳게 되었지요. 그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부부는 그곳을 다시 찾았고, 택시를 타고 가면서 아들바위 이야기에 얽힌 자신들의 사연을 말했답니다. 그 이야기가 퍼져 나가서 지금처럼 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10. 주문진 소돌의 아들바위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군요. 자식은 하늘이 돕고 조상이 도와야 한다더니 억지로 안 되는 것인가 봐요? 자식을 절실히 원하면 그렇게 빼어난 경관을 찾아 여행을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한국문화스토리텔링원장 이학주 박사님을 모시고 주문진 소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원장님,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