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황의 한글 창제를 다룬 영화 [나랏마싸미]는 한글이 만들어진 사연을 아주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박해진의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한글 창제를 다룬 소설로 김용필 단편소설 <잃어버린 만주어를 찾아서>도 적극 추천한다. 북방 대륙의 원명 교체기 복잡한 정세 속에서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왜 위화도 회군으로 신흥 명나라와 척을 지게 되었으며 세종은 몽고 말을 바탕으로 한글을 만들게 되었을까.
이 소설은 만주족이 자기 민족 언어를 갖고 있었는데 청나라가 패망하고 난 뒤에는 그 언어를 모두 잊어버려 사료를 찾기도 힘들게 된 사연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만주어는 한국어와 닮은 점이 많다. 모음조화나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은 다른 언어에서는 찾기 어려운 특징인데 우리말과 만주어는 이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터키어, 몽골어, 만주어, 한국어를 우랄알타이어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만주족은 몽골 문자, 아랍 문자를 빌어쓰면서 만주어를 점차 잃어갔고 지금은 문자뿐만 아니라 구어까지 중국어를 사용하면서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소설은 한국인 작가가 삼전도비에 기록된 만주어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 중국으로 찾아가 만주어 흔적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스파 문자
우리말이 만주어와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조선 초 세종대왕 때 집현전 학자들이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따는 과학적 방식으로 문자를 창제해 내었으니 너무나 위대한 역사적 업적이라고 배우면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에 탄복했는데 한글이 만들어진 1443년보다 약 200년 전인 1265년에 원나라에서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리 문자가 원나라의 파스파 문자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학설을 접하게 되면 궁금증이 일파만파로 번진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부친 이자춘이 원나라에서 벼슬을 지냈고 몽골식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으니 그의 후손 세종대왕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며 파스파 문자와 한글 자모는 43자로 동일한 점도 그 관련성을 짐작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후금(청)을 세운 누르하치도 만주 문자 창제를 추진했다고 하니 북방 민족의 문자 창제는 하나의 흐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 민족의 기원과 분화에 대해 궁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광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저서 [훈민정음과 파스파 문자]에서 몽고 글자의 기원에 관한 책 <몽고자운>을 분석하여 몽고의 파스파 문자가 티베트 문자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고 한글 문자가 파스파 문자에 영향을 받았지만 한글의 자음이 발음 기관 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의 모습을 본뜨고 모음이 천지인(天地人)을 본뜬 ·, ㅡ, ㅣ을 바탕으로 만든 것은 독창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몽고 왕 쿠빌라이 칸의 명으로 1269년경 티베트 출신 스님 파스파에 의해 만들어진 파스파 문자가 훈민정음 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세계적으로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
자음 제자(製字) 원리 아설순치후(牙舌脣齒喉)
첫댓글 한글이 만주어와 닮아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어요! 항상 한글의 시작이 그저 세종대왕의 번뜩이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고 간단히 생각하였는데 선생님이 쓰신 글과 수업 때 보여주신 영화로 인해 완전한 무의 상태로 한글이 만들어진게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